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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1

사람: 우리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1)

by 박종규

이 에세이는 저명한 통계분석학자 바츨라프 스밀의 저서를 요약 정리한 것들이다. 이름만으로도 우리는 그가 앵글로색슨계 미국인이나 캐나다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체코출신인 저자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2013년 캐나다에서 민간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훈장인 '과학기술의 대중이해상'을 받았다. 앞에서 연재한 옥스퍼드의 수학자와 같은 역할로서 대중들에게 보다 쉽게 환경과학, 경제사학, 세계 발달사를 통계분석을 통해 설명한 학자로 유명하다.


이 책의 첫 파트는 사람에 관한 11가지의 주제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통계는 일단 사물이나 인간 현상을 수량적으로 추상화한다. 그러므로 질적인 평가가 배제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 양과 질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부자라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오래 사는 것은 통계적으로 분명하다. 만약 오래 사는 것이(물론 너무 오래 사는 것이 아닌) 삶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자신이 의도하는 삶의 질을 높이는 한 방면이라면 이 역시 질적인 삶과도 관련이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통속의 철인 디오니게네스는 무엇이 필요하냐고 묻는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누구나 그런 삶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란 주제에 등장하는 첫 번째 물음은 다음과 같다. '자식을 적게 낳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합계 출산율은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의 수를 가리킨다. 여성에게는 가임 기간 동안 보통 300-400번 배란이 일어난다. 임신할 때마다 10번씩 배란이 방해받고, 또 전통적으로 수유 기간이 더 해지므로 초대 출산율은 약 24번의 임신이다. 전 세계 출산율은 통상 7-8명이다. 그러나 이것은 지역마다 다르고 지역 내에서도 차이가 있다. 높은 출산율에서 낮은 출산율로 전환하는 데 덴마크는 약 200년, 스웨덴은 약 170년이 걸렸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합계 출산율 6명이 총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구 대체 출산율 이하로 떨어지는 데 3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출산율이 인구 대체 출산율 아래로 떨어진 국가의 미래는 장차 어떻게 될까? 지금 한국의 미래에 대하여 비관적 견해를 내놓는 서구의 학자들이 많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이 눈에 띄는 반전을 이루어낸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를 예방하는 유일하게 확실한 정책은 이민에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지만, 각 나라에서 그러한 정책을 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일단 이 문제는 여기까지에서 끝난다. 그러면 다음 물음과 답은 무엇일까? "삶의 질을 나타내는 최고의 지표는? 유아 사망률을 살펴보라"는 것이다.

삶의 질을 보여주는 기준을 찾을 때, 경제학자들은 국내총생산, 즉 GDP나 가처분소득을 1인당으로 환산한 가치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폭력이 증가하는 사회나 저소득층 가정에 도움을 주는 사회적 안정망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저자는 삶의 질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지표로 유아 사망률을 든다. 핀란드에서 러시아까지 6개국의 신생아 1000명 중 사망자는 2-6명이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에서 시메라리온까지 하위 3개국의 사망자는 62-81명이다. 사하라 이남에 위치한 12개국의 사망률 60명은 100년 전 서유럽과 비슷하다. 그 국가들이 유럽국가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100년이 걸린다.


그렇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최고의 조처는 백신 접종이다. 그러므로 저자의 세 번째 항목은 '최고의 투자 수익, 백신 접종'으로 명명된다. 게이츠 재단은 최대 외부 기부자인 워런 버핏에게 편지로 이 접종의 효과가 투자 수익으로 본다면 44배의 편익을 올렸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저소득 국가에서 백신보급률은 2000년에 겨우 50프로에서 2016년에 겨우 80프로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최근 등장한 에볼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보듯 새로운 전염병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이 장에서 마지막으로 다룰 문제는 '팬데믹이 유행할 때 얼마나 고약한 전염병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2009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인플루엔자 팬데믹, 즉 신종 플루는 그 해 1월 미국에서 시작되어 2010년 8월까지 일부 지역에서 끈질기게 이어졌고, 결국에는 새롭게 조합된 변종 바이러스가 생겨나는 원인이 되었다. 검사실에서 확인된 사례만을 분모로 선택하면 치사율이 가장 높아 10만 명당 사망자 수가 대체로 100명에서 5,000명에 달한다. 한편 증상을 보인 사람만을 사례로 선택하면 사망자 수가 5-50명으로 줄어든다. 예측된 감염 사례를 분모에 놓으면 1-10명으로 줄어든다. 그러므로 양 극단에 있는 방법은 치사율에서 최대 500배의 차이를 보인다. 너무 비관적인 전망을 보여준 것을 의식한 저자는 다음 항목에서 주제를 평균 신장의 성장으로 바꾼다. 계속 읽으면 점점 흥미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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