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설계, 장치: 현대 세계를 만든 발명
전자화된 세계를 흠모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20세기말과 21세기의 초반까지 20년 동안 전례 없이 많은 중대한 발명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발명의 배후에는 과거의 두 가지 핵심적인 발견을 반영한 것이기에 이런 주장은 전형적인 착각이다. 저자는 두 가지 핵심을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전자기 스펙트럼의 일부인 전파의 활용에서 찾는다. 이 두 가지 발견으로 말미암아 현대 문명의 모든 장치들이 움직인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인류 역사에서 가장 많은 발명이 이루어진 때는 1880년대이다. 전기와 내연기관보다 현대 세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친 발명과 발견은 없다. 전기 공급의 기본 설계는 화력과 수력 발전에 기반을 두고 있다. 화력과 수력은 지금도 세계에서 사용되는 전기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카를 벤츠와 빌헬름 마이바흐, 고틀리프 다임러의 공적이 더해져야 한다. 그들은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을 성공적으로 개발했고, 19세기말에는 모든 내연기관 중 가장 효율적인 기관 즉 가스터빈이 이미 설계된 상태였다.
하인리히 헤르츠가 실험으로 전자기파의 존재를 입증한 때도 이 시기였다. 전자기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진동으로 만들어지며, 전자기파의 파장은 우주전파부터 엑스레이, 자외선, 적외선을 거쳐 마이크로파와 전파까지 차례로 증가한다. 1880년대는 저자에게는 무척 경이로운 시대로 보였다. 이 시대에 발명된 억제제, 저렴한 인공조명, 엘리베이터, 전기장 이론 등은 그 전의 삶과 전혀 다르게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 주었다.
저자는 현대 문명의 원동력으로서 전동기를 든다. 초보적 단계의 전동기는 18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나 이 전동기는 증기기관과 경쟁이 되지 않았다. 그 후 4 반세기가 더 지난 후에 토머스 에디슨이 스텐실용 전기 펜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에디슨의 옛 부하 직원이었던 니콜라 테슬라는 직접 회사를 세워 직류로 작동하던 전동기를 교류로 작동하는 데 성공하였다. 교류전기의 개발 목적은 경제성과 내구성, 작동의 편의성과 안전성이었다. 조지 웨스팅하우스는 1888년 7월 테슬라에게 교류 특허를 구입했다.
엘론 머스크의 전기차 테슬라는 바로 테슬라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웨스팅하우스가 세운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컴퍼니 LLC [Limited Liability Company)은 세계적인 종합 원자력 기업으로 발전하였다. 이 회사에 기술을 전수받은 한국은 독자적 원전 수출에 지장이 되었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간의 지식재산권 분쟁이 2025년에 종결되고, 새로운 협력 관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저자가 소개하는 분야는 <축음기에서 스트리밍까지>이다.
토머스 에디슨은 1931년 사망할 때까지 거의 1,100개의 미국 특허와 2,300개가 넘는 세계 특허를 보유했다. 그 많은 특허 중 압도적인 것은 전구의 특허이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전기의 발전과 송전 그리고 변환이란 시스템 전체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했다는 데 있다. 거의 마법에 가까운 독창력의 산물로서는 1878년 2월 19일 발급된 미국 특허, 즉 녹음기 소리를 듣는 방법을 역사적으로 최초로 보여준 발명이다. 축음기는 전신과 전화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에디슨은 축음기의 상용화에는 그렇게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 이후 그라모폰에 사용하는 나선형 홈의 납작한 원반이 20세기 내내 대세를 이루었고, 소리를 녹음하는 새로운 방식이 속속 등장했다. 이른바 LP 음반의 미국 판매량은 1978년 최고조에 이르렀다. 10년 후에는 콤팩트 카세트테이프가 대세를 이루었고, 1984년 처음 등장한 콤팩트디스크 즉 CD는 1999년에 가장 많이 판매되었다. 이런 판매량은 7년 후 절반으로 떨어졌고, 무료 무선 스트리밍을 비롯해 음악 다운로드가 CD의 판매량을 풀쩍 넘어섰다. 이제는 음악뿐만 아니라 동영상까지 스트리밍이 가능하게 되었고, OTT(Over-The-Top) 산업의 선두 주자 넷플릭스는 대형 화편의 초고화질 TV의 개발과 맞물려 영화관의 관객을 안방으로 되돌려버렸다.
다른 내용은 생략하고 이 주제의 마지막 부분인 <혁신에 대한 현실적인 생각>이란 제목의 내용을 간추려보자. 2019년 말 구글 검색 엔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말은 바로 '혁신(innovation)'이란 단어였다. 우리는 혁신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혁신이라는 제단 앞에 무비판적으로 무릎을 꿇는 태도는 두 가지 점에서 잘못되었다고 한다. 첫째, 그것은 오랜 시간을 두고 막대한 자원을 투자하여 연구했지만 실패한, 근본적이고 중대한 탐구를 무시한다. 둘째, 우리가 더 나은 고차원의 행동 방침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경우에도 수준 낮은 관습적 행위를 종종 고수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두 가지 예만 들어보자. 먼저 고속증식로는 소비하는 양보다 많은 핵연료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자본이 투자되어 연구했으나 실패에 도달한 사례이다. 전망은 장밋빛이지만 아직 상업적 염려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혁신들로서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자기 부상열차, 열핵 에너지 등이 있다. 이 분야의 회사에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그 위험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실패한 혁신의 대표적 예 즉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행하는 것은 항공기 탑승이다.
항공기 탑승의 경우 승객을 역피라미드식으로 다시 말하면 앞쪽과 뒤쪽에 동시에 탑승시키면 병목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혹은 좌석 배정을 아예 폐지하는 방법도 탐승 시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속기 쉬운 지수인 GDP의 예를 보자. GDP는 한 국가에서 한 해 동안 거래된 재화와 서비스의 총가치에 불과하다. 삶이 더 나아지고 경제가 성장하면 GDP는 증가하지만, 국민과 환경에 나쁜 일이 닥칠 때도 GDP는 증가한다. 알코올 판매량이 증가해서 음주 운전이 늘어나 사고가 빈번하고, 응급실에 가는 사람이 늘어나고 감옥에 가는 사람이 증가해도 GDP는 증가한다.
현재 한국의 GDP 순위는 세계 13위이다. 그런데 평균적 한국인의 삶은 좀 더 나아졌는가? 통계학자의 진지한 권고를 우리는 무시하면 안 된다. 정부가 아무리 긍정적 수치를 발표해도, 소수의 슈퍼 리치나 슈퍼 파워에 대한 기사로 모든 미디어가 도배를 해도 실제로 당신과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의 삶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필자는 지인들에게 하루에 단 십 분이라도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권유한다. 그리고 이 시간을 늘려가면 점점 더 내면이 고요해지고 신체는 고유의 면역력을 회복하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