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6월 말에 내 생일이 있다. 40대에 맞이하는 생일은 나에게 더 이상 기다려지거나 행복한 날이 아니었다. 40대가 되는 해는 특히 중년의 무게감으로 우울했다. 생일 케이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케이크였다. 4개의 기다란 초를 불고 끄고 하기를 여러 번 했다. 그 속에 나는 없었다. 십 년간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던 그날 왠지 모르게 서운함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며 갑자기 울컥했다.
그리고 생일날에는 엄마에게 연락해야 일이 가장 힘들었다. 결혼 준비하면서 엄마와의 의견 대립이 많았다. 사위 편에 서는 딸에게 엄마는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을 느꼈다. 나도 늘 지지해 주던 엄마의 날 선 태도에 화가 났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점점 거리를 두게 되었다. 그 불편한 관계가 10년 넘게 지속됐다. 그런데 생일에는 그 거리감을 좁혀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자식으로서 그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미안한 마음과 불편한 마음 때문에 엄마에게 연락을 하지 못했다. 결국엔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아주 짧고 건조한 통화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이번 생일은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3월 부터 엄마와 짧은 통화로 거리감을 좁혀왔기 때문이다. 엄마집에 놀러 간 날 엄마는 웃으며 나에게 선물할 옷을 미리 주문을 해 놓았다고 했다.
"뭘 벌써 주문했어."
"아직도 멀었는데......"
"아니, 편하게 입으라고."
"멋스럽게 입으면 좋잖아."
살이 좀 찐 내 모습을 보고 롱스커트와 함께 입을 조끼도 주문했다고 했다. 엄마는 특별한 날이면 옷이나 신발을 사주었다. 생일날, 수학여행날, 그리고 첫 미팅날에도. 그때 엄마의 마음으로 딸의 생일 선물을 미리 준비하는 엄마의 마음이 느껴졌다.
옷이 도착한 주말. 엄마는 나에게 빨리 옷을 전해주고 싶어 집에 오셨다. 엄마는 수선집에서 나에게 잘 맞게 길이와 트임 넣었다. 도착하자마자 옷을 건네주고 입어 보라고 했다. 나를 지켜보는 엄마와 옷을 입고 있는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했다.
"예쁘다. 이렇게 입으니 보기 좋네!"
"그래? 편하고 좋다. 엄마 고마워."
엄마가 나를 보는 시선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원래도 그랬을 텐데 그동안 나는 왜 엄마의 시선이 불편하고 싫었는지 모르겠다.
생일날 아침
"생일 축하해!"
"응, 엄마 고마워."
"미역국 먹었어?"
"아니, 엄마 아침에 너무 바빴어."
"생일날에는 집안에 미역국 냄새가 풍겨야 좋데."
"응, 나중에 끓여 먹을게."
"그리고 엄마 미안한데, 오늘은 못 가고 다음 주에 갈게."
"응... 알았어."
"다음 주에 우리 둘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오늘 못 만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다음 주에 엄마랑 시간 보낼 생각에 기분이 좋다. 엄마와 둘이서 맛있는 식사도 하고, 예쁜 카페에서 차도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