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2000년 방랑이 세금때문?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는 절대 불리한 약자도 노력하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실은 이와 다르다. 다윗의 돌팔매가 빗겨 나가거나 몸통에 맞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골리앗이 쓰러 졌을 때 팔레스타인에서 다른 장수가 뛰어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팔레스타인 군대가 도망가는 대신 진격해 왔다면 다윗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다윗의 승부수는 현대 경영학으로 치면 대안 없는 벼랑 끝 도박이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과도 좋지는 않았다. 골리앗을 쓰러뜨린 양치기 다윗이 왕이 되자 이스라엘 민족은 현실성 없는 전설에 고무됐다. 이스라엘 민족은 이후 무모한 도전을 끊임없이 했고 매번 실패라는 쓰라린 상 처를 보듬어야 했다.
기원전 1700년 이집트 왕은 세력이 커지는 이스라엘 민족을 견제하려 했다. 최고의 무기는 터무니없는 세금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민족이 세금을 납부할 수 없거나 정해진 날짜에 납부하지 않으면 왕은 재산을 몰수하고 노예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세금은 적법 절차에 따라 정치적 약자와 이민족을 구속하는 좋은 핑계였다. 이후 모세가 등장해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의 세금에서 해방시켰지만 모세는 20세 이상의 모든 남성에게서 은화 반량(half-shekel)을 속죄세로 받았다.
전설적인 왕 솔로몬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여 화려한 궁전을 지었다. 천 명이 넘는 아내와 후궁을 거느리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솔로몬이 죽자 이스라엘 민족은 후계자 르호보암(Rehoboam)에게 과도한 세금을 낮추어 달라고 요구했다. 원로들도 세금을 낮추면 이들이 새로운 왕에게 봉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권력과 돈을 열망하던 젊은 왕 르호보암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니었다.
그는 젊은 자문관들에게 다시 물었다. 왕의 취향을 알고 있는 이들은 세금과 체벌을 늘리라고 조언하였다. 관리들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현실을 무시했고 젊은 왕은 다른 의견을 듣는 지혜가 부족했다. 르호보암이 세금 문제에서 강경하자 분노한 이스라엘 민족이 반란을 일으켰고 이후 솔로몬 제국은 이스라엘과 유대로 갈라 서 싸우게 된다.
강대국인 이집트와 아시리아 사이에 위치한 이스라엘 민족은 단합하면서 중립을 유지해야 했다. 그러나 유대와 이스라엘의 계속된 내분은 국력을 약화시켰다. 여기에 더하여 이스라엘은 다윗의 교훈에서 얻은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기회만 되면 강대국에 조공을 거부했다. 조세 반란은 항시 불행한 결말을 가져왔다. 아시리아는 이스라엘이 일으킨 몇 차례의 반란을 진압하고 다시는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이스라엘 민족을 노예로 데려갔다. 이스라엘의 잊힌 10 지족이 바로 이들이다.
아시리아가 쇠약해진 후에는 바빌론이 조공을 요구했다. 유대는 다시 한번 반란을 일으켰지만 실패했다. 바빌론은 반란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시드기야(Zedekiah)를 유대 왕으로 선택해 왕좌에 앉혔다. 그러나 시드기야도 즉위 8년 후 조공을 거부했다. 자신이 직접 선택한 왕의 배신에 분개한 바빌론은 잔인하게 대응했다. 바빌론은 시드기야의 아들을 살해하고 그의 눈을 뽑아버리고 바빌론으로 데려갔다. 이것이 바빌론의 유수이다.
불굴의 도전이 항상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간헐적 성공은 새로운 도전의 동기를 부여했다. 알렉산더 사후 그리스가 분열되자 유대는 그리스 셀레우코스 왕조의 편을 들어 이집트와의 전쟁에 참가했다. 이 전쟁에서 셀레우코스가 승리하면서 유대는 면세라는 큰 선물을 받았다. 유대는 3년 동안 모든 세금을 면제받고 7년 동안 수확세를 면제받았으며 이후 모든 세금은 1/3로 낮추는 특권을 받았다. 당시 세금은 곡물 33%, 과수 50%였다. 다만 승리의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제국의 역학관계가 변한 탓이다.
