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주
문화의 유형에도 차이가 존재하듯이 유럽인의 기독교 신앙양식과 남태평양 원주민의 화물신화에는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화물숭배는 특별하게 세워진 하나의 정치질서를 무너뜨리고 어느 특정한 지역에 왕국을 창조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기독교의 창시자 예수는 어떤 특정한 정치체제를 전복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치를 초월했고, 그의 왕국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초대 기독교인들이 악한 자들과 '싸움'을 이야기했을 때, 그들이 지닌 '검', '불', '승리'라는 예수의 말들은 초월적이고 영적인 사건들을 언어로 비유한 것이었지 실제적인 정치적 투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자는 초기 기독교도들의 생활양식에 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유대인들의 <메시아 신앙>의 기초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고대의 모든 민족은 신의 도움이 없이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믿었다. 가장 빨리 가장 큰 유대국가를 건설한 다윗은 자기가 유대의 신인 야훼와 신성한 협력을 맺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대인들은 다윗을 메시아(Mashia)라고 불렀다. 그들은 또한 여러 제사장 및 사제와 다윗의 선왕인 사울과 다윗의 아들 솔로몬도 메시아라고 불렀다. 다윗은 또 '기름부음 받은 자(the anointed one: 야훼와 협력해서 지상에서 주권을 행사할 자격을 지닌 자)'라고 불렀다.
다윗의 본명은 이새(Elhanan Jesse)였다. '위대한 사령관'을 의미하는 다윗이란 이름은 그의 많은 승리를 찬양하기 위해 붙여진 것이었다. 비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왕이 되기까지 그의 생애는 유대인들의 이상이라 할 수 있었던 전투적 메시아니즘을 보여주었다.
그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나 어릴 때는 목동 일을 했다. 그 후 유대 사막에서 불법 게릴라운동의 대장이 되었다. 그는 게릴라본부를 동굴에 설치하고 강적들과 싸워서 승리했다. 야훼는 다윗왕조가 결코 멸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다윗왕국은 그가 사망한 후 얼마가지 않아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별히 가나안(팔레스타인) 지역은 야훼가 약속한 세계정복의 전초기지가 아니라 오히려 군사적 요로이자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의 모든 제국의 군대가 이동할 때 주요 회랑(回廊: 지정학에서 이르는, 바다나 다른 나라 등으로 갈 수 있는 폭이 좁고 길이가 긴 통로) 지역이었기에 수백만의 병사가 이 지역에 발자국을 남겼다.
야훼는 무슨 이유로 자기가 선택한 백성들은 그토록 끊임없이 유린당하며 다른 민족의 노예가 되게 했는가? 그들이 해석한 답은 다음과 같다. 유대인들이 야훼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고난을 당한 것이다. 만약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이 한 일을 깨닫고 후회하고 용서를 빌고 죗값을 치르고자 한다면, 야훼는 다시 그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을 용서하고 구원하며 이전보다 더 위대한 백성이 되게 할 것이다.
해리스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구약성서는 새로운 구원의 예언자인 이사야, 예레미아, 에스겔, 미가, 스가랴 등이 약속한 예언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므로 화물숭배와 마찬가지로 복수에 불타는 메시아숭배는 정치적, 경제적 식민주의의 착취적 체계를 전복하려는 투쟁 속에서 생겨났고, 끊임없이 재창조되었다.
로마가 지배하던 시기의 팔레스타인에서 두드러진 생활양식이 있다면 그것은 복수에 탄 전투적 메시아니즘 생활양식이었다.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본 이상이었던 <평화의 메시아와 그 나라>는 로마 제국에 대한 반란 운동의 중심지였던 팔레스타인에서 전개되었다. 유대인들에게 외견상으로 예수의 메시지는 기존 유대교의 예언과는 현실적으로 완전히 모순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유대 고대사]의 저자 요세푸스에 의하면 기원전 40년에서 기원후 73년에 출현한 유대메시아들은 예수와 세례 요한을 제외하고도 최소 다섯 명에 이른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외 이름을 밝히지 않거나 구체적 묘사는 없지만 다른 메시아들이나 메시아적 예언자들이 있었다고 요세푸스는 암시하고 있다.
역사는 유대인의 전투적 메시아니즘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이것 때문에 유대인들은 18세기 동안 가는 곳마다 소수민족의 설움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로마인들은 기독교도들이 가진 <평화의 그리스도>를 자신들의 이념인 <팍스 로마나(Pax Romana: 로마제국에 의한 세계 질서의 평화적 유지)>의 상징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실제로 팍스 로마나를 이어서 강대국들이 즐겨 사용한 팍스 브리타니카나 팍스 게르나미카 등은 강대국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약소국가들을 지배하기 위한 <위장 평화의 이념>으로 변용되었다. 저자는 로마제국의 시대에 유대인들에게 옛 계약(구약)을 지키기 위해 로마제국을 두 번이나 뒤흔들기도 전에 새 계약(신약)이 나타난 이유에 대하여 다음 장에서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