사랑하라고 했던 우붓

by 쌀집아들

시간은 흐르고 흐른다. 아무 기대 없이 몸을 싣고 온 사누르는 기대를 안 한 것 보다 더 딱히 할 게 없어 보였다. 발리의 입장에서는 동해에 해당하니 일출을 보는 거 외에는 시내도 특별할 것이 없었다. 투어를 신청해서 여기 저기 다니는 것이 최고로 보였다. 해서 숙소에만 뭉그러져 있기는 시간이 안타까우니 며칠 뒤로 예정해 두었던 우붓을 가보기로 했다.


그랩으로 택시를 불러 탔다. 역시나 막히는 길을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했다. 택시비를 현금으로 지불하려는데 기사가 거스름 돈이 없다고 했다. ㅡㅡ 당신이 잔돈으로 바꿔오라고 했더니 여긴 주차를 할 수 없어서 그럴 수 없단다.ㅡㅡ;; 결국 가까운 슈퍼로 가서 내가 굳이 콜라를 하나 사서 잔돈을 만들어 와서 나머지 돈을 지불했다. 머 그럴 수도 있지. 머 개의치 않았다.


원래 목적지였던 우붓 왕궁을 조금 벗어나 내렸다. 머 괜찮다. 아주 아주 덥지만 마음 먹고 나왔으니 그리고 걷는 게 여행이니 괜찮았다. 왕궁을 향해 걷다보니 역시나 한국 사람들이 많았다. 유명한 관광지니까…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고 알고 있어서 그런지 커플들은 죄다 신혼 부부 처럼 보였다.


드디어 우붓 왕궁을 들어섰다. 입장료는 없었고 편하게 들어갔다. 사실 딱히 감흥은 없었다. 신들의 섬이라 해서 엄청난 신비로움을 풍기고 있다던가 불가사의한 멋을 가진 석상들이 있던가 하진 않았다. 그저 동남아의 왕궁 중의 하나?!로 보였고 게다가 왕이 있었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소박했다. 넓지도 않았고 딱히 멋진 건물이나 방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왕궁이라기 보단 별장같은 느낌이었다. 이 정도가 되니 내가 잘 찾아온 게 맞나 의심이 들었다.5분이 채 될까 말까 한 시간만에 돌아 나왔다. 나오면서 혹시나 싶어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여기가 우붓 왕궁이 맞냐고 물어보았더니 맞다고 해서 내가 엉뚱한 데 있는 건 아니구나 싶어 안도하긴 했다. 그리고 더운 데 많이 안 돌아 다녀도 되겠구나 하고 또 잘됐다 싶었다.


그리고 길 하나 건너 보이는 우붓시장으로 들어섰다. 시장 입구에 우쿨렐레와 전통가면? 같은 것들을 늘어놓은 가게가 있어 여기가 그 시장이 맞겠구나 싶어 들어갔다. 그러나 왠걸 안으로 조금 들어가 보니 어디에나 있는 가게들만 주구장창 보였다. ‘어랏?’ 조금 당황했다. 이리저리 길을 돌아봤지만 지금까지 봐 왔던 가게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가게들만 주욱 늘어서 있었다. 20여분 정도 대충 구경을 마치고 마지막 여정으로 생각했던 원숭이 숲으로 가기로 했다.


때는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너무나 더웠고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했다. 점심때도 되고 해서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도 해결하고 뜨거운 시간도 좀 피하려는 현명한 생각을 했다. 눈에 띄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눈에 띄었던 이유가... 좀 있어 보였기 때문인 것 같다. 남자답게 긴 홀의 중앙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sea bass요리를 하나 주문해봤다. 라오스 여행 때 시장에서 한 번 먹어 본 이후로 가끔 동남아 여행 때 먹게 되었다.


fillet이 먼지 잘 모르지만 sea bass와 fillet이 같이 있는 요리로 주문했다. 조금 있으니 연어 스테이크 같은 모양으로 요리가 나왔다. 밥도 같이 나왔다. 짭짜름 한게 밥 반찬으로 딱 이겠다 싶었는데 밥이 딸려 나온 거 보니 다들 생각하는 게 비슷한 가 보다. 가능한 한 천천히 먹었다. 부러 맛을 음미하는양 천천히 집어 먹었다. 해가 넘어가길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