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분

<<엄마 도감>>을 읽고


나의 기분은 봄날의 날씨처럼 변덕스럽다. 어른이라면 이제는 감정 통제도 해야 하는데 왜 생각대로 안 되는지 모르겠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기분이 정말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잠자기 전 늦게 꾸물거리는 아이들을 보자니 속이 부글거리고, 결국엔 짜증이 섞인 말로 아이들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얼마 전 알게 된 권정민 작가의 책 중 『엄마 도감』을 읽었다. 아이의 시선에서 본 엄마의 여러 모습이 정말 첫아이 키울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이 실감이 났다. 그중에서 엄마의 감정 편이 내 시선을 잡았다. 활발함, 명랑함, 핸드폰에 빠진 멍함, 우울함, 불안함, 심각함을 담은 엄마의 얼굴들. 그리고 아기는 “엄마의 몸 상태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엄마의 기분”,“몸짓과 표정, 목소리, 눈빛 등으로 엄마의 상태를 기억해 두면 까칠한 엄마와도 잘 지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아기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엄마의 표정이나 눈빛만 봐도 금세 엄마의 기분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엄마 괜찮아?”하고 물어본다. 나는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내 표정과 목소리는 숨길 수 없다. 반면 ‘나는 아이의 얼굴만 봐도 아이의 기분을 잘 알 수 있나?’하는 질문을 해 본다. 아이가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나는데도 얼굴 보며 이야기하는 대신 “잘 다녀왔어?” “숙제는?” “간식 먹고 피아노 얼른 가.” 등으로 질문만 던진다. 이런 나를 되돌아보니 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처음 태어난 아이가 너무 신기해 한참 보고 또 보고 하던 엄마에서 짧은 대화 속에서도 아이 채근만 하는 엄마로 변해버린 내 모습이 씁쓸한 생각이 든다.

요즘 내 얼굴에서 나타나는 감정을 찍는다면 아마도 스트레스로 짜증남, 화남 등이 주를 이룰 것 같다. 왜 그런지 큰 아이의 학업 문제는 나에게 잘 풀리지 않는 숙제와 같고, 내 미래를 생각하니 준비 없이 시간만 가는 듯해 조급함이 든다. 그러다 보니 웃고 좋은 모습들은 남들에게 보여주고 정작 내 아이들에게는 여과 없이 나의 감정들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둘째는 나에게 작은 것에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달달한 편지도 가끔 준다. 책 속의 말처럼 까칠한 엄마와 잘 지내려는 둘째의 노력이 느껴진다. 반면 나는 그 고마움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늘 나의 기분이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 순간들을 그냥 지나쳐버렸다. 식물들도 좋은 음악과 말을 들으면 잘 자란다는데 나는 우리 아이에게 좋은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에 너무 인색하다. 책을 읽으며 내가 우리 아이들 기억 한편에 어떻게 남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엄마가 웃고 있는 즐겁고 행복한 순간으로 남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내가 노력해야 한다. 무거워진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 속으로 나간다. 그리고 가벼워진 마음과 함께 입가를 살짝 올리고 웃는 연습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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