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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금만사 Apr 03. 2023

세금 걷는 주식회사!

이집트 프톨레미(Ptolemy) 왕은 정복지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에서 세금을 징수하는 권리를 민간에 공매했다. 공매 참가자들은 공모하여 이를 8천 달란트에 낙찰받았다. 이때 이스라엘 요셉이 나서 자신은 그 두 배인 16천 달란트를 왕에게 바치겠다 했다. 프톨레미는 공매가 담합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빈털터리 요셉에게 위탁징수권을 넘겨주었다. 왕은 요셉에게 계약보증금을 면제했고 군사 2천 명을 별도로 지원했다.


8천 달란트에 낙찰받았던 기존의 위탁 징수인은 요셉이 결국 왕을 빈털터리로 만들 것이라 하면서 요셉의 활동을 방해했다. 요셉이 처음 방문한 시리아 도시는 요셉을 홀대하면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요셉은 군대를 동원하여 최고 부자 20명을 처형하고 이들의 재산을 몰수하여 이집트 왕에게 보냈다. 요셉은 이후 방문하는 모든 도시에서 열렬히 환영받았다. 요셉은 여기서 걷은 돈으로 이집트 왕에게 16천 달란트를 지불하고 남은 돈으로 이스라엘을 번성하게 했다.


‘조세농부(Tax Farmer, 조세징수 청부업자)’는 농부가 곡물을 수확하는 것처럼 세리가 세금을 징수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세농부가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 는 알 수 없지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조세농부는 기원전 4세기 아테네에서도 활동했다.


조세농부는 정식 관리가 아닌 민간인이었다. 국가의 기본인 조세 징수를 민간에 맡기는 것은 전쟁을 민간 용병에 맡기는 것과 같다. 국가는 왜 조세 징수를 민간에게 위탁했을까?


조세농부의 등장은 과거 조세 징수가 매우 어려웠다는 것을 반증한다. 국가가 조세 징수를 위탁하면 세리를 채용하고 관리할 필요가 없으며 부패 문제로 골치 아플 일이 없다. 과거 기록에서 징수 가능 금액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에 세수가 줄어들 위험도 적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더 많은 조세수입을 얻을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 국가 권한을 위탁하면 국가의 통치권 또한 약화된다. 조세농부는 중앙의 통제가 벗어난 곳에서 막대한 세금을 거두어 사익을 극대화했다. 과다한 조세 징수는 반란의 가능성을 높이며 이를 통제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하면 더 많은 돈이 들 수 있다.


사람들은 조세농부를 천한 직업으로 여겼다. 조세농부는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자수성가한 사람이 좋아하는 직업이었다. 조세농부는 계약 금액을 초과하여 징수한 세금을 자기 수입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세금을 무지막지하게 거두었다. 수익이 상당했지만 위험 부담 또한 적지 않았다. 정부가 부담하는 자연재해, 부패 등의 위험을 대신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세농부는 흉년이 들면 로비하여 계약 금액을 낮추었고 때로는 병역 면제의 특권을 누리기도 했다.


아테네는 매년 위탁계약을 맺고 징수 금액 일부를 비용으로 보전(fee- for-service)하는 방식으로 조세농부를 운영했다. 아테네는 관세, 항구세, 숙박세와 물품판매세 등 간접세와 식민지에서 조공받는 일을 맡겼다. 아테네의 세율은 낮았기 때문에 위탁 징수는 큰 사업이 아니었다. 관세는 통상 2%였고 조세농부는 항구 및 도시의 출입구에 상주했다. 조세농부는 아테네에서 낮은 세율로 위탁 징수를 남용하는 일이 없었지만 조세농부 제도는 이후 세금을 징수하는 괴물로 변하여 2500년 동안 번성했다.


조세농부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성경의 마태이다. 마태는 카페나움(Capernaum) 지방에서 관세를 위탁 징수하던 조세농부였다. 성경에서 마태는 세리로 번역되고 있지만 하는 일로 보면 세관원이다. 성경에서 마태는 요즘으로 치면 “조세징수청부업체” 직원 혹은 “공무위탁사인”이었다.


