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를 잘못 잡았다. 너무 멀다. 처음에 잡았던 숙소가 좋았는데 굳이 내가 왜 옮겼지...크게 후회가 밀려온다. 취소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다시 옮겼어야 했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하는 것이지만...더 기다려봤자 소용 없을 것 같아서 뛴다. 굳이 가방을 머리 위로 올리고...어차피 맞는 거였는데 가린다고 될 것도 아니었는데...굳이 또 머리위에서 가방을 눕혔다. 아…...진짜 왜 그랬지….
숙소 도착하고 알았다. 가방에 돈이 들어있는 바깥쪽 작은 주머니가 열려 있었다는 걸...그리고 거기 있던 돈도 발리의 밤거리에 빗속으로 모두 날아가 버렸다는 걸...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없었지만 다시 밖으로 나가 온 길을 되집어 보았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해야했다. 비는 내렸고 나는 오토바이들과 뒤엉켜 길을 헤맸다. 당연히 단 한 장의 지폐도 찾지 못했다. 결국 처량한 모습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대충 쓴 돈을 제외하고 남은 돈을 가늠해 보니 한국 돈으로 20만원 정도 되는 것 같다. 영화처럼 높은 건물에서 멋지게 돈을 뿌린게 아니라 야밤에 쫄딱 젖은 꼬리가 긴 쥐 꼴 마냥 길에다 돈을 뿌려댔다.
‘늬미럴….’
이럴려고 내가 일주일 동안 싸구려 호텔에 머무르며 경비를 아꼈던 거구나…바가지 쓰지 않으려고 열심히 흥정했던 나, 쓸떼없는 지출을 줄이려고 했던 나의 모습들이 허망하게 느껴진다. 한 푼 한 푼 아끼고 아껴서 길바닥에 버렸던 거구나 난...가슴이 쓰리다. 스스로가 미워지고 한심하게 느껴진다. 가방 주머니는 왜 안 닫은 거며 어차피 다 맞을 비 왜 가방을 머리 위로 쳐 들었던 것인가...젖은 몸을 짜증이 완전히 뒤덮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도리는 없다. 누구 잘못이야? 다 내 잘못인걸...탓할 사람이 없다는 게 다행이다.
참담한 심경으로 샤워를 했고 침대에 몸을 뉘었다. 다리가 저려 온다. 잠이 올 것 같지 않다.’하아….’ 누운 내 가슴위로 무거운 돌을 올려 놓은 것 같다. 새해를 맞이해서 발리의 수많은 신들께 시주한 셈 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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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