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몽동의 개체화에 대한 철학적 해석 9

2부 생명체들의 개체화: 생명과 정보

by 박종규

앞에서 밝혔듯이 시몽동의 책은 1부-물리적 개체화와 2부-생명체들의 개체화로 구성되었다. 넓게 보면 이 책은 물질과 생명이 <어떻게 개체화의 과정을 거쳐서 개체들을 생성시키는가?>를 철학사적 배경과 현대과학의 결과들을 통합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정보는 지식이 아니라 사건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정보라는 사건이 개체화 과정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는 지를 다시 개관하자. 전개체적 장은 정보라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준안정적 상태(metastability)이다. 이 상태에서 정보는 형태로 주어지지 않지만 정보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차이, 불균형, 과잉 잠재성)이 이미 존재한다. 정보는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장 안에서 발생할 사건의 가능성으로 내재한다.


물질의 결정화 과정에서 저자는 과포화 용액에서 일정한 조건에서 임계핵(결정-씨앗)을 발생하는 예를 들어서 이 발생의 근거가 바로 정보라는 사건이라고 설명한다. 물질 층위에서 정보 사건은 국소적 구조를 생성하고 이 구조는 인접 영역에 영향을 주며 전체로 확산된다. 여기서 지적 설계론의 가설과 같은 외부 설계자를 설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왜냐하면 개체는 전개체적 장의 내부에서 자기-구성을 통한 과정의 결과이며 개체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전이 과정의 국면이다. 그러나 물질의 층위에서 생명의 층위로 이행하면 정보 사건은 구조를 형하지만 그 구조는 다시 새로운 정보를 생성시킨다. 생명은 진화론이 설명하듯이 단순히 환경에 반응하고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외부에서 다중 층위의 공명(resonance) 발생하기에 여기서 정보는 내부-외부 사이에서 생성되는 사건이다.

이제 시몽동의 글을 읽어보자. "생리학자들은 개체성의 수준들이라는 어려운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는 종들에 따라 그리고 각 개체의 현존의 순간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실상 동일한 존재자가 다양한 수준들에서 존재할 수 있다... 사실상 조직화는 각 존재자 안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여러 존재자들 사이에서 현존하는 유기적 관계에 의해 일어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에는 존재자 안에서 내적 통합은 외적 통합과 중복된다. 군(群, gorupe)은 통합자(統合者, Intégrateur)이다. 유일한 구체적 실재는 생명의 단위이며 이것은 어떤 경우에는 단일 존재자로 환원될 수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그 안에서] 복수의 존재자들이 상당히 분화되어 있는 군에 상승하기도 한다."


개체성의 수준이란 말은 생리학에서 개체(individu)는 단일한 단위가 아니라 여러 층위(levels)에서 동시에 존재한다. 예를 들면 세포는 하나의 개체이지만 이것들이 통합된 기관(orgnan)은 또 다른 개체 수준인 유기적 체(organism)는 또 하나의 수준이고 이어서 군집은 더 상위 수준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생명의 개체성은 고정된 경계가 아니라 상황과 층위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를 가진다. 인간의 경우 한 개인은 세포들의 집합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유기체이며 또한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이기에 여기서 하나는 단순히 수학적 하나가 아니라 다층적 하나이다. 생명의 층위에서는 내부 조직화와 외부 조직화의 과정이 통합되어 생성된다. 세포에서 기관으로 유기체로 이루어진 내적 통합 (integration interne)은 개체들 사이 관계에서 형성된 개미 군집, 인간 사회와 같은 관계적 개체들의 외적 통합(intégration externe)이 상호작용하면서 흘러간다는 것이다.

이제 시몽동의 관점에서 생물의 진화와 인간의 역사를 통합하여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도출된다. <진화와 역사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정보 사건이 전이되며 층위를 가로질러 전개되는 하나의 생성 흐름이다.> 개체화의 과정으로 보면 생물학적 진화와 역사적 진행은 서로 다른 영역이 아니라, 전개체적 잠재성에서 발생한 정보 사건이 물질과 생명 그리고 사회로 전이되어 점점 더 높은 수준의 개체화를 이루는 하나의 연속적 생성 과정이다. "물리적 개체화와 달리 생명적 개체화에 한계가 없다면 우리는 물리적 개체화와 생명적 개체화 사이의 이행이 어디서 나타나는 지를 탐구해야 한다... 생물학에서 개체성의 개념은 여러 층위에 적용되거나 또는 연속적인 포함관계를 갖는 여러 수준에 따라 적용되는 듯하다. 그러나 유비적으로 말한다면 물리적 개체를 생물학적 사회처럼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물리적 개체는 그것만으로는 비록 아주 단순하긴 하지만 전체성의 이미지를 제공할지도 모른다."


