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어려운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이성복 시론 <무한화서> 시작 중에서

315

일전에 하도 글쓰기에 자신이 없어서 적어본 거예요. ○내가 쓴 글은 내 글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확히 나의 글이다. 왜냐하면 내 글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쓸 수 없는 것들은 언젠가 다른 글에서 다른 방식으로 씌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써야 할 의무가 있다. 왜냐하면 그때 그곳에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아무 생각 없이 빨리 써 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나의 몸과 기억이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324

글쓰기는 긴가민가할 때 해야지, 다 알고 나면 쓸 게 없어져요. 다 아는데 굳이 뭐 하러 쓰겠어요. 겁먹지 말고 일단 시작해 보세요. 글은 씌어지면서 스스로 정리되고 마무리될 테니까요. 그냥 바람 쐬러 가는 기분으로 가볍게 시작하세요.


379

우리가 글을 쓰는 건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할지 알기 위해서예요. 글을 쓰면 반드시 자득自得하는 부분, 스스로 터득하는 부분이 있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뭣하러 애꿎은 몸과 마음을 쥐어짜겠어요.


고민하는 사람에게 책은 답을 주는 것일까? 글쓰기에 대해 고민을 하는 중 <읽는 기쁨>이란 책을 알게 되었다. 책 목차 중 '사실은 친절한 글쓰기 선생님'이란 부제로 소개된 이성복 교수의 <무한화서>를 읽게 되었다. 작가의 시록 모음 중 '시작'에서 글쓰기 관련 문장들을 읽었는데 정말 모든 글들이 짧지만 명쾌했다.


315번 문장 속 '글은 나 자신이기에 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브런치에 올린 나의 글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앞으로 내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지 깨달았다.


324번 문장은 시작이 어려운 나에게 용기를 주는 대목이다. '아직 잘 모르겠어.', '좀 더 잘하게 되면 시작해 볼 거야.'라는 소극적 태도에서 이렇게 브런치에 엉성한 글이라도 올리려고 몇 번씩 읽고 수정하는 나를 칭찬해 본다.


마지막 379번 문장 내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글을 쓰는 과정 중 마주하는 나의 본모습을 통해 나의 현재를 본다. 그리고 나의 미래를 그려본다. 아직 정해진 방향은 없지만 계속 나 자신을 알기 위해 글을 써야 하며 그 과정 속에서 자득하게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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