초기 로마는 조세농부의 역할을 제한했으나 2세기 이후 재정위기에서 조세농부를 적극 활용했다. 로마시대 조세농부 제도는 이탈리아반도가 아닌 식민지에서 시작했다. 로마는 식민지에서 농산물 수확에 10% 수확 세(decuma)를 도입했고 이 세금은 조세농부가 5년 계약으로 징수했다.


조세농부는 대규모 계약을 맺기 위해 많은 초기 투자자금이 필요했다. 로마 부자들은 당시 주식회사 격인 소사이어타테스 퍼블릭캐노럼(Societates Publicanorum)을 만들어 자금을 조달했으며 주식은 카스토르(Castor) 신 전에서 거래됐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이며 여러 나라에서 영업하는 최초의 다국적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카스토르 신전은 증권거래소 역할을 했다. 주식의 수익은 상당하여 조세농부 주식회사는 최고의 투자처였다. 로마는 주주와 경영인을 법으로 구별했다. 


로마의 상원의원은 주식을 소유할 수 있었으나 경영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다수의 의원이 주식을 소유하면 상원과 협상하여 조세농부가 유리한 제도를 만 들기 쉽다. 권력을 가진 조세농부는 자연스럽게 부패했다. 조세농부는 곡물 가격을 낮게 평가하여 징수하면 시장에서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세금으로 받은 곡물의 수급을 조절하여 가격을 조작하면 투기 소득까지 얻을 수 있었다. 


키케로는 관세 5% 등을 착복한 베레스(Verres) 총독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베레스는 친구에게 위탁 징수를 맡기고 리베이트를 받았다. 그는 시실리(Sicily)에서 3개의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이는 자신을 위한 축재, 시실리 주둔군에 준 뇌물, 귀국할 때 로마에서 사용할 입막음용 뇌물이었다. 베레스는 추후 처벌받았으나 이는 기록으로 남은 몇 안 되는 처벌 사례이다.


부패한 조세농부는 국가 위기인 전쟁 상황에서도 탐욕스러웠다. 한니발을 물리친 스키피오(Scipio) 장군이 대표적 피해자이다. 스키피오 장군은 스페인 정벌에서 군수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현지 약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군수물자의 긴급지원 요청을 받은 상원은 조세농부를 고용하여 물자를 공급하도록 했지만 조세농부는 일부러 낡고 오래된 배를 사서 쓰레기 화물로 배를 채웠다. 낡은 배는 출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침몰했다. 조세농부는 정상적인 선박과 화물이 침몰됐다고 주장하면서 상원에서 보상을 받았다.


조세농부 제도는 중세와 근대 초기 유럽에서 계속되어 프랑스혁명까지 이어졌다. 독일 프리드리히(Frederick) 왕은 조세 개혁으로 독일을 통일하였지만 징세를 프랑스 조세농부에게 맡겼다. 국가의 기본 업무를 적대국 프랑스 국민에게 위탁한 것이다. 프랑스 조세농부는 집요하게 세금을 징수했고 독일 사람들은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한편 프리드리히는 백성이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왜 국고는 항상 비어 있는지 물었다. 이에 재무장관은 얼음 한 조각을 왕과 가장 먼 자리에 있는 각료에게 주고 왕 에게 릴레이로 전달하도록 했다. 얼음이 왕에게 도착했을 때 왕은 얼음 대신 젖은 손을 만질 수밖에 없었다. 재무장관은 이것이 세금이며 관료 조직이라 말했다.


조세농부는 조세의 위탁 징수보다 더 매력적인 부대사업을 개발했다. 그들은 세금을 낼 돈이 없는 납세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았다. 또한 현물로 납부한 곡물, 와인 등의 물품을 보관하고 중개하여 이익을 얻었다. 기본적으로 조세농부는 사회에서 천시됐기 때문에 차별받던 유대인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었다. 조세농부는 돈이 되는 곡물 운송, 국제 금융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각국에서 중앙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됐다.


