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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쌀집아들 Apr 24. 2022

블리커 스트리트로 와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많은 도시 시카고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 채로 식당을 나와 뜨거운 햇살아래 그늘을 찾아 다니며 잠깐 걸은 뒤 다소 쌩뚱 맞지만 버스를 타고 동물원으로 향했다. 동물을 보고 싶었다기 보다는 유명한 동물원이 있다기에 별 생각 없이 향했다. 우리나라 동물원과는 좀 다른 종류의 동물들을 볼 수 있을까 내심 기대를 했다. 유명하다고 알고 갔는데 유명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사람도 많이 없고(평일이라 그런가) 동물원의 동물들이 짐승미라곤 없었다. 


 권태로워 보이는 동물들을 지나 나른한 무기력해 보이는 호랑이 한 마리를 본 것 외엔 별다를 게 없었다. 그래도 호랑이는 봤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어슬렁 어슬렁 동물원을 돌아 다니다 기념품 가게도 들어갔다가 야외 테이블이 깔려 있는 커피숍으로 갔다. 아까 본 호랑이만큼 나른한 기분으로 커피 한잔을 했다.   

  

 우리나라였으면 해가 져물어갈 시간이었지만 아직 이곳은 환했다. 다음 목적지를 찾아보다가 역시 시카고에 왔으면 재즈 음악 정도는 들어줘야겠다 싶어 검색해서 Andy`s라는 재즈바하나를 찾 그 근처에 유명한 피자 가게도 봐뒀다. 조금 쉬다가 그 쪽으로 건너가서 저녁으로는 역시 시카고에 왔으니 시카고 피자를 먹고 시카고에 왔으니 재즈바에서 오늘을 마무리 하면 되겠다 싶었다.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미리 검색해 둔 피자집을 향했다. 피자집이 맛집이었는지 이미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고 30분 정도 기다리라고 했다. 30분이라... 한국에서 곧장 돌아섰을텐데 시카고 피자 맛집에 대한 호기심과 여행자의 너그러움기다리기로 하고 이름을 말하고 가게 앞 벤취에 앉았다. 


 세계인들과 옹기종기 붙어 앉아 있자니 참 기분이 새로웠다. 진정 세계속의 한국인이 된 기분이랄까...사람 구경하며 무슨 피자를 먹을까 생각하다보니 30분은 생각보다 금방 흘렀다. 안내를 받아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네온사인이 밝혀진 실내에 기다란 바를 중심으로 작은 테이블이 좁은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테이블을 담당한 종업원은 키가 아주 크고 호리호리한, 목소리도 쩌렁쩌렁 한 멋진 흑인 남자였다. 스웩있고 호탕한 말투로 인사를 건넨 그는 피자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고 피자 한 조각씩과 역시나 맥주 한 잔 씩을 주문했다. 열심히도 먹고 마셔댔다.


 시카고 밤의 피자집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자유롭고 적당히 소란스러우며 적절히 어두운 조명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 속에 있다 보 나도 절로 활력이 생겼다.

    

 두툼하고 커다란 피자를 받아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우적우적 씹으며 맥주 한 모금을 버무려 먹고 입안을 씻어내면 시카고의 풍미가 입안에 꽉 차는 듯한 기분에 취한다.


 ‘와 역시 시카고 피자다! 너무 맛있어! 두 조각 시킬 걸 그랬어.’라고 혀에 착 감기는 처음 한 입을 먹었을 때 생각했다. 하지만 먹다보니 그 두툼한 피자볼륨과 혀에 너무 착 감기는 짠맛에 결국 다 먹지 못하도 둘 다 조금씩 남겼다. 이제는 상당히 익숙해진 원푸드 식사와 미국 식당에서 식사의 마무리 과정을 능숙하게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부른 배를 기우뚱 거리며 시내를 산책삼아 걷다 보니 시카고 리버에 다다랐다.     

 

 ‘오~ 뭔가 말도 안되는 위치에 이런 강이 지나다니...뭔가 뜻 밖인 것들이 많은 도시로군...’     


 강이라고 하기엔 크진 않았지만 빌딩 숲의 화려한 조명을 담은 채 시내를 관통하며 요염하게 흐르는 강은 마치 마음먹고 화려한 화장을 하고 도시로 나온 요조 숙녀를 보는 듯 했다. 강 따라 걸으며 멋진 건물들을 구경했다. 욕심이 많은 도시 같았다. 화려하고 거대한 빌딩 숲 바닷가에다가 공원, 강까지 가지고 있다니...  정서 도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 유명한 시카고의 째즈 음악을 들으러 갈 시간이다. 난 '음악은 락이지'라는 쪽이라 그다지 흥미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카고는 째즈가 아닌가'하며 수준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을거란 기대가 들었다. 당한 흥분감으로 미리 검색해 둔 째즈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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