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방이 깜깜해진다. 전적으로 구글 지도에 의지해 길을 걷는다. 기술이 인간을 편하게 하는 건 맞네. 먼저 자카르타 대성당을 들르고 모스크를 갔다가 모나스로 갈 예정이다. 도로에 오토바이와 차들은 넘쳐나 시끄러운데 걸어 다니는 사람은 드물다. 띄엄 띄엄 한 명씩 보인다.
육교를 지난다. 아주 특이하게 생긴 육교다. 우리나라는 급한 성질대로 인지 곧장 올라갔다가 내려오게 만들었는데 여기는 지그재그로 아주 완만한 경사로로 만들었다. ‘전동차 같은 걸 위한 설계인가?’ 잘 모르지만 굉장히 이국적인 육교다. 가는 길에 육교가 없는 도로를 건너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건널목이나 신호등도 없다. 다행히 현지 사람이 건너기에 옆에 딱 붙어서 따라 건넜다.
구글 지도에서 알려준 예상 시간보다는 좀 더 걸린 것 같은데 대성당의 첨탑이 얼핏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처음 대성당이라는 cathedral 단어를 처음 알게 되고 본 것은 스페인의 세비아 대성당이다. 세비아 대성당은 워낙 웅장하고 규모가 크고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었다. 자카르타 대성당은 달랐다. 해가 저문 뒤에 와서 그런지 인적도 드물었고 그리 웅장한 규모는 아니었다. 하지만 성당 특유의 성스러움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종교가 없어서 이런 시설을 어떻게 이용하는 지 모르지만 딱히 제지하는 사람이 없어 성당 안으로 슬며시 들어가 보았다. 성당 안에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기도를 드리는 사람과 고개를 들어 또는 조용히 걸으며 내부를 구경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었다. 나도 살짝 들어가 보았다. 인상 깊은 점은 없는 것 같다. 그저 자카르타라는 생소한 나라의 성당이라는 걸 제외하면…
나도 무릎 꿇고 앉아 '로또 되게 해주세요~'하고 이내 나왔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모스크로 향했다. 다른 종교의 건물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게 약간 신기했다. 하긴 굳이 서로 멀리 할 필요는 없지. 모스크 주변으로는 야시장이 펼쳐져 있다. 유독 티셔츠를 파는 상인들이 많다. 3장에 5천원 정도라고 적어 놓은 듯 하다. 모스크는 안에 들어가 보진 못했다. 안쪽에서 불빛이 보이고 소리가 나는 걸로 봐서 행사가 진행 중인 듯 하다.
지나치듯 훑어 보고 모나스로 향했다. 근데 모나스가 머지? 처음엔 인터넷에서 얼핏 본 독립 기념관 같은 곳인 줄 알았다. 생각보다 한참을 걸어(구글 지도에 나온 예상 보다 꽤 많이) 모나스에 도착했다. 아주 아주 넓은 공원이었다. 자카르타의 센트럴 파크랄까...아주 아주 넓었고 운동 시설과 광장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당연히 그 주변으로 길거리 음식점들과 상점들도 대규모로 펼쳐져 있었다. 반짝이는 풍선, 솜사탕...소규모의 놀이 공원도 있었다. 내가 어릴 적 동네에 할아버지가 끌고 오던 말 타기 같은 것도 있었다. 자카르타에 온 이후로 가장 활력이 넘치는 곳이었다. 어두운 도시가 아니었구나…
이래저래 구경하며 돌아다녔더니 한 시간을 넘게 걸었던 것 같다. 배가 고팠다. 딱히 식당을 검색하기 마땅치 않아 근처의 쇼핑몰로 가기로 했다. 그 드넓은 공원에서 출구를 찾지 못해 또 혼자 배도 고픈데 헤매다 겨우 겨우 밖으로 나왔다. 공원을 미로처럼 느꼈다. 허기지고 지친 나는 쇼핑몰로 가는 길에 젤 먼저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곧장 들어갔고 볶음밥 종류와 아보카도,망고 주스 한잔을 시켜 허겁지겁 먹었다. 5000원 정도….확실히 발리 보다 저렴한 것 같다. 음...머 약간 겉핥기 식으로 돌아다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나름 자카르타의 분위기를 느낀 것 같아 좀 뿌듯했다. 저녁을 먹고 오는 길에 봤던 가까이에 있는 카페에 들러 라떼도 한 잔 마셨다. 꽉찬 하루다!!
심신이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