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가 갑이 되는 원숭이 숲

by 쌀집아들

휼륭한 식사였다. 허기와 더위를 동시에 달래며 혀 끝에 만족스러운 즐거움 까지 주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는 탁월한 식사시간이었다.


해가 넘어간 것은 아니었진 구름이 해를 가려줬나 보다. 세상 전반에 약간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돌아다니기 한결 수월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끝내고 원숭이 숲으로 갔다. 입구에는 여러가지 주의 사항을 알리는 커다란 안내판이 있었다.

원숭이가 가까이 와도 놀라지 말 것!

소리 지르지 말 것!

원숭이랑 눈 마주치지 말 것!

음식을 주지 말 것!

원숭이랑 통성명하지 말 것!(이건 농담이다.) 등등 원숭이 보단 똑똑해야 외울 수 있을 만큼 많은 주의사항들이 있었지만 내가 주의 해야 할 것은 저 정도 인 것 같았다.


진짜 숲이었다. 아주 우거진 숲. 밀림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원숭이가 모여 살고 있는 밀림에 길을 내고 사람들이 다니게 한 건가? 적도 나라의 밀림을 단편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 태초의 밀림의 모습은 아니지만 밀림의 구석구석에 작은 사원과 오래된 석상들이 있으니 나름 인디아나 존스의 먼 친구가 된 것 같은 색다른 기분도 들고 좋았다. 눈 앞에서 원숭이를 처음 대면했을 때 조금 긴장되기도 했지만 이내 내 얼굴 보듯이 익숙해졌다.

천천히 둘러보면 한 시간 좀 더 걸릴 것 같았다. 그리 크진 않았다. 결국 그 중 한 마리가 내 가방에 꽂아뒀던 물병을 빼앗가 갔다. 민첩하고 날렵했다. 역시 원숭이다. 입으로 뚜껑을 돌려 열더니 마시다가 맛이 별로 였는지 이내 내팽겨쳤다. '야! 그거 내가 잘 먹던 거거든' 나 보다 고급 입맛 원숭이다. 약간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긴다. 뚜껑을 돌려 따는 걸로 봐서 초짜는 아닌가 보다. 원숭이들의 행동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별거 안 해도 볼만하고 재미있었다. 귀여워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보는 재미는 확실히 있었다. 진짜 쟤네가 인류의 조상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붓에 와서 처음으로 볼만한 걸 본 것 같았다. 대자연은 아니지만 자연의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