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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과 이데올로기 1

21세기 자본과 피게티

by 박종규

이 에세이는『21세기 자본』이란 책으로 글로벌 자본주의에 내재한 경제적 불평등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토마 피게티의 후속작인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요약, 정리한 것이다. 그는 책의 서론에서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어느 인간사회든 저마다의 불평등에 합당한 근거를 대야만 한다. 그러지 못할 때는 정치사회적 구성물 전체가 붕괴될 위험에 처한다. 그래서 어느 시대든 불평등이 존재하고 응당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구조화하는 일군의 모순된 담론과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낸다."


후기 자본주의 사회 혹은 글로벌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와 국가 간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상의 이면에는 어떤 요인이 있을까? 피게티는 전작에서 그 주요 요인으로 금융 자본이 근로 소득을 앞서는 현상으로 설명한다. 즉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사람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급속성장한 자본주의의 모순들을 가장 많이 안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스위스의 철학자 장자크 루소가 쓴 『인간불평등기원론』과 『사회계약론』은 프랑스 대혁명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였고 나아가 미국독립선언문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가 쓴 인간불평등기원론은 루소의 고향인 스위스 제네바 공화국의 디종 아카데미가 제출한 문제 즉 <인간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자연법에 의해 인정되는가>에 관한 논문이다. 논문의 서두에서 루소는 "당신들 사이에서 삶을 받은 내가 자연이 사람이 준 평등과 사람들이 만든 불평등을 고찰할 때, 그 깊은 지혜를 생각하는 것은 마땅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제네바 공화국(République de Genève)은 1541년 종교개혁자 장 칼뱅에 의해 선포되었고, 1798년 프랑스에 합병되었으며, 1813년 회복되었다가 1815년에 스위스 연방(Confédération suisse)에 가입하였다. 제네바는 현재 프랑스어권 스위스 연방이다. 루소는 이 논문에서 자연 상태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였다는 사실에서 그리고 그 평등이 인간이 만든 정치제도 특히 전제주의적 군주제에서 극심하게 부패하였음으로 다시 원래의 자연에서의 평등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새로운 공화정의 근거라고 주장한다.


자연 상태와 창조 상태를 동일하게 취급한 미국의 독립선언문 2장에서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라고 선언한다. 루소와 로크와 같은 계몽주의 사상가의 평등사상으로 말미암아 프랑스와 미국은 공화정을 그리고 영국과 다수의 유럽은 입헌군주제를 채택하였다.


대한민국 역시 헌법 제11조에 평등권을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 제11조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그러나 과연 현실 사회에서는 이런 평등권이 보장되어 있는가? 헌법상 보장된 평등이 현실적 평등으로 실현되지 않는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1867년 독일의 철학자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 정치경제학 비판(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Ökonomie)』1권에서 기존 자본주의 체제 내에 존재하는 노동과 자본의 관계에서 발생한 잉여노동에 의한 자본가의 노동 착취와 사유재산제가 바로 경제적 불평등을 만들어내며, 이것은 다시 정치적 불평등으로 연결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공산혁명을 제안했으며, 다수 선진 자본주의 국가인 유럽에서는 실패하였고 오히려 후진 자본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중국에서는 성공하였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수정 자본주의의 시장경제와 국가 주도적 공산주의의 계획경제의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는 큰 격차로 벌어졌으며, 결과적으로 공산체제의 국가들에서는 < 빈곤의 평균화>가 그리고 구미의 수정자본주의 국가는 <복지제도와 노조의 활성화>로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소련연방의 와해에 자극받은 중국 공산당은 시장경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면서 개방경제와 대외무역과 투자의 문을 열고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하였다.


20세기 후반괴 21세기 초반에 세계화된 다국적 기업과 국제 금융질서를 훼손하는 사모펀드의 등장은 200년간 성장해 온 글로벌자본주의 내에 모순을 첨예하게 드러내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피게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한 '자산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커지면서 소득불평등 역시 점점 심화된다'는 사회적 현실이다. 그리고 불평등의 원인을 자본이라는 경제적 기초에서 이데올로기란 문화적 이념으로 시각을 다변화하는 것이 바로 『자본과 이데올로기』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경제적 하부구조가 이데올로기라는 상부구조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강조했다면, 막스 베버는 거꾸로 이데올로기나 이념이 하부구조인 경제에 영향을 주는 측면을 부각시켰다. 그의 이러한 견해를 대변하는 대표적 책이 바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Die protestantische Ethi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이다. 그는 이 책에서 16세기에 발생한 개신교 윤리가 자본주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이야기한다.

현대의 정치경제학자나 사회학자들은 대부분 이데올로기와 경제의 상호 작용을 연구한다. 피게티의 연구 주제는 루소의 논문처럼 아주 명확하다. '자본주의의 성장과 더불어 왜 불평등은 점점 더 구조적으로 심화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은 사회 내부 혹은 국가 간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갈등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토마 피게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한국 사회에 점점 고착되어 가는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 구조 역시 이 담론에 의해 어떻게 조망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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