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전쟁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연합군 사령관이었던 영국의 장군 버나드 로 몽고메리(Bernard Law Montgomery, 1887-1976)는 그의 저서 [전쟁의 역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더러는 전쟁이 문명의 소산이라고 말할 테고, 더러는 전쟁이 인간의 타고난 본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충분하다. 즉 합의를 도출할 다른 방법이 없을 때 항상 중재자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전쟁이 내린 판결은 정의보다 힘에 기초한 것이었다. 물론 어쩌다 정의가 우세를 떨친 적이 있기는 했다."
마빈 해리스는 원시족들의 생활양식을 연구하면서 전쟁의 이유에 대하여 다른 접근을 시도한다. 즉 원시족들에게 일어난 전쟁들은 현대인이 흔히 생각하듯이 급격한 인구증가의 압박이나 식량이나 에너지의 부족 혹은 복수심에 의한 증오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발견하였다. 전쟁은 문화에 균형을 주는 일종의 조절장치, 안전밸브, 회로차단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원시전쟁을 이렇게 이해한다. "전쟁은 원시족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상태에 알맞게 생태학적 균형에 따라 인구수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차단 메커니즘의 하나일 따름이다." 그렇다고 그가 전쟁 옹호론자인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는 전쟁이 인간의 선천적인 살인본능 혹은 파괴본능에 기인한다면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가 나설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해리스는 전쟁이 인간의 삶의 실제적 조건들과 이해관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런 생존조건들과 이해관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전쟁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뉴기니섬 고산지대에 사는 마링족(Tsembaga Maring)의 전쟁 사례를 연구하면서, 그들의 사회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돼지수와 인구수가 이전 전쟁으로 최저상태가 된 상황에서 다시 회복하게 된 바로 그 시점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원시전쟁이 야기하는 인구증가 규제효과는 전사자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산업화 이후 벌어진 근대의 전쟁에서 발생한 전사자 수도 인구성장률을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20세기에 수천만의 전사자를 낸 1-2차 세계대전도 강력한 인구증가 곡선에는 미미한 영향력밖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한다.
러시아의 경우 볼셰비키 혁명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전쟁이 끝나고 10년이 되자 러시아의 인구는 정상을 회복했고 이전의 성장곡선을 그대로 회복했다. 전쟁이 인구증가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한 여자가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는 기간이 평균 25년에서 30년으로, 이 기간 내에 출산은 8-9번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큰 전쟁 한 번으로 성인 남자 75퍼센트가 전사했다고 가정해도 생존한 여자들은 단 한 세대 동안 그 손실 부분을 충원할 수 있다. 저자는 전쟁의 전사자가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다른 요인이 인구증가를 억제한다고 본다. 첫 번째 요인은 바로 여러 지역에 살고 있는 씨족들이 사육능력의 한계점 이하에서 주경작지를 포기해야만 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요인은 전쟁 때문에 여자 유아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제 해리스는 전쟁의 이면에 있는 외면적으로는 더 불편한 진실을 파고든다. 여자 아이살해라는 관습과 남자에 대한 편애가 이런 조절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생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가치 있는 존재이다. 대다수의 남성은 인구 재생산(출산) 면에서 보면 과잉상태이다. 남성이 하는 일은 여성이 하는 일에 비해 제한적이다. 성 자체를 제외하고 여성과 남성을 차별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인간의 활동은 무기를 손에 들고 싸우는 전쟁이다.
원시인들은 피임이나 낙태와 같은 안전하고도 효과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이미 살아있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제도화된 수단을 찾는다. 심지어 18세기 영국에서도 알코올에 중독된 산모 1000명당 10명꼴로 자기 아이들을 템즈강에 빠트려 죽거나, 천연두로 죽은 사람의 옷에서 아이들을 싸거나 쓰레기통에 버렸다. 마링족의 경우 남아 살해보다 여아 살해를 더 권장하거나 허용했다.
요약하자면 전쟁은 미개사회에서 딸을 양육할 여유가 없을 때 아들을 길러야 했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저자의 이런 냉정한 분석에 심정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부분에 이런 말로 전쟁을 방지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때, 내부집단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다른 수단이 전쟁을 대체할 것이며 우리는 이를 충분히 바랄 것이다."
사회 내 혹은 밖의 집단들 사이의 전쟁이나 갈등 그리고 반목과 폭력은 전체 사회 집단 구성원 모두에게 그것으로 인해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국가 내에서 정치적으로 혹은 이해관계로 쉽게 분열될 수 있는 국민들에게 <대화와 협상 그리고 조정과 공감의 능력>을 키우는 나라가, 그 나라를 지속적으로 변영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