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간식
오후 3시 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하교 시간이다. 집에 오자마자 찾는 간식. "엄마 배고파. 뭐 없어요?" 오늘의 간식은 이제 막 쪄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쑥 송편이다. 늘 봄이면 시댁으로 쑥 뜯으러 갔는데 올해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지난주 친정엄마는 쑥반죽을 해 놓으시고 소로 넣을 알밤과 돈부콩도 함께 주셨다. 아이들이 오기 전 서둘러 소를 넣고 모양을 잡아 솥에 넣고 쪘다. 쑥이 듬뿍 들어간 짙은 초록빛 송편이 먹음직스럽다.
아이들은 하나씩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음. 맛있다.", "다음엔 내가 직접 만들어 볼 거야.", "깨설탕은 없잖아." 추석에 시댁에서 만들어 먹는 송편은 금세 굳어 맛이 덜 한데, 엄마가 주신 송편은 윤기도 나고 적당히 쫄깃한 식감으로 아이들과 나 모두 좋아한다.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찍어 엄마에게 카톡으로 보낸다. 엄마는 보내 준 반죽이 따뜻한 송편이 되어 아이들 입에 맛있게 들어가는 모습에 즐거워하신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못 보는 외손주들이 잘 먹는 모습은 엄마를 힘나게 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 애들이 너무 맛있데."
"응, 이번에 쌀반죽 더 할 거니까,
목요일에 와서 더 가져가."
"그리고 이번엔 너 좋아하는
검정콩 넣어서 많이 먹어."
엄마는 외손주도 챙기고 중년의 딸도 잊을세라 챙긴다. 부모에겐 중년의 자식이라도 여전히 챙겨주고 싶은 아이이다. 살짝 웃음이 난다. '아직도 기댈 엄마가 계셔서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한다. "응, 이번 주에 꼭 갈게." 하며 전화를 끊는다. 잠깐 동안의 통화로 엄마와 나의 마음이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