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남은 자들의 마음
달아, 지지 마라
새벽아, 오지 마라
너를 닮은 노란빛 살랑살랑 이는
너를 맞이하러 온 달맞이꽃이 조금만 더 머물도록
달아, 조금만 더 그 자리에 머물러 줘라
그대의 온기를 품은 이 작은 생이 조금만 더 머물도록
새벽바람아, 아직은 잠시 멈춰줘라
그가 떠나는 길을 조금만 더 붙잡도록
야속하다 달아,
네가 가야 할 때라는 걸 알지만
네가 가기도 전에 노란 꽃잎은 소리 없이 떨어졌다
야속하다 새벽바람아,
네가 와야 한다는 걸 알지만
네가 오기도 전에 내 사랑은 조용히 떠났다
달맞이꽃처럼 아무 말 없이
모든 걸 놓고 떠났다
한낮꿈처럼 조용히 피어나
밤새 아무 말 없이 버티다
새벽바람에 조용히 지는 달맞이꽃처럼
그도 조용히 떠났다
톡 하고 건들기만 해도 금방 터질 것 같은 내 마음
건들지 않아도 스스로 터져 사라져 버리는 내 마음
저 새벽바람에 둥둥 실려가는 비눗방울들이 내 마음,
남은 자들의 마음이다
우리네 슬픔도 그 안에 둥실둥실 담아가
톡톡 사라져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비눗방울아, 너희들은 그렇게 없어지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그래도 살아야 한단다
남은 자들은 떠난 자를 가슴에 품고
새로 맞이하는 날처럼 살아야 한다
먼저 떠난 자가 다 피우지 못한 생을
이어 살기 위해서 새날을 맞이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그게 너무 힘겹다
바라는 것 없이 그저 조용히 피어
향기를 남기고 간 달맞이꽃처럼,
바라는 것 없이 그저 조용히 신비한 둥근 빛
몽실몽실 피어오르다 간 비눗방울처럼
나도 그랬어야 했는데
말없어도 그저 병상에 누워있는
그 모습 보는 것으로 좋았는데
너무 간절히 바랬나
너무 간절히 기도했나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으면
지금 좀 더 잘 견디었을지도 모를 텐데
무리한 소원을 빌었나
그냥 깨어나지 않아도 되니까
그대로라도 있게 해달라고 할 걸 그랬나
그랬으면 아직 그대가 늘 있던
그 자리에 있었을지도 모를 텐데
아니다, 어쩌면 이것도 무리한 내 욕심일 거다
괜찮은 척 하루를 버티다,
해가 지면 조용히 피어나는 어여쁜 달맞이꽃처럼
떠난이의 빈자리가 피어난다
그리움은 날마다 조용히 되살아나는 파도 같고,
기억 속에 둥둥 떠다니다 터져버리는 비눗방울 같고,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하룻밤 피고 지는 달맞이꽃 같은 거라
오늘도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은
저 달맞이꽃처럼 피고 비눗방울처럼 사라진다
달아, 너는 아니
그대가 떠난 그 순간부터
나는 매일 밤 한 송이의 달맞이꽃처럼
내 안에서 피었다가 스스로를 지우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새벽바람아, 너는 아니
비눗방울 같은 기억들이
마음속을 맴돌다 톡 하고 터지는
그 쓸쓸한 소리를 매일 듣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