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에서나 듣던 자카르타로 가다.

by 쌀집아들

발리를 떠나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자카르타...너무 생소한 이름이다. 크라잉 넛의 노랫말에 나오는 도시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 노랫말을 들으며 친숙하게 느꼈거나 언젠간 저기 한 번 가봐야지 라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 없는 도시였다. 발리에서 국내선을 타고 와서 그런지 공항을 나오는 수속이 딱히 없었다. 마치 고속버스에서 내리듯 비행기에서 내렸고 버스 터미널을 빠져 나오듯 출구로 그냥 공항을 빠져 나와 당연한 듯 택시 정류장으로 갔다.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수도이다. 발리와는 달리 대중 교통이 발달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가려고 하는 숙소까지 대중교통으로는 한시간 반 정도가 걸렸고 택시로는 20여분이 걸렸다. 비용은 10배 차이...버스비가 천원 택시비가 만원...현지 시각으로 밤 9시경...흐르듯이 택시를 탔다. 발리에서처럼 택시비 흥정을 하고 가야 하나 했더니 미터기가 달려있다. 오호~ 마음이 편하다. 마음 놓고 가려니 공항을 빠져나가는 비용을 달란다. 못 알아 듣는 척 했다. 그리고 고속도로 비용을 달란다.


“노 하이웨이!”

“트래픽 트래픽!”

이 시간에 그렇게 차가 막힐 리 없다고 생각했고 구글맵에 표시되는 길도 거의 초록색이다.


“노 하이웨이!노 트래픽!”

“트래픽 트래픽!”

고속도로를 타게 되면 톨비는 승객 부담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구글 맵에선 오히려 고속도로 타는 길이 7분 정도 더 돌아간다.


“노 하이웨이!!” 내가 고집을 부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조용해 진다. 웃는 얼굴로 짐 실어주던 기사는 온데 간데 없다. 말랑 말랑한 외국인 호구 하나 잡았다 싶었을 텐데...가는 내내 공항세와 주차료를 얘기한다. 도합 250000루피아를 달란다. 내가 150000루피아를 불렀다. 200000루피아를 부른다. 내가 미터기로 가자고 했다. 그러니까 다 합쳐서 150000루피아로 가자고 한다. 주차료와 공항이용료 택시비 합쳐서… 현지 상황을 모르는 나는 주차비는 안 내겠다고 했고 공항이용료 10000루피아는 따로 주겠다고 한다. 의사소통이 잘 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러다 구글 맵이 알려 준 길과 다른 길로 들어선다. 내가 머라고 한다.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왜 이 길로 안가느냐고...그도 머라고 한다. 머라머라 한다. 난 전혀 못 알아 듣는다. 일부러 나는 궁시렁 거렸다. 그러니 다시 길을 꺾는다. 좁은 택시 안에서 많은 갈등이 오갔다. 결국 30분 좀 안되서 내 호텔 앞에 도착한다. 미터기는 82000정도가 찍혔다.

‘이런 도둑놈...이런데 250000을 불렀어?’

잔돈이 없다. 결국 공항이용료 10000을 합쳐 100000루피아를 줬다. 그랬더니 팁을 달랜다.

‘머래?’ 어의가 없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호텔로 들어갔다.


원랜 주변 구경을 하며 오는데 이번엔 기사 감시하느라 핸드폰으로 내내 지도를 보며 와서 동네 구경을 잘 못했다. 얼핏 얼핏 본 바는 그리 늦은 시각이 아닌데도 도시가 그리 밝지는 않았던 것 같다. 높은 건물이 있었던 것 같지도 않고...오는 길에 본 gambir라는 버스터미널이 가장 밝았던 것 같다. 시내 중심을 지나 오지 않아서 인 것 같다.


먼가 굉장히 낯선 기분이다. 하긴 당연하지 굉장히 낯선 도시에 왔으니까...숙소에 들어와 창 밖을 본다. 창이 큰 거 하나 보고 고른 숙손데...창이 안 열린다. 안전과 보안 상의 이유로 창을 잠궈 뒀다는 안내문이 있다.


호텔 방에 냉장고와 물이 없다. ‘젠장…목 마른데…’


대충 짐을 풀고 다시 나섰다. 구글 지도로는 주위에 편의점 같은 곳을 찾기가 어려워 호텔 직원에게 물어본다. 근처에 물이나 음식 같은 걸 살 곳이 있냐고...우측으로 돌아가서 우측으로 돌아…...머라머라 한다. 걸어서 7분 정도... ‘우측 우측’ 만 알아 듣고 일단 나선다.


거리는 황량해 보인다. 발리에서와 마찬가지로 길에 가로등이 많지 않다. 여차하면 걍 목마른 거 참고 자야지 생각한다. 주위를 경계하며 한 걸음씩 나선다. 우측으로 가서 다시 우측...길 가에 노점상이 보인다. 현지 음식을 파는 노점상이다. 아주 아주 현지 느낌이 나는...몇몇이 나를 신기한 듯이 쳐다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길에 사람 자체가 많지 않고 외국인은 나 하나 인 듯 하다. 저 멀리 기차길 너머로 간판 불빛이 보이는 게 느낌 상 편의점 같은 데 인가 보다... 기차가 지나가려나 보다 기차길 통행이 통제된다. 수많은 오토바이와 차들과 사람들이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며 차단 봉이 올라가길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길고 긴 화물차가 지나가고 벌떼처럼 오토바이와 차들과 사람들이 길을 건넌다. 그 사이에서 난 아슬아슬하게 길을 건너 예상했던 대로 편의점을 찾았다.



‘오~’ 나름 재밌다. 낯선 곳에 도착하면 아주 일상적인 행동들조차 하나의 미션처럼 여겨진다. 그 재미로 여행다닌다.


맥주를 하나 사서 마시고 자야지 했지만 술을 팔진 않는다. 알콜이 없는 현지 맥주를 파는 걸로 봐서 밖에서 막 술을 살 수는 없나 보다 한다. 물과 요거트 하나를 사서 왔던 길을 되짚어 숙소로 돌아간다. 이방인을 바라보는 따가운 눈빛인지 호기심 어린 눈빛인지 아리송한 눈빛을 지나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