셀레우코스 왕은 평화협정으로 자기 딸 클레오파트라가 이집트 왕과 결혼하게 되자 유대를 혼수로 선물했다. 셀레우코스 왕의 입장에서 유대는 조세수입이 없으므로 불모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영토를 확보한 이집트는 셀레우코스가 유대에게 한 약속에 매이지 않고 세금을 징수하려 했다.
유대는 이집트의 조공 요구를 단박에 거절했다. 이집트는 특사를 파견하여 이집트 군대가 곧 침공할 것이라 협박했다. 최악의 상황은 이스라엘인 요셉이 나서서 반전시켰다. 요셉은 이집트 왕으로부터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지방의 세금 징수권(Tax Farming)을 획득하여 그 돈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유대를 부유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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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폼페이우스는 페르시아와 페트라를 정복하기 위해 전략적 동맹으로써 유대가 필요했다. 원정군이 필요로 하는 군수물자를 지원받고 나아가 유대가 병력을 제공하길 원했다. 유대가 동맹을 거부하자 정복 계획이 틀어진 폼페이우스는 페르시아 원정군의 진로를 돌려 유대를 정벌하고 속국으로 만들었다.
이후 로마는 아라비아 사람 헤롯을 유대의 왕(Herodian dynasty)으로 임명하여 유대를 통치했다. 헤롯은 그리스도를 죽이려고 2세 이하 남자아이를 학살하는 등 악행을 저질렀으나 로마는 조공을 잘 바치는 헤롯을 신뢰했다.
당시 예수에게 “시저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맞는가?”라고 묻는 것은 위험한 질문이었다. 부정적인 답변은 반역을 말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사형에 처할 수 있었다. 예수는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드리라.” 하여 로마에 조세 납부를 지지했다. 예수는 점령군 로마에 세금을 내라고 했으며 이는 국가의 종교 과세를 인정하는 말이다.
로마에 대한 유대의 반란은 로마 총독의 탐욕에서 시작됐다. 로마 총독 플로러스(Florus)는 부를 축적하는 것이 인생 목표였다. 그는 예루살렘 사원에 축적된 금을 뺏기 위해 일부러 반란을 유도했다. 유대의 유월절 행사에서 로마군이 고위 사제의 옷을 뺏고 행사 의식을 조롱한 것이다. 예상대로 반란이 일어나자 플로러스는 그 대가로 사원의 금 절반을 요구했다.
이는 유대인을 단결시켰고 더 큰 반란으로 이어졌지만 반란은 실패했다. 이스라엘은 토지의 소유권을 로마에 빼앗겼고 매년 은화 반량(half-shekel)에서 4배 늘어난 2드라크마(Drachma)를 유대세(fiscus fudaicus)로 납부해야 했다. 종전의 세금은 유대 남성에게만 부과됐으나 이제는 모든 유대인에게 부과됐다. 유대인은 늘어난 금액보다도 이교 사원에 세금을 내는 일을 더 견디기 힘들어했다.
이스라엘은 이후 200년 동안 몇 차례의 추가 반란을 일으켰지만 로마는 이를 모두 진압했고 이스라엘 백성은 1800년 동안 전 세계로 흩어지게 된다. 최후까지 로마에 저항한 마사다(Masada)의 항전도 이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결과론이기는 하나 이스라엘은 다윗의 정신으로 싸우다가 1800년 동안 흩어진 유랑 민족이 된 셈이다.
참고 문헌
Daylight Robbery (Dominic Frisby, Penguin Random House UK 2019), Judaism, Christianity, Islam, and Tax page 34-35
The March of Folly (Barbara W. Tuchman, 2014 Ramdom House Trade Paperback Edition), Pursuit of Policy Contrary to Self-Interest, page 10-12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The Age of Terror- Taxation- and the Indomitable Tax Rebels of Ancient Israel, page 25-34
For Good and Evil (Charles Adams, First Madison Books Edition 2001), Israel’s Final Hour, page, page 35-44, Fight Flight Fraud (Charles Adams, Euro-Dutch Publishers,1982), The Age of Terror-Taxes, page 29-39, Augustus: Master Tax Strategist, page79-8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