프랑스에서 위탁 징수는 대규모 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협동조합 투자자들은 연 20%의 수익을 누릴 수 있었다. 계약은 징수 금액의 10%를 국가에 선납하고 6년 동안 계약 금액을 분할 납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조세농부는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국가에 지불했다. 국왕은 이 어음으로 부채를 청산했으며 어음을 받은 사람은 만기 이전에 할인해 사용했다. 이는 현재의 화폐제도와 다르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조세농부 대표를 Ferme General(조세농부 장군)이라 불렀다. 장군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것은 조 세를 징수하기 위해 사병을 고용하고 장군처럼 지휘했기 때문이다. 현재에도 많은 국가의 관세청장이 DGs(Directors’ General)라는 장군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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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에 위치한 국가들 또한 조세 징수를 민간에 위탁했다. 심지어 외국인에게 위탁하는 일도 있었다. 이는 1500년경 남아시아의 보편적 관행이었다. 위탁 업무는 대다수 중국 상인이 가져갔고 페르시아 상인도 일부를 가져갔다.


외국인 조세농부는 현대 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특권을 누렸다. 이들은 위탁받은 영토에서 무역독점권을 행사했다. 사병을 양성했으며 장군 및 해국 제독의 지위를 누렸다. 


관세를 위탁 징수하는 조세농부는 모든 수출입 화물을 검사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는 엄청난 특혜였다. 조세농부는 자기가 수입한 상품을 판매할 때까지 경쟁 상품을 부두에 묶어 두거나 경쟁자를 밀수 혐의로 조사할 수 있었다. 또한 수출입 관련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다른 선주, 무역상, 금융업자 및 중개인보다 항시 유리한 지위를 선점했다.


영국 동인도 주식회사가 1757년 벵골(Bengal)을 점령했을 때에도 영국은 벵골을 통치하기 위해 새로운 왕을 임명하지 않았다. 대신 영국은 동인도 주식회사를 벵골의 조세농부로 임명했다. 영국이 원했던 것은 인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것이었고 이는 조세 징수를 통해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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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농부 주식회사는 프랑스에서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조직이었다. 이들은 20만 명을 넘는 세리를 직원으로 두고 무자비하게 이윤을 추구했다. 조세농부 주식회사는 프랑스의 다른 어떤 정부조직 보다도 체계적으로 운영됐다. 승진과 봉급인상이라는 인센티브로 최고의 인재를 끌어 모았다. 조세농부 임원이 되면 현재의 화폐기준으로 20-50억의 연봉을 받았기 때문에 청춘을 다 바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반면 조세농부는 사유재산권을 무자비하게 침해했기 때문에 원망의 대상이었다. 이들의 악명은 프랑스혁명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조세농부 협동조합에 투자한 임원 40명 중 32명이 단두대에서 처형된 것이다. 이들이 단두대에서 머리가 잘려 나갈 때 눈물을 흘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근대화학의 시조라고 불리는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도 조세농부였다. 그는 화학뿐 아니라 탈세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경제학자이다. 유능한 조세농부였던 그는 1974년 다른 조세농부와 함께 처형됐다. 프랑스에서 조세의 위탁징수 제도는 이들과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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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농부는 프랑스 금화 3억 리브르(livres)를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혁명정부는 조세농부가 횡령한 3억 리브르를 충당하기 위해 이들의 재산을 압류했다. 반전은 유족들이 압류재산에 대하여 반환소송을 제기하면서 일어났다. 횡령 여부를 객관적으로 검증한 프랑스 법원이 조세농부는 횡령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히려 국가가 조세농부에게 8백만 리브르를 빚졌다 하면서 압류한 재산을 되돌려주라고 했다. 


조세농부가 실제 세금을 횡령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여기서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조세농부는 기록을 통해 자신을 입증하고 서류로 말하는 능력이 뛰어난 전문가임이 확실하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효한 진리이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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