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내게 거침없이 당근을 던져 주었는데, 그전에 먹던 갯수가 아니라 덤프트럭에서 아예 우르르 쏟아붓는 정도의 당근을 준 것이다.
그 전에는 본 적 없던 브런치 알람이 떴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하는 알림.
! 느낌표가 붙으니 더 인상적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정신이 번뜩 들었다. 사실 당장은 믿기지가 않았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계속 알딸딸한 상태였다. 나는 컴퓨터를 켜고 검색창에 브런치를 넣고 검색해 보았다. 브런치 메인에 내 글이 있었다.
하루 조회수 3백 명 대를 넘겼던 날들은 어디에 내 글이 노출되었는지 찾기가 어려웠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렇게 내 눈에 보이게 노출된 것을 보니 감개가 무량했다. 정말 좋았다.
사실 그날은 공모전 중에 발표가 나는 것이 있어서 그 결과를 기다리는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공모전 결과는 안중에도 없고 나는 계속 브런치의 통계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이렇게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살펴보는 게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레었다.
나는 곧 조회수가 높아지는 게 멈출 것이라 여겼다. 처음 받아보는 이만한 양의 당근에 이미 정말 기쁘다고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그 이상 조회수가 치솟는다는 건 내게 더 바랄 수 없는 경지 같았다.
그런데 내 예상과 달리 조회수에 대한 알람이 시간별로 왔다. 결국 나는 하루 조회수가 4700명까지 뛰는 경험을 하게 됐다.
천명을 돌파했을 때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신랑에게 연락을 해서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공모전 발표날이었어서 그 사이트에 들어가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새로고침을 누르던 신랑이 정말 기뻐해 줬다.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언제 또 그 사이트에 접속해서 새로고침을 누르고 있었는 건지. 보통 공모전에 붙으면 전화가 먼저 오는데 내 전화기는 너무 조용했기에 마음을 비운 상태였는데 신랑은 그런 것과 관계없이 나보다 내 글에 대한 기대가 더 큰지 저렇게 열심히다. 내가 어떤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오늘 파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내 들뜬 기분을 한껏 고조시켜 주었다.
파티를 하기에 나는 조금 쑥스러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 브런치 하길 참 잘했다 하고.
나는 내 글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다는 사실에 감동하고 있었다. 첫 독자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기쁨인데 잠깐이지만 내 글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다 되었다고 생각했다.
며칠 동안 내 글은 노출이 됐고 그 글은 총 조회수 7000을 돌파했다. 그리고 어리둥절하게도 다음 글도 덩달아 노출이 되어서 평소 내 조회수 답지 않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내가 만약 브런치라는 곳에 도전을 하지 않고, 내 글을 내 일기장에만 적었다면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공모전에 몇 번 떨어졌을 때 나는 그때 제대로 깨달았다. 간절함 만으로는 꿈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꿈이라는 건 사실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해서 이루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 없이 시작하자마자 붙기를 바라는 건 정말 잘못된 마음 같았다.
간절함이라는 말로 허황된 꿈을 가리고 있었지만 나는 내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연습도 안 하고 노력도 없이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요행은 다시는 부리지 않겠다 다짐했다. 이대로 공모전에 입상한다고 해도 금방 밑천이 드러날 것을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기가 너무 어리고, 내 시간이 부족해서 당장 무언가를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쓰는 게 너무 좋아서 쓰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어떤 날은 아이가 나와 잠시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글을 쓸 환경이 안 되는데도 호시탐탐 글을 쓸 시간만 노리며 아이를 보는 날도 있다. 사실 그런 날이 대부분이다.
아이가 잠들거나 다른 놀이에 집중을 할 때 잠깐이라도 써 보려고 노리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 과정을 매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정도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줄어들기 마련인데 그 욕구는 점점 치솟기만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너무 좋다.
브런치는 내게 글쓰기에 대해 바라는 것 없이 글 쓰는 행위 자체를 사랑하게 만들어 주었다. 내게 그건 굉장히 큰 변화이다.
그리고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글 하나를 올리려면 벽에 가로막힌 듯 막막한 순간들이 많았다. 안 하던 걸 하려니까 어려웠던 것 같다. 제목만 써 놓고 내용은 거의 없는 글들이 부표처럼 작가의 서랍을 가득 채웠다. 제목만 적어놓았던 글들도 많았다. 나는 그 많은 제목들 중에서도 하나를 골라 끈덕지게 쓰질 못해서 힘들어했다.
그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제목조차 짓지 못했다. 어떤 내용을 글로 쓰면 좋을지 고민만 하며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가 브런치를 끄는 일이 더 많았었다.
지금은 어떨까? 지금은 다행히 그때 써놓은 제목들이 말 그대로 부표가 되어 내 글쓰기의 방향을 일러준다.
나는 그 제목에 걸맞게 내용을 술술 적어나가는데 이 변화만 해도 내게는 정말 기적과 다름없다. 텅 빈 페이지에서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아무것도 적지 못하고 끙끙 앓아본 사람들은 그 변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것이다.
지금도 물론 한참을 글로 채워나가다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힘들게 써 놓은 글을 모두 지우기도 한다. 그리고 쓰다가 쓰려던 맥락에서 벗어나 여기저기 펄떡펄떡 뛰어가는 내 모습을 보고 나 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한다.
그런 시행착오는 매일 일어난다.
매일 일어난다는 것은 완성시키지 못해 발행을 누르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받을 때가 많다. 그리고 원 없이 쓸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게 좋다.
다른 작가님들의 진솔하고 따뜻한 글을 읽을 수 있는 것도 내게는 정말 큰 기쁨이다. 그 글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으며, 가슴 깊이 공감하며 같이 울고 웃는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그런지 한 번도 직접 만난 적 없지만 자주 글을 읽는 작가님들은 이웃집에 사는 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제 다시 제목에 대한 내용으로 돌아가려 한다.
나는 조회수 4천 명을 넘은 그 날 퇴근하는 신랑에게서 꽃을 받았다. 꽃은 정말 받아도 받아도 좋은 것 같다. 봄을 닮은 노란 꽃에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일어났던 기분 좋은 일들과 섞여서 꽃가루처럼 마음이 가벼웠고 날아다녔다. 내 마음에도 노란빛의 꽃이 피었다.
그리고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내게 제안 메일이 왔다. 기뻤다.글쓰기를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다.
이 메일로 인해 갑자기 삶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 멀리 보고, 더 넓게 보는 힘을 얻게 됐다. 꿈을 더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을 더 알게 되었고 그 사실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