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짝 친구들과의 제주도 여행

벚꽃이 살짝 흩날리는 모습에 내 마음도 살짝 설렌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봄날이다. 나에게 기억나는 여행은 언제였을까? 여러 여행을 떠올려본다. 그중 작년에 친구들과 우여곡절 끝에 다녀온 제주도 여행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아이들이 있는 엄마는 가볍게 여행 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작년 겨울 정말 큰 맘먹고 두 친구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갔다. 직장에서 만나 20여 년을 함께 지내 온 친구들인데 한 친구가 몇 달 후 호주로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사를 가기로 한 것이다. 같은 도시에 있어도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호주라니...... 셋이 몇 년간 다시 얼굴 보기는 힘들 것 같아서 우리끼리만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여행 준비는 바쁜 일정 속 온라인으로 항공권과 숙박, 자동차 렌트만 준비하고 나머지 일정은 도착해서 정하기로 했다.


드디어 당일 저녁 6시 출발 비행기를 타기 위해 4시부터 공항으로 모였다. 여행 가는 설렘으로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챙길 아이들이 없으니, 가방도 가볍고 우리 마음도 가벼웠다. 우리는 도착해서 저녁 먹을 계획, 숙소로 이동할 동선 등을 이야기하며 들떠있었다. 그런데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늦어진다는 방송이 여러 차례 흘러나왔다. 조금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를 나누느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긴 기다림 끝 저녁 9시가 돼서야 제주도로 출발하게 되었고, 금세 눈 아래 제주공항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비행기는 착륙하려다 다시 올라가고 안내방송이 들렸다. 바람이 너무 세서 다시 착륙을 시도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다시 하강하다가 다시 빠르게 상승하는 게 느껴졌다. 기내는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착륙이 불가해 다시 김포로 회항하게 되었습니다.” 기내는 방송으로 다시 혼란스러워졌고, 우리는 제주 상공만 돌다 다시 김포로 가는 이 상황에 너무 실망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정말 이렇게 다시 돌아가는 거야?", "진짜로?", "어떻게 잡은 계획인데…”, “이건 말도 안 돼!” 하고 말이다.


결국 11시 반에 김포공항에 내리게 되었고, 항공권을 취소할지 연기할지 정해야 했다. 우리는 2박 3일 여행이 1박 2일이 되더라도 취소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새벽 6시 비행기로 다시 출발하기로 했는데 숙박할 곳이 여의치 않아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자정을 지나 겨우 집에 도착한 우리는 여행도 시작하기 전에 지쳐버렸다. 우리의 맘도 한껏 부풀어 올랐다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글쭈글 해졌다. 그리고 ‘가는 날이 장날이다.’라며 라면과 맥주로 야식을 먹고 바로 잠들었다.

새벽 5시 알림과 함께 일어나 부랴부랴 새벽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가 이렇게 오기 힘든 곳이었나?” 웃으며 바쁜 일정을 시작했다. 3박 계획을 2박에 맞추려니 마음도 바빴다. 그래도 제주의 파란 바다, 검은 돌, 초록초록한 나무와 풀을 보니 마음이 금세 괜찮아졌다. 스누피가든에 가서 낯익은 캐릭터들과 함께 아이들처럼 사진을 찍었다. 애들이 아닌 우리를 주인공으로 서로서로를 찍어주었다. 풍경이 멋진 삼나무 숲 속 커피숍에서 향 좋은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웃음이 났다. 창가의 볕도 따뜻하고, 공간의 아늑함으로 마음이 느긋해지는 순간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왠지 금세 지나버릴 것 같은 아쉬움에 사진도 여러 번 찍었다. 잠깐만이라도 잡아두고 싶은 예쁘고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정말 제주는 아름답고 예쁜 곳이었다. 이국적인 바다 물빛이 예뻐서 카메라로 여러 번 담아보아도 실물만 못 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나 혼자 즐기자니 아이들과 남편 생각이 났다. 내년에는 가족들과 와 보자고 혼자 다짐해 보았다. 이렇게 순간순간의 아름다움을 눈과 카메라에 담고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행 가는 길도 어려웠고 일정도 짧아서 아쉬웠지만 우리에게 몇 년간 기억할 추억거리는 충분히 만들고 온 시간이었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우리의 첫 번째 소중한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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