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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Apr 03. 2022

입학하길 참 잘했다.

기특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네가 잘 적응해서.

아이는 주말이면 월요일이 기다려진다고까지 했다. 학교에서 새로 친구를 사귀는 일이 너무 즐거워 보였고, 방과 후 수은 아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거기다 태권도 학원에서 신나게 뛰어놀까지 하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다.


아이가 이렇게 빨리 적응을 할 수 있었던 건 아이의 용감무쌍한 성격도 있겠지만, 담임 선생님의 영향도 컸다. 선생님은 아이와 학부모의 이야기에도 귀를 잘 기울여주시는 정말 다정한 분이다.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이는 학교에 가는 게 너무 기쁘다고 했다. 그런데 딱 하나 문제점이 있었다. 뒷자리 친구와의 트러블이었다. 매일 같이 우리 아이를 장난처럼 때린다는 거였는데, 하루는 ‘초등학생 일 학년이 그런 말을 했다고?’라고 생각될 만큼 심한 말을 아이들 앞에서 하기까지 했다. 엄마인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말 며칠을 고민하다가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 달라고 한 담임 선생님이 기억나 전화를 드렸다. 그 전화에서 내 말에 경청을 해주셨던 선생님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내 말을 다 듣고, 내 입장을 공감해주던 선생님이 그 아이가 나쁜 아이라서 그런 건 아니라고 했다. 나는 사실 그 당시에는 속상한 마음에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며칠 후 그 아이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더 이상 우리 아이와의 마찰 없었다.      


그 아이의 일로 전화를 건 학부모가 나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후에 알게 되었다. 그때마다 선생님은 내게 했던 것처럼 이야기를 다 들어주면서도 아이가 마음은 정말 따뜻한 아이인데 흥분을 하면 약간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의 어머니에게 잘 말씀드리겠다고 해결책도 제시해 주셨을 것이다.


아이를 끝까지 믿어주고, 아이의 장점을 보려고 한 선생님은 마음이 고운 분이다. 그 일로 인해 나는 선생님이 정말 좋은 분이시라는 걸 느꼈다. 선생님이 끝까지 아이를 믿어주었기 때문에 그 아이의 따뜻한 마음을 겉으로 끌어낼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그 일 말고도 자주 내게 전화를 거셨다. 내가 어렸을 적에 선생님은 그림자도 밟으면 안 되는 권위 있고 그래서 학부모와는 조금 먼 존재였기 때문에 이렇게 전화가 걸려 오는 게 처음에는 조금은 낯설었다. 그래서 처음 전화를 받을 때,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기까지 했다. 혹시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게 있어서 온 전화는 아닐까 해서였다. 


그런데 내용은 그런 게 아니었다. 아이와 있었던 일화 중 기억에 남는 걸 내게 알려주시려 전화를 건 거였다. 하루는 야외수업이 있어서 아이들과 야외로 장소를 옮겨가는데 우리 아이가 선생님 곁에 오더니 "오늘은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하고 말을 했다고 했다. 선생님은 그 말이 동화책에서 나오는 말 같이 예뻐서 아이가 너무 귀여웠다고 하셨다.


또 하루는 아이가 선생님에게 "선생님 저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 같아요. 좋은 일이 자꾸자꾸 생겨요." 하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선생님께서 아이에게 "복덩아. 복덩이가 주변 친구들을 잘 챙기고 다정한 말도 잘하고 해서 복이 굴러 들어온 거야. 복덩이가 복을 부른 거야." 하고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아이가 한 말에 이렇게 대답해주실 선생님이 몇 분이나 계실까.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내게 선생님과 학부모 간의 벽을 허물어주신 분이다. 그런 선생님께 내 아이를 맡긴다는 건 언제나 안심이 되는 일이었고, 아이 학교생활의 감사함은 나날이 늘어다.   


방과 후 수업도 학교 생활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우리의 마음 같아서는 독서 토론과 영어 같은 과목고르고 싶었지만, 우리 아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를 시키지 않는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한 아이였다. 그래서 그런 것에는 심이 없을 게 분명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우리는 알았다. 그 수업을 받는 사람은 우리 아이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아이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고, 아이의 의사를 반영해 세 과목을 골랐다. 과학 실험, 미술, 컴퓨터. 이렇게 3과목을 하면 월, 화, 수, 목 4일을 정규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 수업을 듣게 되는데 아이는 매일 다른 방과 후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게 여간 기쁜 모양이었다. 누워서 잠들기 전까지 내일 할 방과 후 수업에 대한 가슴 부푼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방과 후 수업 3가지를 고르면서 아이에게 의견을 물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과 후 수업은 학부모인 나에게도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드는 비용은 학원비의 반의반도 안 되는 금액인 데다 아이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게 정말 너무나 좋다. 그리고 일을 하는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으면서도, 아이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곳이어서 안심이 되었다.


학교를 좋아하는 아이처럼 학교가 좋은 이유가 내게도 자꾸자꾸 생겼다. 내가 입학한 것도 아닌데, 학교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나가면 아이가 다니는 태권도 학원에 사범님이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것 또한 안심되고 멋진 일이었다. 요즘은 태권도 학원에서 태권도만 하는 게 아니라 줄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는데 아이는 그게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그곳에서 새로 사귀는 친구들도 아이에게는 큰 활력이 되는 것 같았다. 오늘은 또 어떤 친구를 사귈까 궁금해하고 그곳에서 뛰어노는 것을 재미있는 일로 인식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는 차량이 운행되어서 아이의 하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태권도 관장님과 사범님은 입학 시즌부터 한 달 정도를 하교하는 시간에 맞춰 교문을 지키고 홍보를 했던지라 얼굴을 서로 익힌 상태여서 더 믿음이 갔다.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눈만 마주쳐도 기분을 좋게 해 주시던 그분들을 보며 어떤 일이라도 저렇게 열심히 하면 성공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이는 이토록 내 생각보다 더 잘 적응을 하고 있기에, 이제는 내 안의 걱정을 거의 다 내려놓았다. 또 아이의 시작을 함께 하며 나도 새로워진 기분이다. 몰랐던 세계에 발을 들인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아이로 인해 새로 접해보고, 겪어보는 세계가 내게도 또 다른 활력으로 다가온다.


당장 다음 주부터 복귀를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 후유증으로 인해 아직 약을 먹고 목소리를 낼 때마다 목이 아프고 오후가 되기도 전에 목소리가 쉬어버리는 나는 사실 개인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일상을 일상답게 보내지 못하는 날들에 약한 내 몸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해야할 일들이 버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만 나으면 모든 게 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그런 증상들이 아직 나를 괴롭히지만 나도 나의 시작을 꽤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우리 아이도 자신의 자리에서 저렇게 잘 해내고 있는데, 엄마인 나는 더 잘해야 하니까. 빨리 나아서 어느 때보다 신나게 일을 할 것이다.


나의 천사야. 엄마는 늘 너를 생각하면서 너의 시작을 응원할게. 그리고 늘 지켜볼게. 네가 너무나 잘 적응하고 잘하고 있을 때조차도 네가 힘들지는 않을까, 버겁지는 않을까, 그래서 내 품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살피기도 하며 말이야. 하지만 이것 하나는 약속할게. 이제 앞으로는 전적으로 너를 믿겠다고. 너의 가능성을 믿고, 너의 곧은 심지를 믿고, 너의 용감함을 믿을게. 그래서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대신 네가 얼마나 잘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고 그리며 시간을 보낼게. 나의 아가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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