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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이즘 이해하기 1

힌두이즘의 기원

by 박종규

이번에 읽을 책은 스와미 바스카라난다의 힌두이즘 입문서이다. 왜 힌두이즘을 이해하여야 하는가? 사실 몰라도 무방하다. 기독교인이 불교와 유교 그리고 도교나 힌두교를 알지 못해도, 아니면 무신론자가 어떤 종교적 이데올로기 없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 현재 서구에서 일상화된 명상도 반드시 힌두교나 불교에 바탕을 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기수련이나 기공 혹은 한국의 단전호흡과 같은 방법도 명상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집에서 무더위를 피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혹은 공포 장르의 영화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여름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만든다.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널리 검증된 명상법을 혼자서 훈련해 보는 것도 무방하다. 남방선으로 알려진 위빠사나 수행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편하게 앉거나 누어서 눈을 감고 숨을 고르게 쉬면서 외부 감각의 반응이나 내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내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좀 더 전문적으로 마음을 다스리길 원하는 사람은 북방선을 한국 사찰에서 배우는 것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런 과정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다. 가톨릭 신자라면 묵주 기도를 기독교 신자라면 교회에서 배운 기도 방식을 집에서 실천하면 된다. 물론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명상을 하다 보면 생각들이 조금씩 사라질 수도 있고, 아니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신체와 마찬가지로 최소한 뇌의 대뇌피질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2017년을 기준으로 미국인 성인의 약 14.2%가 힌두이즘에 기초를 둔 명상법(불교를 포함)을 일상화하고 있으며, 유럽인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환각제를 사용하거나 집단적 춤과 노래와 같은 디오니소스적 축제 행위를 하지 않고도 정상적인 상태의 의식으로 내면을 관조하는 명상은 고대인들이 아마도 가장 쉽게 신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여겼을 것이다. 고대 희랍의 신비주의나 중세 기독교 신비주의에서도 이런 관상법이 특정 철학 학파나 수도원에서 이어졌다. 하지만 힌두인의 선조가 아리아인(원시 인도유럽인)으로 알려져 있듯이, 지금 현대화된 명상법 역시 아리아인에게서 유래한 것 같다. 유럽 우주국(ESA)에서 발사하는 로켓들을 아리안 로켓 시리즈로 명명한 것도 그들의 공통 조상이 아리아족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아리아인들은 자신의 종교를 아리아 다르마라고 불렀는데, 이는 아리아인의 종교라는 뜻이라고 한다. 다르마(dharma)란 단어는 종교 혹은 종교적 의무란 뜻이다.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산스크리트어는 인도-아시리아인의 언어였다. 나아가 아리아인들은 자신의 종교를 마나바 다르마 혹은 인간의 종교라고 불렀다. 이는 계시 종교의 배타성과 달리 힌두교가 전 인류의 종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의 많은 영지주의자나 다원주의자가 힌두이즘을 서구의 헬레니즘이나 헤브라이즘보다 더 포용력이 넓은 평화의 종교로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힌두이즘이란 이름은 훗날 도입되었다. 고대 인디아는 이웃국가들 중 페르시아와 국경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때 인디아는 아리아바르타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는 '아리아인의 땅'이란 뜻이다. 인디아와 페르시아의 공동 국경은 인더스 강으로서, 이는 산스크리트어로 신두(Sindhu)라고 불리었다. 페르시아인들은 '신두'라는 발음을 정확하게 할 수 없었고, 이를 힌두(Hindu)로 발음했다. 그리고 신두 강 저편에 살고 있는 아리아인을 힌두인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해서 아리아인의 종교는 힌두이즘이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면 힌두이즘의 기본 원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자가 연구한 결과 힌두이즘은 5가지 물음에 대한 답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1. 우주는 어디에서 생겨났는가? 또 어떻게 생겨났는가? 2. 창조자가 있다면, 그는 누구인가? 창조자와 창조된 자들의 관계는 무엇인가? 3. 우리는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4. 우리는 죽은 다음에도 존재하는가? 5. 우리는 탄생 이전에도 존재했던가? 힌두인 중 영적으로 밝은 일부 성인들이 그들의 특별히 정화된(purified)' 마음으로 답을 찾았다. 그 답들은 마침내 책으로 기록되어 경전으로 알려져 왔다.


힌두이즘에 따르면 경전은 평균적인 '불순한‘ 마음이 알지 못하는 진리를 드러내는 독특한 능력이 있다. 마음의 '순수'와 '불순'의 차이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설명될 수 있다. 얼음, 물, 수증기, 이 세 가지는 모두 같은 화학적 물질로 되어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고유한 속성에 따라 현상은 크게 달라진다. 얼음은 셋 중에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자유를 가지고 있다. 물은 이보다 많은 자유를 가지고 있다. 수증기는 최대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모든 방향을 자유롭게 퍼져나갈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셋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다. 인간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힌두이즘은 알려진 창시자가 없다는 점에서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고대 인디아의 현자들에 의해 발견된 초감각적 진리가 바로 힌두이즘의 창시자이다. 이 현자들은 익명을 남기를 원했다. 그 이유는 이 진리가 항상 존재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자들은 또한 이런 영원한 진리가 창조된 모든 것과 같은 근원인 신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신에 의해서 드러난 진리이기 때문에 현자들은 이를 일컬어 '아파우루쉐야(인간이 만든 것이 아닌)으로 불렀다.


이제 힌두이즘의 독특성이 다음의 시대적 혁신과 연결된다. 특정한 창시자가 있는 종교라면 그의 가르침을 그대로 간직하려는 보수성과 배타성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힌두이즘은 여러 다른 시대의 각 단계에 다양한 성인들과 '신성한 화신'들이 나타나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였고, 힌두이즘은 그들의 가르침으로 풍요로워졌다. 어떤 면에서 힌두교의 역사는 우리가 배우는 과학의 역사와 비슷하다. 저자는 모든 고대의 종교를 오래된 집의 다락방으로 비유한다. 다락방을 정기적으로 청소하지 않는다면 먼지와 거미줄이 쌓이고 마침내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종교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정리되고 혁신되지 않는다면, 먼지와 거미줄이 쌓여 더 이상 유효성을 상실하고 변화된 시대와 사람에게 더 이상 부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여기에 힌두이즘의 장수 비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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