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보치나 Feb 08. 2023

가스라이팅, 섣부른 선택의 결말



"여기서 외롭게 혼자 있지 말고, 오빠랑 같이 올라가자 같이 살자. "


나는 하고 싶었던 것도 많았고, 주변에서 재능이 많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살았다. 그래서 난 뭘 해도 잘 먹고 잘 살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사람의 손을 잡고 평생을 함께하기 위해서 짐을 싸기 전까지는. 


그가 내 평생동반자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 확신은 그의 사랑과 애정, 눈빛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한 치의 의심 없이 나는  자리를 모두 버리고, 그가 지내는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첫 번째 집은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 2명이 있는 큰집이었다. 나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큰 여동생은 곧 결혼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처음은 그곳에서 어머님과 오빠, 언니와 살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나는 나에게

정말 가족이 생겼고, 울타리가 생겨서

너무 감격스러웠다.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처음 그 집에서 먹었던 따뜻한 밥과 한상 가득 정성스러운 반찬들, 그리고 국은 항상 빠지지 않았다. 따뜻한 화장실, 커다란 욕조까지 있었다.

나는 이제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나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얼마가지 못했다.


"언니가 8년 동안 운영하는 매장에서

일하는 게 어때? 타지에서 다른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 거고. 넌 이제 가족이니까 남들보다 훨씬 책임감 가지고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


"네 언니! 저 영업직도 해봤고, 판매직은 정말 자신 있어요 감사합니다! "


.......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이제는 안다.

섣불리 그를 따라 그 집에 들어가서 살고

일했으면 안 되었다.

나의 초라한 가정환경과 나의 부모를 욕하는 그곳에서 나는 참고 살지 말았어야 했다.



여기저기서 나는 가스라이팅을 받았다. 그땐 그런 건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나는 '아, 그런가 보다'

하고 다 따랐다.


내 마음이 얼마나 무너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현재 나는 자살유가족임과 동시에,

자살의도자 고위험군으로 복지센터에서 나를 살펴주고 계신다. 양극성불안장애우울증과 트라우마, 심각한 불면증으로 하루에 엄청난 약을 먹는다. 죽음이 내게 얘기한다. 함께 있어준다고.

결국 내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은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아주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길게 드리운 그림자를 그곳에 두고 떠나오길 잘했다.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남겨준 사회공포증과 불안장애는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괴롭힌다.


타지에 올라가서 나는 제대로 대화할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매일 일기를 썼다.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눈물로 매일 써 내려갔다.


이제 그 일기장을 이곳에서 모두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