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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Jun 25. 2024

데닛의 12가지 생각 도구 7

일반인 청중을 미끼로 쓰기

오캄의 빗자루를 무심하게 휘두르지 못하게 하는 방법에 대하여 데닛은 학회나 대학에서 다각도로 실험한 결과 한 가지 효과적인 방법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이것 역시 자신이 원하는 규모로 실험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이 문제의 심각성을 그렇게 인지하는 후원재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비교적 소규모 규모의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가 이러한 방법을 찾아내기 전, 구미권에서도 철학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부분적으로 불필요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도 대개 동문서답만 할 뿐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는 않는다. 대개의 논증은 소위 논리학적으로 <허수아비 논쟁의 오류, straw man fallacy>로 빠진다.


이 오류는 논쟁 시 상대방의 입장과 유사하지만 사실은 비동등한 명제(즉, "허수아비")로 상대방의 입장을 대체하여 환상을 만들어내고, 그 환상을 반박하는 것이 바로 <허수아비 논쟁의 오류>이다. "예를 들어 선별 복지제와 차별 소득세의 현행 유지가 공정분배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입니다."라는 주장에 대하여 반대자는 "그 정책은 공정분배를 가장한 부자를 위한 정책입니다."라고 공격한다.

그리고 논자는 곧 이어서 논점을 이동한다. "공정분배를 위해서는 부자나 대기업에 대한 소득세나 법인세 비율을 높여야 한다.'로 논박하는 경우, 실제로는 공정분배 정책의 현실적 기준을 정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오히려 현행 법인세 정책에 대한 공격으로 논점을 교묘하게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말한다. 그리고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더라도 대개의 경우 전문가가 저지르는 실수는 <설명을 덜한다>는 것이다.


설명을 충분하게 하지 못함으로써 주로 논자들은 동문서답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란 책에 대한 전통적 신앙을 가진 신학자 혹은 과학자의 반격이다. 도킨스는 성경이 과학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성경의 기록을 나치 과학책처럼 사실에 대한 명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한다. 반대자들은  도킨스의 진화론적 관점의 강점과 약점을 구분하지 않고, 그의 무신론적 전제만을 공격한다.


이런 현상은 학계뿐만 아니라 다원화된 현대 사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데닛이 발견한 간접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소규모의 비전문가 청중 앞에서 모든 전문가들이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고, 나머지 전문가들이 곁 듣도록 하는 것이다. 몰래 엿들을 필요는 없다. 그냥 참석해서 들으면 된다.


데닛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인근 매드퍼드시에 있는 명문 사립 대학교인 터프츠 대학교( Tufts University)에서 이런 실험을 진행했다. 학부생을 소규모로 선발하여 이들에게 임무를 들려준다. 이들의 임무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학생들은 손을 들고, 끼어들고, 혼란스럽거나 애매한 것이 이 있으면 전문가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데닛이 경험하기에 학생들은 이 역할을 좋아하며,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거장으로부터 맞춤형 그룹과외를 받는 셈이니 말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런 조건에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야 한다는 임무가 떨어지는 순간부터, 요점을 이전보다 효과적으로 이해시키는 법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데닛은 이 장을 다음의 말로 끝을 맺는다.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동료 전문가, 박사 후 연구가, 박사 과정 대학원생 등의 장막에 둘러싸여 '보호'받은 만큼,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 사회 각 부분에서도 이런 소규모의 실험과 그로 인한 변화가 필요하다. 특별히 학벌이나 경력을 먼저 내세우는 한국의 풍토에서는 <잘못된 권위의 오류>가 많은 부분에서 발생한다.


전문가들도 저지르는 실수를 비전문가들은 얼마나 많이 저지를까? 시사토론 부분에서 이것은 더 심각하다. 일부 유명한 논객들은 모든 문제에 전문가이다. 그들은 거의 모든 분야에 입을 댄다. 경제학 교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제 정책에 대하여 통계의 일부만을 발췌하여 정쟁으로 유도한다. 다시 말하지만 스스로 사고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정치적 이념의 세뇌는 너무 쉽다. 이런 세뇌가 통하면 민주주의는 질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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