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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Apr 17.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영사관에 전화를 걸다.

 다시 걸어 시내를 향했다.  반듯반듯하고 곧은 길 들이 정리가 아주 잘 된 레고 세트를 보는 듯 했다.

 ‘너무 덥다’라고 생각하는 와중에도 다양한 색감의 문들과 길을 따라 늘어선 햇빛 받는 나무들 한적한 도시 분위기어울려 평화로운 공간을 만들어 냈다. 사진을 찍어가며 목적지 없이 걸었다.


 이리저리 걷다보니 몇몇 식당이 모여 있는 골목에 들어섰고 도시의 평화로운 흥에 취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으로 큰 마음 먹고 들어갔다.     


 어두운 나무색의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2층으로 된 식당이었다. 전망이 훤한 2층 자리로 안내 받아 올라갔다. 큰 창이 열려있어 야외 테이블 기분이 났다. 스테이크와 빵 요리를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영사관에 전화를 하기로 했다.


 교통사고를 당했지만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연락을 받고 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럴 때 어디 도움을 청해 볼 수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다가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다가 영사관은 자국민의 어려움을 돕기 위한 기관이라는 소개를 보고 영사관으로 연락해 보기로 한 것이다.

 

‘영사관에전화를 하게 되다니...’ 황망한 마음으로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걸어가 전화를 걸었고 어렵지 않게 연결이 되었다. 사고 경위를 얘기하고 가해자 보험사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하자 너무나도 뜻밖의 말을 들었다.


 “어쩔 수 없어요. 여기는 워싱턴이라 멀어서 도와드리기도 힘들고 정 보상을 받고 싶으시면 근처에 있는 변호사를 찾아가서 소송을 거세요.”     


 머리가 띵 한 것이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당연히 어떻게 도와주기는 힘들겠지만 당연히 남의 일이겠지만 머나먼 타지에서 의지할 데 없고 어디 하소연 할 데 없어서 어려운 마음으로 자국민의 고충을 도와준다는 곳에 전화한 국민을 상대로 저렇게 나몰라라 식의 말을 하다니...너무 화가 났다.

    

 “그럼 제가 워싱턴에서 사고가 났다며 어떻게 도와 주실껀데요? 영어가 안되서 보험사랑 얘기 할 때도 의사소통이 힘들어서 일이 이렇게 되는 게 맞는 건지 어떤 건지 몰라서 절박한 마음으로 전화했더니 소송을 걸라고요? 그게 영사관에서 할 소립니까?”

 “선생님, 그럼 저희가 어떻게 도와드리길 바라세요?”

 “그걸 몰라서 전화 한거잖아요. 교통사고도 처음이라 일이 이렇게 돌아가는 게 맞는지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없는지 누구한테 물어볼 데도 없고 해서 전화를 해 본건데 대뜸 소송을 걸라뇨. 거긴 여권 잃어버리면 여권 발급해주는 곳입니까? 여권 발급해 주려고 거기 앉아 계신거예요?”

 “화만 내지 마시구요 선생님.”

 “지금 화가 안나게 생겼어요? 고작 영사관이라는 데서 한다는 소리가 우린 어쩔 수 없으니 알아서 소송이나 하라는데.”     


 서운한 마음에 화가 잔뜩 난 나는 전화에 대고 언성을 높여가며 생각나는 대로 마구 퍼부었다. 영사관 직원은 내가 하는 말이 어의가 없었는지 아니면 나랑 상대할 마음이 없었는지 아무말이 없었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다시 내가 말을 했다.   

   

 “기본적인 진료를 한번 받아보고 싶은데 이 나라의 의료비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한국에서처럼 아무 병원이나 가까운데 가도 되는지 어떤지도 몰라요. 최소한의 정보 제공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선생님 그럼 시카고 지점에 있는 비상 연락 번호를 알려드릴테니 그 쪽으로 연락해보세요. 근처니까 도움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결국 공무원들의 업무 던지기인가 싶었지만 별다른 수도 없어서 연락처를 받고 전화를 끊었다. 화를 가라앉히고 테이블로 돌아갔다.      


 “통화했어요?”

 “응, 소송걸래. ㅋㅋㅋ 그리고 시카고에 있는 무슨 비상 연락처만 받았어. 내가 승질 드럽게 냈어 속으로 아 진상한테 걸렸네 했을 껄ㅋㅋㅋ

 “됐어요, 이제 그만 해요. 괜히 기분만 상해.”

 “별 기대는 좀 너무하네. 최소한의 안내도 없이 그냥 소송하라는 소리나 하고 말이야.”

 “그러게. 좀 너무하긴 하네 진짜.”

 “머 암튼 나중에 전화해보던가 하고 일단 밥이나 먹자..... 아하하핫!”     


 큰 소리로 한번 웃고 먼저 나온 맥주 한 모금을 삼키며 흥분을 함께 삼켰다. 흥분을 삭히고 있자니 커다란 접시에 멋지게 담긴 스테이크와 빵 요리가 나왔다. 스테이크를 천천히 씹고 빵을 뜯으며 맥주를 가볍게 들이켜 가며 요리를 즐겼다. 영사관과의 전화 통화는 너무 별로였지만 점심 식사는 훌륭한 시카고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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