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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FREEBOW MAN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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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산의 카프카 May 24. 2023

12. 이탈리아 로마, Freebow대장정의 마침표

2012번의 맞절을 끝으로 여행을 마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거쳐 마지막 종착지인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다. 유럽 대륙을 횡으로 가로질러 장장 28시간의 여정이었다. 그리고 영국 런던에서 시작한 30일간의 내 방황의 대장정이 끝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출국 당일에 로마에 도착하다니, 나도 참 보통 간이 큰 게 아니구나 싶었다. 아니면 참 생각이 없는 사람이던가. 어찌 됐든 이렇게 살아서 제 날짜에 도착했으니 이번에도 역시 여행의 신이 날 도운 것이 틀림없었다.


로마에 도착한 나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예정대로라면 바르셀로나에서 로마까지 25시간이 소요되어야 했지만 중간에 버스고장으로 3시간이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게는 아직 목표한 2012번의 freebow 중 20번의 맞절이 남아 있었기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남은 시간 동안 사람들과 20번의 절을 하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비행기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걱정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나는 뛰다시피 하며 로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곳,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다행히 콜로세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콜로세움을 뒤로하고 이제 오늘로 마지막이 될 말을 외쳤다.


“FREEBOW!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와 존중의 절을 해요!”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갓 쓴 이방인이 그럴 싸했는지 금세 많은 사람들이 내 앞으로 모였다. 한 분, 두 분, 세 분. 마지막이라 생각해서인지 나와 절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더없이 소중하다. 존중을 가득 담아 절을 올린다. 그리고 말한다. “저는 당신을 존중합니다. 우리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봐요!” 


1시간도 안 되어 20명과 절을 마쳤다. 2011번의 맞절. 목표한 맞절의 마지막 2012번째는 한국으로 돌아가 아버지께 드릴 것이었기에 유럽에서의 절은 2011번이 끝이었다. 해냈다. 누군가에게는 무모한 도전, 부질없는 행동, 쓸데없는 캠페인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인생을 건 도전이었다. 그리고 그 도전을 통해 몇 천명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절을 하고 또 대화하면서 지나온 삶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갈 원동력을 얻었다. 내게 있어 freebow는 눈부신 성공이었고 그 자체가 깨달음의 과정이었다. 


2011번째 freebow는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에서 온 아주머님이셨다. 그는 당신이 내 30일 여행의 마지막 맞절 상대라는 내 이야기에 감격하며 내 손을 맞잡았다. 

고생했어요. 정말.”

살면서 흔히 듣는 말인데 눈물이 핑 돌았다. 고생했다. 노성종. 이제 정말 끝났구나.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마주 인사했다.

제 마지막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더 고맙지 뭐. 이제 스스로를 좀 더 존중하세요. 몸이 이게 뭐야?”

그녀는 고된 행군에 비쩍 마른 내 손목을 잡으며 마음 아파했다. 참 따뜻한 손길. 세월이 지나면서 freebow의 마지막이 된 그녀의 얼굴은 잊게 될지 몰라도 그 감촉만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콜로세움 주변을 맴돌았다. 막상 끝나니 왜 이리 아쉬운지, 시간이 허락하는 한 좀 더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이제는 아름다운 이별을 할 때였다. 구질구질하게 매달려 아름다웠던 여행에 얼룩을 묻히기 싫었다. 이제 보내줄 때다. 안녕 Freebow! 나는 그렇게 콜로세움을 걸으며 아쉬움을 달래고 지난 30일의 여정을 떠올리며 그렇게 freebow와 이별했다. 잠시 후 로마 공항으로 가는 유럽에서의 마지막 버스를 탔고 출국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탔다. 꽤나 담담하게 그리고 꽤나 쿨하게 여행을 마쳤다. 


로마를 떠난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곧장 고향인 울산으로 향했다. 집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아버지, 그에게 이제 마지막 절을 할 때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나를 보고 아버지께서는 놀라셨지만 이내 장난스럽게 물었다.

“뭐 하려고 벌써 돌아왔어? 아예 거기서 살지 그랬어?” 

나는 서둘러 그를 자리에 앉히고 아버지께 말했다. 

“아버지, 불효자 노성종. 이제 돌아왔습니다. 인도 인턴을 마치고 말도 없이 훌쩍 유럽으로 가서 죄송합니다. 유럽에서 2011번의 절을 끝내고 이제 아버지께 마지막 2012번의 절을 올립니다. 

아버지께서는 가만히 절을 받으시고 말했다.

“그래, 뭘 느끼긴 느낀 거야?”

“존중을 봤습니다. 그리고 존중을 느꼈습니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도, 그리고 그 신이란 것은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됐네. 그럼. 그래서 이제 네 방황은 끝난 거야?”” 

“네. 이제 또 새로운 방황을 시작해야죠.” 

“하여튼 요 녀석, 참 손이 많이 간단 말이지. 그래, 앞으로도 있는 힘껏 방황해 봐.”


차별을 없애기 위한 상호존중 freebow 2012 캠페인은 끝났다. 그러나 또 누가 알겠는가? 어느 날 훌쩍 또 한복과 갓, 짚신을 신고 세계 어디로 떠나 새로운 방황을, 새로운 freebow를 시작하게 될지. 그날을 기다리며 이제 입에 배인 이 말을 가슴속에 고이 접어 둔다. 


“저와 freebow 한 번 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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