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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Feb 07. 2021

브런치에 쓴 글을 몇 번이나 읽어보시나요?

저는 열 번 정도. 어쩌면 그보다도 많이.

요즘 글 쓰는 게 이렇게 재미있고 행복한 일이구나를 느낀다.


대학을 졸업하고 호기롭게 작가이면서 동시에 출판사를 운영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외국어를 공부해 내가 집필한 작품을 직접 번역하고 싶다는 꿈도 꿨었다.

더 나아가서는 작가 양성학교를 설립하고 싶었다. 입시를 준비하는 것처럼 작가가 되기 위해 책 읽기와 글쓰기 같은 과정이 포함되어 어려서부터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그런 학교.


문예창작학과를 갔을 때 교수님들이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하시는 방송작가, 시인, 소설가, 비평가인 게 세상 무엇보다 신기했고 꼭 연예인을 보는 거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잘 갖추어진 환경의 학교가 있다면 미래의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 같았고 그런 환경은 상상만으로도 벅차고 감동스러웠다. 그곳에서 전 세계를 빛낼 대작가들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 꿈은 이루어졌을까?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런 대답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고는 한다. 적어도 지금은 글을 쓰고 있으니까. 그래서 한 발짝씩 나아가는 중이니까.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아이를 낳고 몸조리할 때를 빼고는 잠시도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그때를 살아내기 바빴다. 일과 육아만으로도 하루가 훌쩍 가버리는 날들이 많아 글을 쓰고 어딘가에 응모한다는 건 꿈도 못 꿨던 것 같다.

그렇지만 늘 글을 쓰는 것에 목말라 있었다.

면서도 퇴근하고 아이들과 하루를 온전히 보내면서도 무의식 중에 해결되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그 근원이 글쓰기라는 걸 찾는 과정이 오래 걸렸었다. 내가 쓰지 않고 배겨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참 많이 걸렸다.


두려웠던 거 같다. 내 글을 누군가가 읽기나 할까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나는 글을 쓸 만큼 실력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후자가 나를 더 움츠리게 했다. 일같이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해서 지금 당장 글을 쓰기에는 가망이 없다고까지 생각했다.


대학을 다닐 때 쓴 내 작품들은 먼지가 쌓인 채 기억에서 멀어졌고, 작가노트는 비어진 노트 칸이 백지로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글을 쓰는 걸 너무 오래 쉬어서 감히 펜을 들고 어딘가에 글을 써서 보낼 용기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늘 변하지 않는 건 있었다. 실력은 안 되지만 쓰고 싶어 못 살겠는 거. 그 마음이 단 한 번도 없던 적은 없었다. 다만 애써 누르고 외면하고 바쁘게 살았을 뿐.


글쓰기에 점점 시동이 걸린 건 신랑과 주말부부로 살게 되면서부터였다.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 많이도 울었었다. 슬프고 공허한 마음으로 블로그에 글을 기 시작했다. 일상을 쓰다보니 글쓰는 게 힘들지 않았다. 그러다 내 글을 누군가가 읽고 또 그 글들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행복했다. 나는 글을 쓰며 조금씩 치유되었고 훨씬 큰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둘째가 태어나면서 일로 빨리 복귀해야한다는 조급함을 좀 내려놓았다. 그러자 그 틈을 비집고 글쓰기의 열망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더는 글을 안 쓰고는 버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아이를 돌봐야 해서 잠이 극도로 부족했지만 그 시간마저 쪼개어 글을 쓰지 않고는 잠이 오지 않았다. 쓰고 싶었다.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상황이 열약하다 보니 글을 쓰는 시간보다 구상하고 메모장에 남기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그리고 겨우 짬을내 메모를 보고 조금씩 살을 덧붙여 갔다.


그렇게 해서 탄생되는 글이 나는 너무 좋았다. 절박하고 시간에 쫓기며 글을 쓸 때면 나는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싱그러운 나무 냄새도 나는 것 같았고, 피곤했지만 기분이 맑아졌다.


그러면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얼마나 생기 있고 행복한지.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걸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게 글쓰기와 연관되어 다가왔다.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내가 글쓰기에 얼마나 흠뻑 빠져있는지 깨달았다. 나는 글 쓰는 게 정말 좋았다. 지금까지도.


글을 쓰다 보면 내 글의 문제점이 너무 여실하게 드러나 속이 상하기도 했다. 왜 알면서 고치지 못하나 자책도 했다. 그런데 그것마저 좋았다. 못쓰니 계속 써야지. 글을 계속 쓸 이유가 하나 더 생겼으니까.

주제를 잡고 구상을 할 때면 발자국조차 없는 사막을 홀로 걷는 것처럼 외로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어느 분야든지 창작의 고통 없이는 아무것도 나올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작가가 되기에 당연한 숙명이라 생각한다.

아무것도 없었던 백지를 채워가는 건데,

그건 기적 같은 일인데,

 정도 고통 따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글은 쓰며 나는 치유가 되었고, 회복이 되었으며

행복감을 느꼈다. 어느 순간보다 가볍고 홀가분했으며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


내 글이 어딘가에 게재되지 않아도 좋고, 책으로 나오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까지 들만큼 글쓰기가  좋았다.

그래도 글로 돈을 조금은 벌어고 싶. 아이들에게는 층 침대를 신랑에게는 노트북을 양가 부모님들께 용돈을 두둑이 드리고 싶다.


그래서 지금도 크고 작은 공모전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이력이 하나씩 늘어가겠지. 안 그러면 내 글이 늘어가겠지.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좋다.


지금 쓰는 글들은 나중에 작가가 됐을 때 꺼내쓸 수 있는 나만의 작가노트라 생각한다. 글 쓰는 사람에게 이 보다 좋은 건 으니까 미루지 않고 열심히 쓸 수 있을 때, 쓰고 싶을 때 열심히 쓰려한다.

그러기에 이 브런치라는 공간은 내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특별하다. 정말 글만 집중해서 쓸 수 있으니까. 난 다른 작가님들 꺼도 읽는 걸 너무 좋아해서 읽다보면 글 쓰는 것도 잊어버리고는 한다.

원 없이 쓰고 원 없이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 브런치가 좋다.


결국엔 제목보다는 또 내 특기이자 단점으로 옆길로 술술 새어버렸지만 글은 언제나 소중하다. 그래서 게재하기 전에도 여러 번 읽고 게재 후에도 또 읽는다. 재밌는 건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감정들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그리고 부끄럽지만 내가 쓴 글에 내가 흠뻑 빠져든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 글을 적어도 10번씩은 읽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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