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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금만사 Mar 27. 2023

세금, 좋아하십니까?

과연 세금을 좋아해서 기꺼운 마음으로 내는 사람이 있을까? 세금을 내다보면 합법적으로 돈을 빼앗기는 느낌마저 받는다. 미국 윌슨(Woodrow Wilson) 대통령의 말처럼 세금을 내는 것을 ‘영예로운 특권’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세금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국가는 세금을 걷으면서 시작됐고 나라의 흥망성쇠는 국가 재정과 맞닿아 있다. 인류가 6000년 전 사용한 최초 문자도 세금을 기록한 것이었다. 기하학, 도량형, 지적도, 성씨, 인구 조사도 모두 세금을 걷기 위해 시작됐다.


세금은 모든 혁명과 전쟁, 국가의 흥망, 사회 변화에 단초이기도 하다. 시민의 불만을 폭발하게 하는 도화선은 세금이다. 다만 세금은 폭발하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예컨대 시민들은 혁명에 성공하면 억압적인 세 금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새로운 정부는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혁명정부는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혁명가들은 대신 혁명의 원인을 인권, 자유라고 고상하게 말하고 인류의 진보를 이야기한다. 세금 이야기가 역사 뒤 편으로 숨겨진 이유이다.


앰브로즈 비어스(Ambrose Bierce)는 ‘정치는 원칙이라는 가면을 쓴 이익의 갈등이며, 사적 이익을 위한 공적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이 말은 조세 분야에 잘 어울린다. 여기에서는 지금까지 역사를 설명하던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가면을 벗어던지고 세금(돈)이라는 이익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자 한다.


역사를 영웅, 신, 계급, 이념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만, 세금으로 이해하려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음악, 미술, 법률, 문학 등의 학문은 적어도 그리스 로마 시대에서 시작하여 체계적으로 연구하며 최근 논의가 활발한 다문화, 여성, 성(性) 소수자에 대한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국가의 번영과 발전, 퇴락과 쇠퇴의 원인인 세금에 대한 연구는 이상할 정도로 빈약하다.


세금의 역사는 인류의 축적된 지혜를 모은 가장 실용적인 역사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권력층의 면세 특권, 일반인의 탈세, 세금을 걷는 세리(稅吏)의 부패 등 인간 본성의 문제까지 통찰해야 한다. 지금까지 경시되던 조세를 이러한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인문학의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이 세금을 통해 보는 역사가 항상 답은 아니다. 역사는 하나의 설명이 아니라 수천 가지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세 기록은 복잡하고 머리 아픈 기록이 아니라 문명 뒤에 숨은 진짜 이야기이다. 인류는 지금까지 조세와 관련하여 많은 경험을 축적해 왔다. 사람들이 세금을 어떻게 결정하고, 누가 납부하는지에 대한 기록은 그 사회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다. ‘누가 세금을 내는가?’ ‘어떤 사업과 전쟁을 위해서 세금을 납부하는가?’ ‘부자가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정치적 갈등의 중심에 있는 문제이다. 이는 과거에도 그래왔고, 현재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여기서는 과거의 지혜를 빌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조세 문제를 조망해보고자 한다. ‘젊은 남성에게만 부과되는 병역의무는 공정한가?’ ‘우리가 모르는 숨은 세금인플레이션은 어떤 해악이 있는가?’ ‘평균 수명이 2배 늘어난 노인의 의료복지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세금으로 빈부격차라는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마약을 금지하는 대신 과세하면 어떨까?’ ‘어떤 세금이 공정한가?’ ‘공정하지 않은 세금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을 모든 사람들이 일상에서 논의하는 것은 건강한 나라와 바른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세금은 불편하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세금을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금기시되던 성(性) 문제가 개방적으로 논의되듯이, 세금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했으면 한다.


참고 문헌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Preface to the Second Edition, page 19. 하면 메뉴를 더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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