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처: 미술과 역사
20세기 가장 대중적인 영국의 미술가 중 한 명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1937-)는 201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의 작품 <예술가의 초상, Portrait of an Artist - Pool with Two Figures>이 9천만 달러에 낙찰됨으로써 세계적인 화가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그와 영국의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Martin Gayford, 1952-)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출판한 <그림의 역사>는 동굴벽화에서 컴퓨터 스크린 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중간중간에 주제를 나타내는 그림을 보여주며 회화(Painting)를 포함한 더 넓은 개념인 <그림(Picture)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먼저 이야기한다. 픽처는 무엇인가?
두 사람은 서론에서 <모든 픽처는, 뭔가를 관찰하고 그것을 설명한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먼저 호크니가 이야기한다. "나는 피카소가 그린 멋진 부엉이 그림을 본 적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요즘 미술가는 부엉이를 잡아다가 속을 채워서는 케이스 안에 집어넣어 버릴 것이다. 박제 말이다. 하지만 피카소의 부엉이는 한 인간이 부엉이를 관찰하고 그것을 설명한 결과이다. 그쪽이 박제보다 흥미롭다."
호크니의 이런 지적은 아마도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와 같은 현대 예술가들의 기이한 작품, 예를 들어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를 가득 채운 유리 진열장에 넣어 전시한 것과 같은 YBAs(Young British Artists)의 프리즈 전시회의 작품들에 대한 못마땅함을 넌지시 비판하는 말이다. 허스트 역시 그의 나이 마흔 살에 1억 파운드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호크니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픽처는 아주아주 역사가 깊다. 아마도 언어보다 더 역사가 깊을 것이다. 누군가 처음으로 어떤 작은 동물을 그리는 다른 사람의 광경을 목격했을 것이다. 그 후에 그 사람이 다시 그 동물을 보았을 때, 첫 번째 사람보다 더 분명하게 그 동물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15,000년 전 프랑스 남서부 동굴에 그려진 들소 그림의 비밀이다."
게이퍼드는 호크니의 이런 이야기에 다름과 같이 추가적으로 그림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모든 픽쳐는 현실에 대한 개인적 관점을 드러낸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두 저자(한 명은 화가이고, 다른 한 명은 비평가이자 미술가 전기 작가이다)의 입장에서 비롯된 픽쳐의 역사에 대한 개별적 관점을 보여준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이자 두 사람의 픽쳐에 대한 각기 다른 특정한 관점을 나타낸다.
미술사가들에게 구석기시대의 사실주의적 양식과 신석기시대의 추상주의적 양식이 미술사에서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는 패턴이라는 것은 기초 상식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그런 뻔한 이야기를 하자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게이퍼드는 픽처의 개성을 강조하면서도 일반적 범주를 구분한다. 방법에 근거해 픽쳐는 회화, 드로잉, 모자이크, 사진, 영화, 애니메이션, 카툰, 코믹 스트립, 꼴라쥬, 게임등으로 분류된다고 이야기한다.
호크니는 무엇이 미술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는 미술이라는 말 대신에 <픽처(묘사)를 만든다>는 말을 즐겨 쓴다고 한다. 그는 이미 우리에게 수많은 미술사가 있지만, 필요한 것은 픽처의 역사라고 주장한다. 게이퍼드 역시 호크니에 동감하면서 픽처의 역사가 미술의 역사와 겹쳐지지만, 그 둘이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사진과 영화가 등장하면서 픽쳐가 더 많은 묘사의 양식으로 표현될 수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독립적인 이야기로 픽처의 역사>가 그동안 다루어진 적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사진 기술을 발명한 과학자 존 허설 역시 픽처란 말을 사용했다. 그러나 그 이미지들을 그는 다르게타입(daguerréotype: 최초의 사진술)이라고도, 사진((photography)이라고도 부르지 않았다.
그들은 미술의 영역을 넘어서 픽처의 세계에 등장한 놀라운 장면의 일부를 이렇게 묘사한다. 호크니에 의하면 "1942년 영화 카사블랑카를 보면 잉그리드 버그만의 눈은 반짝거리고, 눈동자에는 하이라이트가 잡혀있다... 그런 방식으로 조명을 구사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조명기사들은 항상 회화를 연구한다." 게이퍼드는 맞장구를 치면서 "정말로 그렇다. 버그만은 티치아노 같은 거장이 그린 16세기 회화 속의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보인다. 픽쳐의 역사는 고급문화와 저급 문화, 움직이는 이미지와 정지된 이미지 사이의 일반 경계를 넘는다."
서문은 호크니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요약된다. "픽처의 역사는 동굴에서 시작되어 일단은 아이패드에서 끝난다. 이제 그 역사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세계를 2차원으로 묘사하는 일은 우리에게 영원히 문제로 남을 것이다. 즉, 아무도 그 문제를 완전히 해명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제 이들의 픽처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