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목련화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화장한 봄날은 아니지만 따뜻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하루다. 봄꽃의 시작으로 산수화, 개나리, 벚꽃들이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봄꽃은 목련이다. 소담스러운 크기에 도톰한 하얀 꽃잎이 참 우아하게 느껴진다. 목련이 피는 이 봄은 늘 내게 고등학교 시절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영어 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자 제일 좋아하는 선생님의 시간이다. 늘 칠판을 깨끗하게 닦아놓고, 색지로 빨강, 흰색, 파랑분필도 싸놓고 수업종이 울리기를 기다린다. 선생님께서 앞문을 드르륵 열며 들어오신다. 한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얼굴에는 늘 여유가 넘치는 미소를 띠며 당당한 모습이다. 살짝 교탁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보시는데 3층 우리 교실에서 키 큰 목련나무의 꽃송이가 보인다. 목련을 한참 보시더니 가곡 '목련화'를 부르신다.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처럼 순결하게 그대처럼 강인하게

대입준비로 팍팍했던 고등학교 시절이었지만 영어 시간에는 선생님의 팝송, 가곡 등을 간간히 들을 수 있었다. 영어발음도 유창하신 선생님의 중저음의 팝송을 들을 때면 '멋지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때 들었던 곡들 중 'Evergreen', 'Can you feel tonight?', 'Graduation tears'이 기억이 난다. 졸업 후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영어로 대학전공을 선택을 했다. 그리고 타학교로 전근 가신 선생님을 친구들과 한번 뵈러 갔었다. 그리고 연락을 드리지는 못하다가 최근에 생각나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졸업 후 25년이나 지났는데 찾을 수 있을까?' 했는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근처 학교에서 근무하시다가 은퇴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한 번 뵈러 갈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책도 출간하시며 건강하게 살고 계신다는 글을 읽게 되니 안심이 되었다.


'선생님께서도 우리에게 봄날의 아름다움을 노래해 주신 것을 기억하실까?' 혹 선생님께서는 기억 못 하시더라도 나에겐 매년 하얀 목련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선물 같은 순간이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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