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는 서핑을 잘 해야 천국이다

by 쌀집아들

발리를 떠난다. 드디어….라는 말이 맞을까? 많은 환상 같은 감성을 가지고 발리에 왔더랬다. 발리란 이름은 적어도 한국인들에게 약간 그런 이미지가 아닌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가보지 않은, 그래서 더 환상을 품은 이들이 많은 신들의 섬! BALI 이름도 이쁘다. 끝이 'I'라는 게 귀엽다. 단아해보이고 깔끔하니 마음에 쏙 든다. 발리에서 한달 안 되면 보름 정도 서핑만 하면서 머물러 보고 싶다는 낭만적인 소망을 품고 있던 나였다. 그러던 내가 결국 발리에 일정은 일주일로 현실과 많이 타협을 했지만 그런 와중에 힘들게 힘들게 발리에 머물러 보았다.


발리에 대한 나의 감상을 요약하자면….’굳이…’가 되겠다. 왜 신들의 섬이라고 하는 지는 모르겠고 일단 낭만처럼 파랗고 쪽빛의 바다는 없다. 암석 자체가 검은색이다. 현무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건축물도 그렇고 바다도 그렇고 주위를 둘러싼 암석 자체가 온통 검은색이다. 따라서 해변도 검은빛이고 바다색도 검다. 몰디브나 하와이 같은 바다를 생각하고 온다면 크게 잘 못 온거다. 게다가 오후 늦게 밀물이 들어오고 나면 해변은 바다가 밀고 들어온 쓰레기가 곡선을 이루며 늘어선다. 쓰레기 천지는 아닌데 해안선을 따라 쓰레기 띠가 생성된다. 거긴 비닐 봉지며 플라스틱 컵등등이 널부러져 있다. 전혀 낭만가득하고 아름답고 멋진 해변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서핑! 서퍼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발리의 해변. 나도 시원찮은 실력이지만 서핑을 하고 해변에 누워 칵테일 한잔 하며 오후 한때를 보내는 망중한을 꿈꿨다. 서퍼들의 천국인 건 확실하다. 천국라는 개념을 어떻게 가져가냐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일단 파도가 굉장이 잦다. 그것도 아주 힘이 차서 서핑 보드를 충분히 밀어 줄 만한 파도가 쉼 없이 온다. 말 그래도 쉼 없이...그래서 파도가 귀한 곳에서 서퍼들이 얘기하는 ‘파도가 아깝다’ 라는 말은 나올 틈이 없다. 그만큼 아주 탈만한 파도가 자주 오니까...게다가 꾸따 해변에서 레기안 해변을 지나 스미냑 해변을 따라 올라 갈 수록 초급자용 파도에서 상급자용 파도로 레벨조절도 가능하다. 서핑에 조금만 익숙한 사람이라면 정말 여한 없이 파도를 탈 수 있다.


문제는 너무 자주 온다는 것이다. 힘찬 파도가 정말 쉼 없이 온다. 문자 그대로 쉼 없이...치고 치고 또 치고...나같이 보드를 다루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보드를 끌고 바다로 들어가는 것도 버겁다. 파도 싸대기를 맞고 맞고 맞으면서 헤치고 헤치며 가야 한다. 거짓말 좀 보태면 눈 비빌 틈도 없다. 눈 비비고 앞을 보면 또 파도 싸대기...다시 고개 들면 또 싸대기...패들링으로 바다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바다 안으로 들어가기 보다는 겉에서 짧게 짧게 타야 한다. 물론 이건 나 같은 초짜들에 한한 얘기다. 잘 타는 사람들이야 어떻게든 들어가서 타겠지...아무튼 나는 결국 해변가에서 짧게 짧게 타는 걸로 만족했다. 한 번 쭈우욱 길게 타보고 싶은데 그건 어렵다.


그리고 꾸따 해변 쪽은 수심이 낮다. 매우 낮다. 가도가도 허리 이상 들어가기 힘들다. 따라서 보드에서 떨어지면 물에 풍덩 빠지는 게 아니라 바로 바닥이다. 보드를 타고 쭈욱 미끄러져 해변가에서 잘 못 착지하면 도가니가 뒤틀려 나갈 수도 있고 잘 못 넘어지면 허리를 바닥에 찧을 수도 있다. 내가 있을 때도 한 여자가 오른쪽 다리를 절며 서핑 강사들의 부축을 받고 나왔고 나도 보드에서 떨어지며 골반에 충격을 입기도 했다. 수영을 못해도 된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오히려 적당히 수심이 있는 것 보다 위험하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파도의 질은 좋다. 굳이 패들링을 하지 않아도 파도의 힘만으로도 보드를 진행시키고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보드에 잘 올라 서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퍼들에게 천국이지만 초보 서퍼들에겐 다소의 애로사항이 있는 천국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