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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규 Jan 07. 2023

조던 피터슨 읽기

인생의 12가지 법칙 1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바닷가재와 영역


바닷가재는 바다 깊은 곳에 서식한다. 바닷가재 본거지 위에서 다른 바다 생물들의 학살과 죽음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런 혼돈의 부산물이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바닷가재는 자기 영역 안에서 먹잇감을 사냥하고, 먹을만한 부스러기를 찾아 주변을 뒤적거린다.


바닷가재는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 수렵과 채집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을 원한다. 바닷가재에게도 인간만큼이나 안락한 보금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다. 안전한 보금자리는 적고 그런 곳을 원하는 바닷가재는 많기 때문이다. 만약 바다 밑바닥에 사는 바닷가재 두 마리가 같은 시각에 같은 영역을 차지하고 같은 곳에서 살겠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또 바닷가재 수백 마리가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고 좁은 곳에서 얼마 안 되는 부스러기를 두고 다퉈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바닷가재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 이런 문제에 부닥친다. 봄에 북쪽으로 날아오는 작은 새들도 치열하게 영역 다툼을 벌인다. 새들의 노랫소리는 아름답고 평화롭게 들리지만, 사실은 '이 영역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사방에 알리는 위협의 함성이다. 맑고 고운 소리로 자신의 주권을 강력히 주장하는 작은 전사인 것이다. (21-22쪽)

이제 피터슨이 제시하는 인생의 법칙 1을 살펴보자. 그는 바닷가재와 조류의 영역 지키기와 인간의 생존방식을 비교한다.


소위 적자생존의 원리가 모든 생명체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생물에게 안전한 보금자리가 우세한 숫 것의 영역인 것처럼, 인간에게 안정된 일자리와 높은 소득의 자리는 항상 소수 엘리트의 것이다.


우선 이런 가혹하고 냉정한 생태계의 질서를 인정하자. 그리고 인간 세계의 내부를 들여다보자. 인간은 생물과 달리 확장된 내면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 내부는 심리적 현실이다. 하지만 이 현실도 물리화학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패배와 승리의 신경 화학


뇌 화학(brain chemistry), 즉 신경 화학적 관점에서 패배한 바닷가재와 승리한 바닷가재는 크게 다르다. 이런 차이는 승리와 패배를 받아들이는 자세에서도 나타난다.


바닷가재가 자신만만한 모습인가 아니면 위축된 모습인가는 신경 세포의 교감을 조절하는 두 화학 물질인 세로토닌과 옥토파민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승리하면 세로토닌 비율이 높아지고, 패배하면 옥토파민 비율이 높아진다.


세로토닌 수치가 높고 옥토파민 수치가 낮은 바닷가재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으스대며 걷는다. 도전을 받아도 움츠리거나 물러서지 않는다. 실제로 세로토닌은 바닷가재의 몸을 유연하게 만든다.


유연한 바닷가재는 부속기관들을 쭉 뻗어 더 크고 무섭게 보일 수 있다. 방금 싸움에 패한 바닷가재에게 세로토닌을 주입하면 팔다리를 쭉 뻗으며 다시 승자에게 덤벼들어 예전보다 더 오래, 더 치열하게 싸운다' 우울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물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도 거의 똑같은 화학적 효과를 일으킨다.


대표적인 우울증 치료제 프로작이 바닷가재의 행동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생명의 진화적 연관성을 보여 주는 놀라운 실험 결과다. (29쪽)

피터슨은 적자생존에서 승리한 생명체에게 세로토닌 수치가 높이 나타나기에, 역으로 세로토닌을 주입한 생명체가 생존경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논증한다.


생화학자나 신경심리학자 혹은 뇌과학자들이 인간의 행복이라는 감정과 느낌이 세레토닌이나 도파민 그리고 멜라토닌이나 옥토파민이라는 호르몬의 수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그렇다면 인생의 여러 복잡한 문제는 아주 단순한 원칙들을 실행함으로써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세레토닌 수치를 높이려면 그것을 분비하는데 도움이 되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운동을 꾸준히 하면 되는 것이다.


언젠가 프로작 이상의 마법적인 우울증 치료제가 나와서 아침에 한 알만 먹고 출근하면 하루종일 명랑하게 일을 즐기면서 할지도 모른다. 마치 AI컴퓨터에 행복 프로그램을 로딩시켜놓은 것처럼.


그러나 생태계나 인간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차별의 문제는 호르몬 수치의 증가만으로 해결될 만큼 간단하지 않다. 만약 마법의 약이 발명되었어도 그 가격이 누구나 쉽게 먹도록 일반화되는 데는 무수한 과정이 걸릴 것이고 더 좋고 비싼 약이 개발되어 부자들의 전용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상은 원래 불평등하다


영역 다툼에서 패한 바닷가재가 용기를 되찾고 다시 싸움에 나설 때 승률은 어떻게 될까? 이들의 누적 기록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면 또다시 패할 가능성이 일반적인 예상보다 더 크다. 한마디로 승리를 거둔 상대가 다시 승리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인간 사회가 그렇듯이 바닷가재 세계에서도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 인간사회에서는 상위 1퍼센트의 자산총액이 하위 50퍼센트의 자산 총액과 비슷하다. 상위 85명의 부자가 하위 35억 명의 재산을 모두 합한 액수만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잔혹하고 야만적인 분배 원칙이 경제 영역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주요 과학 논문 대부분은 소수 과학자가 발표하고, 극소수 음악인이 저작권료 대부분을 가져간다.


