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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4

국가: 세계화 시대의 국가(2)

by 박종규

저자는 동아시아와 서아시아의 주요 국가로 시각을 돌린다. <일본의 미래>란 주제에서 2차 대전 이후 황폐화된 일본의 경제가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요약한다. 일본 경제는 1953년 전쟁 전의 정점을 넘어섰다. 곧이어 최초의 트랜지스터라디오(소니)부터 최초의 초대형 원유 운반선(스미토모)까지 상품을 수출했다. 1973년 혼다 시빅 자동차를 미국에 처음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1980년에 일본 자동차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30퍼센트를 차지했다. 1978년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큰 경제 대국이 되었다.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1985년 닛케이지수는 3배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성공 뒤에는 부풀려진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끌어올린 거대한 거품 경제가 있었다. 최고 정점에 오르고 10년이 지난 뒤, 2000년 1월 닛케이지수는 1990년의 절반까지 하락했고 최근에야 그 지검에서 벗어났다. 전자, 가전제품의 상징이었던 소니, 도시바, 히타치 등은 이제 수익을 내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실정이다. 한때 신뢰도에서 필적할 상대가 없던 도요타와 한도는 수백만 대를 리콜하고 있다. 2011년 3월 쓰나미가 동부 해안을 덮친 이후에는 후쿠시마 재앙, 예측할 수 없는 북한에 의한 불안감,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 악화가 뒤따랐다.


저자가 보기엔 이런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의 문제는 인구 추세로 결정된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령화하는 주요 경제국일 뿐만 아니라,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현대의 인구는 1억 2,700만 명이 되지만 2050년에는 9,7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고, 그 결과 건설과 의료에 필요한 젊은 노동인구마저 부족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수백만 명의 고령자를 누가 돌볼 것인가? (한국은 일본 못지않게 이런 문제에서도 심각하다.) 영국과 미국과 달리 일본의 경우에는 짧은 기간에 정상을 향해 급속도로 치고 올라가고 다소 빠른 속도로 쇠락하는 국가에 속한다.


이제 중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중국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21세기 초반에 2015년이나 2020년 혹은 2025년 아니면 언제쯤인가는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기사가 얼마나 많았는가? 1위를 향한 중국의 여정은 1978년에 시작되었다. 중국은 그 전의 총체적 잘못을 뒤로하고 경제 근대화를 추진했다. 수십 년 동안 중국은 곡물, 석탄, 시멘트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가 되었고, 수년 전부터는 공산품 특히 가전제품의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상대적 관점에서 중국은 결코 부유하지 않다.


세계은행이 너그럽게 계산한 구매력평가지수를 기준으로 할 때 2019년 중극의 1인당 GDP는 1만 9,504달러, 즉 세계 73위였다. 물론 부유한 중국인들이 밴쿠버와 런던에서 부종산을 구입하고 파리의 고급 백화점에서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시계를 구입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중국 인구의 극소수에 불과하다. GDP와 벼락부자의 수는 중국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호도하는 수치이다. 중국의 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극단적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과 심장 질환 발병률은 높아진 반면에 기대 수명은 줄어든다. 수질오염도 고질적이다.


중국과 같은 산업화의 길을 가는 인도의 경우는 어떠한가? 인도가 중국의 인구를 제지코 세계 1위로 올라서는 것은 지금 인구증가 추세로 보면 확실하다. 문제는 경제력에서도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아니면 넘어설 수 있을지 하는 것이다. 2025년에는 총인구에서 인도가 중국을 앞서고, 2030년에는 확실하게 1위를 기록할 것이다. 인도와 중국은 국제투명성기구가 최근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180개국 중 똑 같이 80위를 차지했다. 지니계수로 측정하는 경제불평등의 정도도 무척 높다.


두 국가의 차이도 존재한다. 1980년 이후 경제가 급성장한 덕분에 중국이 인도보다 훨씬 더 부유하다. 2019년 IMF가 발표한 구매력평가지수로 환원한 1인당 평균 GDP 역시 중국은 인도보다 2배 이상 많다. 반면에 중국은 7명의 원로로 구성된 중앙위원회가 운영하는 엄격히 통제된 1당 독재국가인 반면에, 인도는 무척 불완전하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민주국가이다. 중국에는 최첨단 기술이 곳곳에 새로 도입한 '사회 신용 체계'의 일환으로 무지막지한 인터넷 검열과 감시에 쓰이지만, 인도에는 국내 및 국외에서 첨단 기업의 리더를 키워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마지막 문제는 인도와 중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히말라야산맥 주변의 영토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아무런 조약도 아직 맺지 못했다는 점이다. 1962년에는 대규모 무력충돌이 있었고 앞으로도 여러 요인으로 인한 분쟁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2025년 7월에 발표된 중국의 히말라야댐 건설 계획을 위시하여 앞으로 수자원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인도 내부의 사정으로 볼 때 출산율을 신속하게 낮추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한 식량의 자급자족을 해결하고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에 악화하는 관계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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