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과일도 한철이 있는데
가판대 앞 어르신에게는 한철이 없다.
뒤늦은 요기를 하러 장갑을 벗는데
그날은 한파특보가 발령된 날이었다.
반찬통을 열어보지만
언 손이 빠드득빠드득 소리를 내며 뚜껑에 헛돈다.
할머니는
찬밥 한 덩이에
살얼음이 서걱서걱 씹히는
동치미 국물을 맛나게도 잡수신다.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있으면
허리가 굽은 게 보이지 않는다.
그곳에서
할머니는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을 자유로이 넘나들고 있다.
고사리 손 꼭 잡고 걸어가는 아이와 새댁을 보며
허리 펴지고 아이들 어리던 할머니 옛 시절이 떠오른다.
가판대 위
겨울 무에 달린 무청이 푸르다.
웰빙 시대를 맞아 무만큼 인기가 많아졌다.
‘집에 있으면 뭐하나’ 혼잣말을 하며
매일 이곳을 지키니
할머니도 덩달아 인기가 많아졌다.
한철 없이 할머니가 매일 나오는 이유는
혹시 아파져서 병원에라도 갈라치면
자식들에게 병원비 손 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손주들 올라치면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얼마라도 손에 쥐어주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