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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Feb 06. 2021

파꽃

부모님은 파처럼

파는 안 들어가는 데가
없을 정도로 요긴하게 쓰이는 식재료다.
파를 먼저 넣어 기름을 볶으면
파 기름이 되는데
그 기름은
음식의 풍미를 살려준다.
파의 아삭한 식감은
찌개나 국, 음식의 식감을 좋게 해 주며
맛을 살려준다.
그렇게 파는
우리에게 온몸을 다 내주면서
꽃을 피어 아름다운 모습까지
보여준다.

부모님도
어쩌면 지금이
파에 핀 꽃처럼
인생에서
가장 여유롭고 편한 최고의 시기일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손주에게까지
관심과 정성, 애정을 주느라
온전히 즐기시지 못한다.
정말 파처럼
온몸을 내어주시기만 한다.


나는 시골에 살지 않아서
파꽃을 저렇게 가까이서 본 것도
저렇게 많이 피어있는 것도 처음 봤는데
사실대로 얘기하면 사실
파에도 꽃이 피는 줄 몰랐다.

그런데
옹기종기 피어있는 파꽃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꼈다.
보면 볼수록 더 아름다운 게
그 파꽃이
시부모님의 사랑과

꼭 닮아 있어서 그런지도 몰랐다.
마침 파꽃을 발견한 장소도
시댁에서
골목을 돌자마자였다.

나는 처음
결혼이란 걸 했을 때,
언제나 내편인
가족이 많아진 게 믿기지 않아 너무 신기했고
정말 좋았다.

갈 때마다
힘들게 농사지으신
무며, 쌀, 상추, 고구마 등등을
먹기 좋게 정리를 끝마친 후 싸주시는데
정말 그 원천은
끝없는 사랑에서부터 인 것 같다.

파에 대해서는
또 하나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날이 있는데
그날은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토요일에 시댁에 가서
한 밤 자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요일이 었는데
아버님이 다른 채소를 싸시면서
집에 파가 있냐고 물어보셨다.
내가 그때 없다고 대답한 거 같은데
아버님이 모자를 쓰시더니
문 밖으로 나가셨다.

비 오는 날
며늘아기에게 먹이기 위해
모자만 쓰시고
밭 한쪽에서 파를 뽑고 계셨다.
잠시였지만
사라진
아버님을 찾아 나선
내가 현관문을 연 순간
쭈그리고 앉아
파를 뽑고 계시는 아버님의 모습이 보였다.

그날의 일과 아버님이 주인공인 그 그림 같은 풍경은 지금까지 내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상추쌈을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시고는
항상 우리가 가면
저녁밥상에 상추가 한가득 그릇에 담겨있다.
그런 하나하나에서
내리사랑이 느껴진다.


비싼 명품가방을,
높은 금액이 든 상품권 봉투를
받지 않아도
사랑은 어디서든 느낄 수 있었다.

우리를 생각하며

흙을 고르고

작물을 심고, 가꾸고

수확해서

흙을 털고 챙기기까지.
어쩌면
우리가 겪는 일상의 한 부분에서
나는 더 큰 사랑을 자주 느꼈다.

시부모님은
안부도 물어봐주시고,
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우리보다 더 기뻐하시고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잠도 주무시지 못하고
걱정하신다.
내가 마음을 졸이거나, 마음이 아픈 일이 있으면
아픈지 미처 내가 알아채기도 전에
어떻게 아시는지 내가 괜찮은지 걱정하고 돌봐주신다. 그만큼 우리에게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계셔서 그런 거 같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을 많이 받아
점점 더 우리밖에 몰라지는데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좋은 곳 있다면 여행 가고, 시켜먹고 등등)
어른들은 우리에게
줄 것들만 고민하시는 거 같다.
그래서 좋은 옷도, 비싼 옷도, 맛있는 음식도,
여행도 다 마다하신다.
이건 내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그게 제일 마음 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직 시간이 많은 데...
이제껏 받은 걸 돌려드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주고받는 존재가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받고
양가 부모님은 항상 주시고...
우리가 드리는 일들이
오히려 이벤트로 느껴질 만큼
끊임없이 사랑과 애정을 쏟아부으신다.

이 사진은 첫째 복덩이와 아버님의 뒷모습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 아까워
복덩이가 크는 만큼
어른들과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걸 알기에
복덩이와 어른들이 함께 있는 사진을
찍곤 한다.

한 자리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우뚝 솟은 채 지키고 있는 저 산도
어머님, 아버님, 엄마, 아빠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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