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읽고
봄이 되면서 아이들을 위한 책들을 정리하다가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찾았다. 이 봄에 꼭 맞는 노란색 표지에 커다란 나비가 보이는 앞표지. 그리고 커다란 나비를 고개 들어 보고 있는 두 마리 애벌레. 노란색, 나비, 애벌레 모두 봄을 상징하는 것들이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설레고 화사해진다. 소파 옆 책장에 살짝 꽂아놓고 아이들이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길 기대해 본다.
작년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 큰 아이 방을 정리하며 책장 한편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보았다. 전에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애벌레 기둥 장면이 떠올라 다시 책장을 펼쳤다. 다 읽고 나서 큰 아이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상 옆에 두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큰 모의고사 문제집에 가려져 노란 나비가 주는 그 빛과 메시지를 큰 아이는 발견하지 못하고 학교로 돌아갔다.
큰 아이는 고등학생이다. 아직 자신의 진로를 정확히 정하지 못해 아이 본인도 고민 중이다. 그렇지만 학교 공부에 충실하려고 노력 중이다. 실은 수업 듣고 문제집 풀고 자정까지 넘겨 공부하고 바쁘다. 가끔 시간 되면 책도 읽으라고 말했지만, 고등학생들에게 책을 읽을 시간은 없다고 한다. 책도 읽어야지 하고 말하는 엄마의 말은 실상을 잘 모르고 하는 잔소리가 되어 버린다.
책 속 호랑 애벌레가 끝까지 올라가려고 하는 그 애벌레 기둥 속에 내 아이가 있다. 삶의 방향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막연히 앞만 보고 가는 내 아이가 호랑 애벌레 같아 안타깝다. 이렇게 앞만 보고 가다가 그 꼭대기에서 발견하게 될 수많은 다른 기둥들을 보고 얼마나 허무해할지. 실은 아이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꼭대기까지 상처받지 않고 안전하게 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다행히도 호랑 애벌레는 나비가 된 노랑 애벌레를 보고 땅으로 다시 내려오며 다른 애벌레들에게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해주지만, 애벌레들은 믿지 않고 오히려 심술부리는 거라고 한다. 심지어는 ”설령 그게 사실이더라도 우리가 달리 무얼 할 수 있겠어?”라며 반문한다.
호랑 애벌레와 다른 애벌레의 대화가 마치 나와 큰 아이 대화 같다. “요즘 관심 가는 거 있어?, 하고 싶은 거 생각해 봐! 대학에서 공부해 보고 싶은 거 있어?” 오히려 질문하는 나의 말들에 딸은 불만이다. 자꾸 자신을 재촉하고 채근하는 말이라고. 지금은 우선 시간도 없고 진로를 확실히 못 정했으니 공부해 수능 점수라도 잘 받아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말은 사실이다. 나도 동의한다.
큰 아이도 2년 후면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닐 날을 기다리며 지금, 이 순간을 견뎌내는 중일 것이다. 어른이 되기 전 자신을 알아가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채 자신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아이도 자신의 내부에 있는 나비 한 마리를 꼭 발견하길 바란다. 봄볕은 따뜻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부는 주말 오전 큰 아이 생각이 많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