물질과 생명이란 층위는 분명히 일종의 경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경계 사이에서 전이와 교환(무기물에서 유기물로 다시 유기물에서 무기물로)이 일어나기에 가장 기초적인 층위에서도 전체성의 이미지가 제공된다. 예를 들어 물질적 결정 내부의 분자들 역시 생명처럼 서로 관계를 맺으며 구조를 유지하기에 결정 자체는 정지된 개체가 아니라 관계들의 조직체이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물질적 결정 속의 원자들의 격자 진동(phonon: 집단적 협동 운동) 현상을 예로 들면 분명해질 것이다. 결정 속 원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각 원자는 평형 위치 주변에서 끊임없이 진동하고 이 진동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한 원자가 흔들리면 옆 원자도 흔들린다. 이것이 연쇄적으로 퍼지면서 파동이 되고 이 현상을 물리학에서는 포논(phonon)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사회에서 나란 원자 역시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떤 이름(위치)이 주어지는 것과 유사하다.

나는 누구인가? 사회적 개인으로서 나는 우선 가정에서 아버지 혹은 어머니 또는 아들, 딸이며, 학교에서는 선생님이거나 학생 혹은 교직원이며, 회사에서는 어떤 부서의 담당자이고, 국가에서는 국민이면서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지닌다. 그러므로 국가라는 체계가 없다면 나는 무국적자가 될 것이며 동시에 직장이 없다면 무직자로 분류될 것이다. 사회라는 관계 속에서 인간 개체가 생성되고 소멸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치이다. 그렇다면 시몽동이 주장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고전적인 위계질서 즉 아래에 물질층이 있고 그다음 생명층과 개인 심리층 그리고 집단 심리층이 새롭게 발생한다는 세계관을 반대한다. 그래서 그는 물질의 층위에서 이미 사회 조직과도 같은 복잡한 메커니즘이 있다면 층위의 위계를 정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물질이 조직화의 아주 높은 수준을 갖춘 체계를 구성한다고 생각한다면 생명과 물질을 그렇게 쉽게 위계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조직화 과정은 보존되지만 물질에서 생명으로 이행하면서 변형된다고 가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직화가 보존된다고 하더라도 죽음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죽음도, 진화도, 퇴화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물질과 생명의 관계의 이론은 이러한 변형태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생물학적 존재자에서 변환은 직접적이지 않고 간접적이다. 그것은 상승과 하강의 이중 연쇄로 이루어진다. 이 연쇄들 각각을 따라 정보의 신호들을 지나가게 해주는 것이 변환이다. 그러나 이 이행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이기보다는 통합이거나 분화이다."

이제 우리는 시몽동의 언어에 점점 익숙해진다. 물론 아직 여전히 어려운 말들의 연속이기에 쉽게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절망할 필요는 없다. 철학서적은 문학서적과 달리 대부분 아주 복합적인 사유의 총체이기에 한 책이 사용하는 개념에 익숙해지기까지는 많은 지적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 독자는 이런 담론 사이에서 하나의 창조적 아이디어만 건져도 성공이다. 과학(분과학의 줄임말)의 결과들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인문학이 선호되는 이유는 당연하다. 과학(나무들)과 철학(숲)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쉽게 통합되지 않는다. 마치 전통적으로 형이하학(자연학)이 형이상학(메타피직)과 긴장을 늘 유지해 왔듯이 과학은 철학에게 풍부한 직관적 내용(입증된 데이터)을 주고 철학은 과학에 새로운 사유를 위한 새 개념들을 제공한다. 위의 문장 중 핵심 몇 가지만 추려서 다시 해석해 보고 마치기로 하자.


<물질에서 생명으로 이행하면서 변형된다.>라는 말은 물질과 생명의 단절을 분명하게 거부하는 의미이다. 생명은 물질 위에 추가된 것이 아니라 물질의 조직화가 변형된 형태라는 말이다. <상승과 하강의 이중 연쇄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에서 상승(integration)이란 부분들이 묶여 더 큰 단위 형성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세포 가 조직에서 기관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의미하고, 하강(differentiation)이란 하나의 세포가 여러 기능의 세포로 분화되는 과정 즉 줄기세포가 신경세포나 근육세포로 변환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정보의 신호들을 지나가게 해주는 것이 변환이다.>라는 말은 정보는 배아 발달에서 보듯이 단순한 설계도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신호이며, 신경계에서는 단순히 전달이 아니라 신경계 구조 자체를 바꾸는 사건으로 작동한다.

뇌 세포의 경우를 예로 들면 더 분명해질 것이다. 뉴런에서 신경전달물질의 역할은 단순히 일반적으로 이해하듯이 뉴런 A가 신경전달물질 방출하면 뉴런 B는 그 물질의 정보를 수용하고 다시 다른 뉴런에게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시몽동의 언어로 설명하면 뉴런 A와 B는 이미 하나의 장(field)에 있으며 여기서 발생한 신경전달물질은 그 장 안에서 긴장 상태를 재구성하기에 이 현상은 일정한 메시지를 톡으로 전송하는 그런 전달이 아니라 뉴런의 재조직화를 발생시키는 사건이 된다. 도파민이 일으키는 현상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A 상황(운동 연습)에서 도파민은 동기를 증가하고, B 상황(음주의 반복)에서 도파민은 중독 강화로 그리고 C 상황(독서 습관으로 새 시냅스의 형성)에서 도파민은 뇌의 학습 역량을 촉진한다. 왜 같은 신호인데 다른 결과가 나타날까? 그것은 생체의 시스템 전체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심신이 건강해지려면 <체질과 습관 변화가 우선>이라는 말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 이번 에세이는 여기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