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

내가 만난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을 5년 전 초등학교 독서 특강에서 처음 읽게 되었다. 간결한 그림에 귀여운 눈을 가진 들쥐들의 이야기. 프레드릭은 다른 들쥐들과 달리 일하지 않는다. 대신 눈을 감고 바위 위에 앉아 있다. 다른 생쥐가 묻는다.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그러자 프레드릭은 답한다.


“나도 일을 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날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토론 논제 중 “다른 생쥐들과 달리 일하지 않는 프레드릭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 엄마들의 답은 다양했다. 다른 생쥐들은 일하는데 일하지 않는 프레드릭이 얄밉다. 일하는 생쥐는 남편과 같고 본인은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는 프레드릭 같다며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는 프레드릭이 모으는 햇살이 나에게도 간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세 아이의 육아로 힘든 일상에서 나의 마음이 어둡고 추워질 때가 있다. 이때 나는 차 한잔 하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다. 따뜻한 차와 함께 책을 읽는 이 순간이 내 마음에 햇살이 드는 순간이다.


3년 후 중학교 학부모 독서 모임에서 같은 책으로 다시 토론했다. ‘이번 토론에서 프레드릭은 학부모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기대가 되었다. 이번 모임에서는 프레드릭이 추구하는 정신적인 면, 예술적인 면의 가치가 인정되는 분위기였다. 프레드릭이 다른 들쥐와 달리 실용적인 일을 하지 않는다고 지탄받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누군가 이야기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아나요? 가짜 프레드릭이 있을 수 있잖아요. 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면서 고상한 척 예술하는 척 말이에요.” 난 그분의 말에 새삼 놀랐다. 프레드릭인 척하는 사람들이라니! 책을 읽으며 가짜 프레드릭을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믿고 싶지 않지만, 세상 속에는 그런 거짓 행세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역시 독서토론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그림책 토론 모임에서 만난 세 번째 프레드릭. 이번 토론의 주인공은 프레드릭이 아닌 나머지 들쥐 가족이었다. 일하고 있는 자신들과 달리 바위에서 햇빛을 모으는 프레드릭을 비난하지 않고 존중해 주는 들쥐들! 프레드릭은 오히려 좋은 가족을 둔 운 좋은 들쥐였다고 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다른 이들을 존중하고 포용해 주는 프레드릭과 나머지 들쥐 가족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태도로 살고 있을까? 나와 다른 이들을 얼마나 포용하고 존중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의외로 포용적이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한다. 가족들이 나와 생각이 다르면 설득하려 했다. 특히 아이들과의 문제에서는 내 기준과 계획으로 아이들을 맞추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커가며 나와 의견 대립이 종종 일어난다. 또한 주변사람들도 결이 맞는 사람들과 만난다며 가려 만나거나 거리를 두고 경우도 많았다.


'과연 나의 관점으로
세상을 옳게 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관점이 완벽한 것이 아닌데 다른 사람의 관점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몇 년 후면 50살을 앞두고 있지만 나의 이런 태도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은 아니다. 부끄럽지만 나이가 들면서 포용심은 늘지 않고 오히려 아집은 늘어나는 듯하다. '나는 꼰대는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말 아닐까? 나의 좁은 시선을 조금만 더 바꿔보려 노력해 봐야겠다. 갑자기 바뀌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돌아보려는 시도는 분명 차이를 만들것이다. 그리고 나와 아이들 그리고 내 주변사람들과 함께 그동안 보지 못했던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하얀 목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