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에서 잠을 깼다. 잠에서 깼다기 보다는 9시에 겨겨우 몸을 일이켰다. 발리에서와는 달리 잠에서 헤메다 겨우 일어났다. 호텔 조식을 먹겠다는 일념으로...이번 호텔에는 냉장고가 없었다. 물도 없었다. 시원한 물을 마시려면 때마다 조달해서 마셔야 한다. 빌어먹을...그럴수는 또 없어서 미지근한 물로 목만 축이다시피 했다. 아침이 되니 목이 갈라지듯이 건조하다. 식당으로 내려가 방 호수를 얘기하고 우유부터 벌컥벌컥 마신다.
나시고랭과 미고랭은 인도네시아 조식에 빠지지 않는 메뉴다. 적당히 담고 소시지도 조금...크램블을 하나 부탁하고 시리얼을 한 그릇 담는다. 우유는 가득히...아침에 우유를 많이 마시면 하루를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그런 것 같다. 피곤한지 저작운동 하는 데도 힘이 들어간다. 혼자 먹었다고 하기에는 적지 않은 양의 음식을 먹어 치운다. 커피는 에스프레소 더블샷으로 과일까지 먹고 방으로 올라 왔다.
오전을 여유 있게 늘어져 보낸다. 아무리 자카르타 여행을 검색해도 특별히 눈에 띄는 장소가 없다. 구글 지도까지 동원해 이리저리 찾아보지만 그다지 관광을 할 만한 도시는 아닌 듯 하다. 잘됐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거랑은 상황이 다르지만 별거 없으니 좀 쉬지 머...지나고 생각해 보면 발리에서도 다른 여행에서 보다 열심히 움직인 편은 아닌 듯하다. 오후에 너무 더워서 거의 퍼져 지내다 늦은 오후부터 서핑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낸 건 핸드폰이다….ㅠㅠ 여행와서 이렇게 핸드폰 많이 한 적은 없는데...책도 안 보고…
아침을 늦게 먹어서 그런지 화장실 다녀오고 사부작 거리다 티비 보고 조금 뒹굴거리다 보니 벌써 오후가 꽤 지났다. 창이 큰 방을 선택한 탓에 햇볕이 많이 들어 암막 커튼을 완전히 닫고 있었다. 살짝 걷어 밖을 내다 보니 눈이 부실 정도로 밝다. 한 낮의 눈부신 태양이 찬란하게 볕을 내리 쬐고 있었다.
배가 고파진다. 어쩔 수 없다. 더위에 맞설 마음 먹고 나가봐야지. 어제 저녁에 갔던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들을 사와서 오후까지 방에서 삐대기로 한다. 썬크림을 얼굴에 잔뜩 바르고 발리에서 산 모자를 쓰고 썬글라스 까지 손에 들고 나서면 태양 앞에 버틸만한 준비가 되었다. 낮에 걸어보니 어제 밤처럼 거리가 무서워 보이진 않는다. 한 번 갔던 길이라고 금방이다. 물, 콜라, 컵라면, 아이스크림, 어젯밤에 봐 뒀던 도너츠 2개까지...한국에선 잘 먹지 않던 게 나와보면 먹어 보고 싶어진다. 한아름 계산을 하고 나니 3800원정도 한다. ‘와! 음식을 따로 사니까 진짜 싸구나…’ 이게 나라 정책의 기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최소한 먹고 사는 데에 관해서는 걱정을 덜 하게 해줘야 하는 게 나라의 기본 덕목이 아닌가...방으로 돌아오는 땡볕에서 녹을 새라 아이스크림을 서둘러 먹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굉장히 찝찝하지만 물을 끓이려면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전기 포트에 물을 넣어 스위치를 올린다. 컵라면을 준비한다. 국물이 없는 라면이다. ‘아! 너무 생각 없이 집었네. 국물을 먹고 싶었는데…’ 할 수 없다. 이미 늦었다. 그나마 콜라가 가슴과 속을 개운하게 해 준다. 막상 먹어보니 그리 많은 음식은 아니다. 도너츠까지 앉은 자리에서 다 먹었다.
침대에 기대 누워 티비를 본다. 주구장창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는 방송이다. 나름 노래들이 다 좋다. 오히려 뮤직비디오 내용이 좀 유치한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다 아주아주 편안함이 느껴지는 위치에 내 머리가 안착한다. 편하다. 움직이기 싫다. 그대로 낮잠을 청해본다.
조금 잤을까?원래 낮잠을 많이 자는 편이 아니니까…
4시경...호텔 1층에 있는 야외 수영장으로 가본다. 이번 여행에서 수영복과 래쉬가드 본전은 뽑는 것 같다. 꼬마 애들 몇이 놀다 나를 흘깃흘깃 쳐다본다. 이 호텔에서도 외국인은 한 명도 못 봤다. 내가 못 알아 보는 건가? 사실 모두가 외국인인가? 아무튼 그렇다. 수영장의 깊이와 너비가 수영하기 적당하다. 힘차게 스트로크를 하며 혼자서 왔다 갔다 꽤 한다. 자유영, 평영, 배영에 접영까지 배운 거 혼자서 신나게 기운차게 오며 가며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간만에 외출한 한 마리의 아기 돌고래가 이 정도로 신나게 수영하고 다닐까? 간만에 어깨 많이 쓴다.
‘후아~~~’ 비치베드에 누워 수건을 덮고 하늘을 본다. 굉장한 평화로움과 여유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약간 가쁜 호흡에 몸의 물기 탓에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고 파란 하늘이 눈 앞에 보이면 한없는 여유로움이 나를 감싼다. ‘바~~로 이 맛 아입니까!’ 잠깐의 망중한을 보낸다.
방으로 와 가볍게 샤워를 한다. 어차피 또 땀 흘릴 꺼니까 가볍게...저녁 6시가 조금 넘었다. 이곳은 7시만 되면 깜깜해진다. 뜨거운 햇살이 사그러들 시간이다. 외출 준비를 한다. 운 좋게 근처에 몇 군데 기어이 가볼만한 데를 찾아냈다. 모스크와 대성당과 모나스라는 곳이 모여 있는데다가 내가 있는 곳에서 걸어갈 만 하다. 원래 여행 오면 난 많이 걷는다. 해가 저물었으니 모자와 썬글라스는 필요없다. 약간의 돈과 핸드폰만 들고 숙소를 나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