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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Nov 16. 2024

전쟁의 역사 6

진정한 제너럴십이란?

몽고메리 장군은 책의 2장에서 집중적으로 제너럴십에 대하여 논한다. 우선 그는 프랑스의 정치가인 탈레랑(1754-1838)이 했던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쟁은 너무 심각한 일이라서 군인들에게 맡겨둘 수 없다." 그 후 프랑스의 총리를 11차례나 지냈던 브리앙(1862-1932)은 그 말을 인용해서 영국의 정치가 로이드 조지(1863-1932)에게 말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즉 전쟁은 너무 심각한 일이라서 정치가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 사실 현대전에는 정치가와 군인의 협조가 대단히 중요해서, 그런 협조 없이 전쟁에서 바람직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몹시 의심스러운 일이다. 한마디로 현대전은 총력전이다. 그러므로 정치, 외교, 군사, 경제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원되어 전략을 짜고 전술을 논해야 한다.


옥스퍼드 사전을 보면 '제너럴십'이란 말은 "장군의 본분: 전략, 용병술: 능숙한 경영 관리, 지략, 외교술"로 정의된다. 저자는 아주 쉽게 제너럴십이란 지휘의 과학이며, 기술이라고 간략히 정의한다. 그리고 그는 제너럴십은 무엇보다도 인간 본성에 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그렇다면 제너럴십은 한국 육사 과목에 있는 전쟁철학(인간의 본성과 욕망의 이해를 포함하여, 그것들의 갈등 관계)과 관계가 있다.

이념과 사상을 떠나 순전히 전쟁의 역사로만 보면 저자가 보기에 중국 혁명을 성공시킨 마오쩌둥(1873-1976)은 훌륭한 지휘관이었으며, 그의 어록 중 일부를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법칙의 성격을 띠고 있는 모든 군법과 군사 이론들은 전 시대나 우리 자신의 시대에 산 사람들이 축적한 전쟁 체험의 총화이다. 우리는 피의 대가로 얻은 교훈을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 그 교훈은 과거 여러 전쟁의 유산이다.... 유용한 것은 소화하고, 무용한 것은 버리며, 우리 자신의 고유한 체험은 덧붙여야 한다. 이 세 가지는 몹시 중요한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전쟁을 지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몽고메리 장군은 마오쩌둥의 이 말에 동의한다. 그는 1914-1918년 전쟁 기간 중 한 장교에게 프랑스에서 열린 신임참모대학 과정을 이수하라고 제안한 일화를 이야기한다. 그 장교는 제안을 웃어넘기며, 전쟁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참호에서의 실전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저자는 프리드리히 대왕(1972-1786)이 장교들에게 했던 말을 들려주었다. "우리 군에는 아홉 번의 작전을 수행한 노새 두 마리가 있는 데, 그것들은 아직도 노새이다!"


저자는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연구와 실전 둘 다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우선 장군이 되려면 전쟁의 과학에 대하여 연구한 다음, 연구한 것을 실제 전투에 적용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연구는 언제나 가능하지만 그것을 실전에 적용하는 기회는 흔히 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난날의 전쟁 이야기 속에는 엄청난 양의 체험이 매장되어 있다. 그런 체험을 발굴해 주는 군대 역사가들은 지휘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다.

여러 연구들을 통해 몽고메리 장군이 제너럴십에 대하여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총사령관의 첫 번째 책무 가운데 하나는 내가 '환경'이라고 부르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심리 상태로서 그 환경 속에서, 그의 참모와 그의 부하 지휘관들의 군대가 살아가며, 일하고 싸울 것이다. 그리고 그 환경 속에서 그의 군대는 확실한 지침과 명쾌한 인도를 받아야 한다. 격려와 지침은 위에서 하달되어 전 병력의 내면에 스며들어야 한다.


그리고 전투의 전술적 방법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기습, 역량의 집중, 전군의 협조, 통솔, 단순성, 신속한 행동, 기선' 이런 요소들을 잘 살피려면 지휘관은 대단히 명석한 사색가여야 한다. 몽고메리의 이런 제너럴십은 마치 플라톤의 철인왕(Philosopher-King)의 통치와 유사하다. 유능한 지휘관은 철학자와 같은 지혜의 눈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인재를 길러내고 엄선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사관학교 교육 못지않게 대학교육 역시 제너럴십 혹은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고 발탁하는 것이 국가경영과 부국강병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장에서 이런 선발된 인재를 오랫동안 검증하고 그 성과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공정한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산주의 체제이든 민주주의 체제이든 간에 누가 지휘부를 맡는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대의 대의민주주의는 확실히 장점과 단점을 다 가지고 있다. 반대로 공산주의 체제에서는 공산당이 주도하는 강력한 집단적 리더십 아래 수십 년 동안 인재를 양성하고 발탁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이런 시스템 구축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나 러시아나 북한은 아직 그런 집단 리더십이 발달하지 못한 것 같다. 미국과 유럽은 수많은 인재들이 자유 경쟁을 통해 그 능력을 최대한 평가받는 개방된 구조를 장점으로 한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세계화되면서 중요한 인재를 적절하게 선택하는 능력을 다수의 시민들이 상실하고 있다. 현대 철학자들은 그러한 시민들에게 말한다. '잠시 하던 디지털 습관을 멈추고, 늘 보던 짧은 영상홍보물을 끄고,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를 하면서, 다시 책이나 긴 글을 읽고, 때론 서로 만나서 얼굴과 얼굴로 대화하고 토론하라. 그리고 스스로 사유하는 법을 배워나라가.' 그리고 누가 진정한 미래의 리더인지 선택하라. 그 선택에 당신 자식들의 미래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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