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함께 하는 식사
방학만 끝나면 엄마와 점심 먹자고 말만 하고 벌써 3주나 지났다. 개학하고 나면 오전에 시간이 날 것 같았지만,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았다. 엄마는 김치 담가놓는다고 언제 오느냐고 계속 물었다. 결국 나는 이번 주 토요일에는 꼭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애들 시간이 안 나면, 혼자라도 가겠다고 했다. 엄마는 "꼭이야!" 하며 한번 더 다짐을 받아두었다.
9월은 새우와 꽃게철이다. 남편은 8월 중순부터 새우와 꽃게 나오는 때를 알아보고, 꽃게를 좋아하는 시댁에 두 차례나 택배를 보냈다. 아이들도 꽃게가 나오는 것을 알고는 외할머니게장 생각난다고 몇 번씩 이야기했다.
토요일 오전, 남편은 모처럼 동생네도 불러 꽃게와 새우찜을 함께 먹자고 했다. 장모님과 처제까지 챙기는 남편을 보며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수산가게에 예약해 둔 새우와 꽃게를 가지고 친정에 갔다. 엄마는 꽃게가 아직 살이 안 찼을 것 같다고 걱정했지만, 막상 직접 손으로 들어보고는 묵직하다고 안심했다.
"15분 삶고 5분 뜸 들이고! 잊지 마!" 남편이 내가 못 미더운 듯 계속 강조한다. 솥에서 증기가 솔솔 나고, 제법 묵직한 꽃게들을 배가 보이게 넣어두었다. 꽃게를 기다리는 동안 남편이 새우를 손질해 새우버터구이를 시작했다. 나는 살짝 주방에서 나와 거실에 앉았다. 주방에서 엄마와 남편이 함께 요리하는 뒷모습에 마음이 흐뭇했다. 엄마는 소금구이가 아닌 사위가 요리하는 버터와 마늘향을 입힌 새우구이를 지켜보며 새로운 요리법에 호기심을 보였다. 반면 나는 엄마가 느끼하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을 잠시 했다.
드디어 고소한 버터향과 함께 주황빛 먹음직스러운 새우가 나왔다. 한눈에 봐도 요리가 꽤 성공적인 듯했다. 나와 제부가 열심히 새우껍질을 까 가족들의 입에 한 번씩 넣어주었다. 다들 촉촉하고 달콤한 새우살에 감탄을 했다. 당연히 새우구이 담당인 남편 어깨도 한껏 올라갔다. 새우구이가 몇 마리 남지 않을 무렵 꽃게찜도 완성되었다. 쟁반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꽃게들이 한가득이었다. 등껍질을 따내고 열어보니, 부드러운 새하얀 살이 꽉 차있다. 가족들 모두 살이 달다며 감탄하며 맛나게 먹었다.
문득 이렇게 다들 모여서 맛있게 식사한 적이 언제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모여 도란도란 웃으며 식사하는 일이 어려운 건 아닌데, 그동안 그 마음은 그리 쉽게 모이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 이런 순간을 가지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브런치이다. 브런치에 엄마와의 이야기를 일기 쓰듯 올리며, 엄마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모르고 스치듯 지나간 엄마에 대한 고마움, 애정들을 알게 되고, 내 마음속 원망이나 오해도 조금씩 덜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엄마를 좀 더 열린 마음과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식사를 끝까지 맛있게 한 엄마는 꽃게로 이렇게 배불리 먹어보기는 처음이라고 하셨다.
"응? 정말?"
"난 엄마가 게장만 담그기에
찜은 싫어하는 줄 알았어."
"찜으로 먹기엔 너무 헤프니까
반찬으로 담았지."
나는 엄마가 꽃게찜을 이렇게 좋아하시는 줄 몰랐다. 늘 제철에 꽃게장을 담아주는 것만 받았는데, 정작 엄마는 맘껏 즐기지 못했나 보다. 아휴 자식이 부모마음을 이리도 모르니, 나이도 다 헛먹은거 같다.
엄마에게 한번 더 살이 꽉 찬 꽃게를 보내드려야겠다. 이번엔 손자들 자식들 걱정 없이 맘껏 즐기시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