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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영 Feb 05. 2021

태어나기 전부터 둘째였던 너에게

너는 한 번도

엄마를

온전히 네 것으로

가져본 적이 없지.


나눠가지는 게

숙명이 되어버린

너에

엄마가 부재중일때가 많텐데

얼마나 어떻게 잘 해줄 수 있을지

늘 걱정하고, 고민해.


그런데

그 고민이 무색해질만큼

넌 내가 마음에 드나봐.


엄마를 보며 늘 가장 밝게 웃어주고,

엄마가 시야에서 벗어나기라도 하면

세상에 전부를 잃은 듯 서럽게 울어.


밤이면 엄마를 더 찾아.

어젯밤에도

아빠 품에 안겨 서럽게 울던 는데

형아를 재우고

내가 안아 드니

우느라 눈도 감고 있었으면서도

어떻게 알아챘는지

울음이 딱 그버렸어.


세상에서 가장

풍부한 언어로

옹알이를 할 때도

그 작고 사랑스러운

손을 빨고 있을 때도

초롱초롱한 두 눈은 언제나 엄마를 향해있지.


엄마는 그런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을 지경이야.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처음은 아니지만

너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건

처음이라

또 세상이 반으로 툭하고

갈라지는 것만큼

놀랍고 신기하고 경이와.


오늘 네가 매트에서

모로 누워 자고 있으니

형아가 가서

네 머리에 좁쌀 베개를 대주고

이불을 살포시 덮어주더라.


처음 보는

광경에

엄마는 추운 겨울이라는 것도

잊을 만큼 따뜻해졌어.


너는 한 번도

엄마를 온전히

가져보지 못했지.


그런데 형아는 말이야.

대신 이렇게 멋지고

듬직한 형아가 없었어.

넌 태어나기 전부터

멋진 형아를 가졌.


형아는

엄마보다

어쩌면 더

너를 아끼고 사랑하게 될지 몰라.


네가 내게도 하지 못한

고민을 털어놓을지도 몰라.


물론 엄마도

이 세상 어떤 것을 줘도

너와는 안 바꿔.


네가 지금까지

내게 웃어준 만큼

네가 지금까지

내게 웃음을 준만큼

다시 주려면

아마 평생을 줘도 모자랄 거야.


그만큼

넌 내게

줘도 줘도 모자란 존재고

무엇도 아깝지 않은 귀한 존재야.


아직도 두 번째

손가락을 맛있게 빨아

귀여운 너는

곧 첫 번째 손가락의 맛을 알게 돼

첫 번째 손가락을 빨게 되겠지.


너는

하루아침에

천지가 개벽 하 듯

혼자 앉고

혼자 짚고 일어서며

하나하나 성장해나갈 거야.


그런 네가 너무 아까워.

아직은 한 팔로도 안을 수 있는 네 모습이.

기어 다니지 못해 내 품이 전부인지 아는 네 모습이.


그리고 벌써 그리워.

지금 이 소중한 들이.


하지만 너는 그때마다

아까움보다

그리움보다

더 크게

기쁨과 감격을 안겨주며

무럭무럭 자라나겠지.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채워주겠지.

그래서 너의 성장이 무척이나 기쁠 것 같아.


소중한 네가

내게 와줘서 고마워.

내 아가가 되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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