또한 몇 안 되는 작가의 책이 판매 부수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미국에서 매년 150만 종의 책이 출간되는데, 그중 10만 부 이상 팔리는 책은 500종에 불과하다." (30쪽)

피터슨은 생물군집 혹은 인간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영국 물리학자 프라이스가 발견한 법칙 혹은 이태리의 경제학자 파레토가 발견한 분포로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경쟁에서 이긴 혹은 미리 유리한 조건, 생물학적이던 사회계급적이던 어떤 종류의 우월한 위치를 선점한 소수에 의해 위계적 불평등이 지속된다.


심지어 피터슨은 성서에 나오는 역설적 구절을 인용하여 이를 마태의 법칙이라고도 칭한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마태복음‬ ‭25‬:‭29‬)


‘마태효과’라고도 불리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시장경제가 지닌 낙수효과 즉 부가 성장하면 결국 빈자도 혜택을 받는다는 고전적 자본주의 경제원리와는 정면으로 위배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말미암은 유가의 급등은 정유회사에게는 천문학적 이익을 주었으나 서민들에게는 에너지 비용의 증가와 물가의 급상승이라는 경제적 피해를 끼친 것이다.

프라이스의 법칙


무수히 많은 클래식 음악 작곡가 중 소수의 작곡가가 쓴 작품, 그중에서도 소수의 작품만이 전 세계 사람들이 즐겨 듣는 클래식 음악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이 원칙을 '프라이스의 법칙'(관련 업계 종사자 수의 제곱근에 해당하는 인원이 전체 생산성의 50퍼센트를 만들어 낸다는 내용. 예컨대 전체 종사자 수가 100명이라면 그중 10명이 전체 생산성의 50퍼센트를 담당한다-옮긴이)이라고도 하는데, 1963년 물리학자이자 과학사학자인 데릭 존 데 솔라 프라이스가이 원칙이 과학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세로축에는 사람의 수, 가로축에는 생산성이나 자원이 표시되는 L자 모양의 그래프로 표현된다. 이와 관련된 기본적인 원칙은 훨씬 오래전에 발견되었다.


20세기 초 이탈리아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는 부의 분배에 이런 원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파레토 분포'라고 한다(이탈리아 전체 부의 80퍼센트를 전체 인구의 20퍼센트가 소유하는 부의 분배 구조에서 발견한 법칙으로, 80 대 20 법칙이라고도 한다-옮긴이).


실제로 이런 불평등한 분배 원칙은 정부 형태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연구된 모든 사회에 적용되는 듯하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 인구(일부 도시에 인구가 집중), 천체의 질량(일부물질이 대부분의 질량을 차지), 단어의 빈도(500 단어가 커뮤니케이션의 90퍼센트 차지)에도 이 원칙은 적용된다. (31쪽)

피터슨은 경쟁이던 아니면 다른 사회-심리적 요인에 의해 상대적으로 위축된 불안증을 가진 내담자들에게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 두 가지를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좋은 수면습관과 아침식사 챙기기이다.


사실 문명화된 사회일수록 수면의 질은 떨어지고, 복잡한 분업구조를 가진 직업에 종사할수록 아침을 제때에 먹는다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수면건강제에서 수면클리닉으로 나중에는 수면유도제와 안정제 없이는 살 수 없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아침식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잦은 야근이나 회식 혹은 출장이 많은 직종의 종사자에게 규칙적인 식습관은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피터슨의 간단한 제안은 사실 실천하기 쉬운 것이 아니다.


피터슨 자신이 고백하듯이 뇌와 몸과 사회는 상호작용하며 양성 순환 고리에 휘말릴 수 있다. 우울증 환자는 대인기피증을 가지며 약물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무척 높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결단만이 이 고리를 끓을 수 있을까? 이제 피터슨은 쉽지만 않은 삶의 제1 법칙을 제시한다. 우선 허리를 세우고 몸을 똑바로 하라. 어깨로 펴고 똑바로 서라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삶의 엄중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혼돈을 질서로 바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을 모르던 어느 시절의 낭만이 끝났음을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고대의 언어로 말하면, 하나님을 기쁘게 할 수 있다면 어떤 행동이라도 하겠다는 뜻이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방주를 지어 홍수로부터 세상 사람들을 지키고, 폭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이끌고 사막을 건너겠다는 의미다. 안락하고 편안한 집을 떠나겠다는 뜻이고, 과부와 어린아이를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예언을 전하겠다는 의미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옳은 것과 편한 것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십자가를 짊어지겠다는 뜻이다. 폭압적이고 엄격해서 죽은 것과 다름없는 질서를 원래의 출발점인 혼돈으로 되돌리겠다는 뜻이며, 그 결과로 닥치는 불확실함을 견뎌냄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의미 있고 더 생산적이고 더 좋은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자세부터 반듯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구부정하고 웅크린 자세를 당장 버려라. 당신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라.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런 권리를 가진 사람처럼 당당하게 요구하라. 다른 사람들이 가진 권리만큼 나에게도 그런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라.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보고 걸어라. 좀 건방지고 위험한 인물로 보여도 괜찮다. 세로토닌이 신경 회로를 타고 충분히 흐를 것이고, 그러면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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