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출을 보러 일어 났다. 첫 번째 알람 때는 밍기적거렸고 두 번째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어제 아침에 딴에는 일출 시간에 맞춰 나간다고 나갔더니 가는 길에 세상이 밝아지는 허무한 기적 같은 상황을 맞이한 탓에 오늘은 어제 보다 30분이나 일찍 일어났다. 해가 뜨기 직전의 밤하늘도 해가 움트는 것도 보고 싶었다. 졸린 눈과 멍한 정신을 그대로 동반하고 슬리퍼를 끌고 나섰다.
간간히 오토바이들이 지나 다닌다. 앞마당을 쓰는 사람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나 보다. 하늘을 보니 선명하게 별이 보인다. 생각만큼 쏟아질 것 같다거나 소금을 뿌려놓은 듯이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평소에 보던 것 보다 조금 더 깨끗하고 밝게 다소 많이 보이는 정도이다.
어제는 구름이 많이 껴서 일출을 봤다고 하기는 그랬는데 오늘은 어떠려나...오늘은 계란 노른자 같은 일출을 보고 싶었다. 저 멀리서 빛이 퍼져 들어 오는 기미를 보고 걸음을 재촉했다. 해가 지기 전과 뜨기 전의 하늘은 아주 많이 닮아 있었다. 붉게 물들며 빛의 그물을 걷어 가냐 펼치냐의 차이인 듯 하다.
머리 위의 어둠이 뒤로 조금씩 걷혀 가며 밝아 왔다. 해변에 도착했다. 아…..탄식이 절로 나왔다. 수평선에 솟아 있는 구름은 어제 보다도 두터워 보였다. 심지어 해가 딱 떠오를 자리로 여겨지는 곳엔 용두형의 구름이 해 보지 말고 자기를 보라고 약 올리듯이 우뚝 서 있었다. ‘결국 일출을 보여 주진 않는구나.’ 여행을 하면서 늘 이득을 볼 수는 없다. 신들의 섬인 발리에서 감히 이득을 보려고 했던 내 마음이 욕심 이었나 했다.
쉽게 포기하는 내 성격에 곧장 돌아설까 하다가 아쉬운 마음에 해변에서 조금 서성였다. 시시각각 빛의 그물이 펼쳐지며 보여주는 경치도 장관이었다. 붉은 색과 푸른 색의 향연. 카메라를 들이댔다. 사실 내 눈으로 보는 것 보다 카메라로 보는 경치가 더 멋졌다. 나의 시선보다 카메라의 시선이 더 멋있다니 약간 배신감이 느껴졌다. 내 눈이 다 보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카메라의 렌즈가 왜곡해서 더 멋지게 보여주는 건가...내가 볼 수 있는 게 다는 아니란 것은 확실하다. 안타깝다. 세상에 대한 욕심이 많은 내가 눈 앞에 있는 아름다움과 세상이 내게 보여주려는 미를 다 즐기지 못한 다는 게 조바심이 났다. 조바심이 나건 말건 받아 들이 수 밖엔 없다. 내가 보는 게 내가 아는 게 내가 느끼는 게 세상의 다는 아니란 걸. 바로 눈 앞에 있는 것도 제대로 못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용두운 위로 해가 다 떠오르려면 시간도 꽤 걸릴 것이다. 세상은 이미 훤해졌다. 영상으로 담으려 했던 일출대신 해변의 경치만 사진으로 담았다. 나는 해변을 등졌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조식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맘 편히 잠이나 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