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세계화 시대의 국가(3)
이제 국가에 관한 물음은 이 장이 마지막이다. 저자는 다음의 세 가지 질문에 대하여 통게학적으로 답하면서 마무리한다. 그것은 1. 왜 제조업이 여전히 중요할까? 2. 러시아와 미국: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 3. 쇠락하는 제국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주제이다. 먼저 1번의 물음을 살펴보자.
2000년-2017년 세계 전역의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의 가치는 6.1조 달러에서 13.2조 달러로 2배 이상 상승했다. 그사이 제조업의 '상대적 중요성'은 급속히 떨어지며, 과거 농업이 밟았던 하락을 되짚어가고 있다. 유엔이 발표한 국가별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가 세계 경제에 기여하는 비율은 1970년 25퍼센트였지만 2017년에는 16퍼센트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는 주식 시장에도 반영이 되었는데, 2019년 말,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도요타의 3배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제조업이 한 국가의 경제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다른 어떤 분야도 제조업만큼 적정한 임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2019년 말 페이스북의 직원은 약 4만 3000이었지만, 2019년 회계연도에 도요타의 고용 직원은 37만 명이었다. 결국 일자리만큼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직종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증거이다. 이는 AI 산업 이후의 일자리 예측에도 적용된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미국의 제조업 분야 비중을 끌어올리려는 투자 유치 전략 역시 국내의 일자리를 증가시키려는 고육지책의 하나이다. 2018년에 중국의 경우에는 제조업이 GDP의 29% 이상을 차지했지만, 일본과 독일에서는 약 21%, 미국에서는 11%에 불과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저자가 보기에 현재 제조업 최강국은 아일랜드라고 한다. 아일랜드는 전 세계의 다국적 기업을 끌어들여서 1인당 제조업 가치는 연간 2만 5,000달러를 넘어서 스위스의 1만 5,000달러를 앞서고 있다.
공산품이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로는 중국, 아일랜드 외에도 체코공화국, 이스라엘, 한국이 있다. 한국등이 무역수지에서 큰 흑자국인 반면에 미국은 상품수지에서 2018년 8,910억 달러, 1인당으로는 약 2,700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메가정책은 이런 적자를 관세를 통해 흑자 내지 균형으로 전환하려는 미국의 몸부림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미래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왜 트럼프는 이 기조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일까?
어떤 학자는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가지는 위상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비록 4대 기축통화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일한 화폐는 달러이고, 이 달러의 가치는 금의 보유나 국제 신용도에 달린 것이 아니라, 미국이 가지는 세계적인 경제, 군사, 외교 등의 장악력에 기인한다. 그러면 다음 물음에 우리는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 저자는 이 주제에서 21세기 초반에 재현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두 초강대국의 경쟁의식이 다시 구현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2019년 미국은 러시아와 함께 중거리 핵전략조약을 탈퇴했다. 양측 모두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2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오랜 대치 가운데 결정적 순간은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 날이었다. 서구 세계는 놀라면서 두려운 반응을 보였고 미국은 이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그해 12월 서둘러 발사한 뱅가드 tv3 로켓이 발사 후 2초 만에 폭발하였다. 그러자 유엔의 소련 대표단은 미국 대표단에게 소련의 기술 지원을 받겠느냐고 물었다. 이런 공개 모욕은 미국 정부에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가속화하고, 수학과 과학 교육을 강화하는 요구로 이어졌다.
결국 미국의 유인 우주선이 달착륙에 먼저 성공했고 소련 그리고 러시아 우주인은 아직 달에 걸음조차 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2018년 마하 27에 달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인 아방가르드 시험 발사에 성공을 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킨자이란 극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했다. 미국과 서구는 부랴부랴 다시 이 미사일 개발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저자는 이런 위기가 지속되는 것을 '많은 것이 변하더라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프랑스 격언으로 표현한다. 사실 인류가 존재한 이래 지구상에서 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때가 하루라도 있었는가?
하지만 다음의 제목은 또 다른 관점을 시사한다. <쇠락하는 제국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2011년 당시 하버드대의 정량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던 새뮤얼 아베스먼은 기원전 3000년부터 기원후 600년까지 존재한 41개 고대 제국의 수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제국의 평균 지속 기간은 220년이지만 적어도 200년간 지속한 제국이 800년간 존속한 제국보다 대략 6배는 많기 때문에 제국의 수명분포가 무척 왜곡되는 현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나라에 질문을 던진다. 미국도 '제국'일까? 설령 미국 제국이 실제로 존재하고 1898년 시작되었다고 믿더라도 그 제국이 지금까지 강대해지고 있다고 믿어야 할까? 1945년 미국이 세계경제 생산에서 차지하는 몫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정점에 이른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 역시 지속적으로 내려앉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아직도 존속하는 '제국'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교훈에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는 그리고 정권은 누구일까? 저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중국공산당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중국공산당이 티베트외 신장웨이얼자치구를 억압하는 데다 그들의 정책이 긴 국경을 마주한 국가들로부터 진정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도 욕심을 내고 남중국해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중국공산당은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즉 제국 통치의 환생을 축하하는 70주년 기념식을 진행했다. 그러나 저자의 결론은 다음의 물음으로 대체된다. '근대 제국의 수명을 고려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후에도 중국공산당이 존재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