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보치나 Feb 09. 2023

왕따가 어른이 되었을 때.



학창 시절 내 얼굴에 덮여있던 불그스름한 아토피 피부를 혐오했다.

괴롭힘보다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처음엔 괴롭힘으로, 그다음엔 투명인간으로.


난 아직도 점심시간, 쉬는 시간, 체육시간을 버텨온 내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안아주고 싶다.


어울릴 수 있는 친구가 없다는 건 너무나도 외로웠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왕따를 당하면서

무리에서 낙오되는 것,

친구관계에 대한 공포감이 많이 생겼던 거 같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도 친구나 우정 같은 거에는 큰 기대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문화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나는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공감능력이 좋은 편이다.

그러다 내 이야기를 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나는 지금 너무 좋은데, 혹시 내 말 재미없니?' 

'너 도그래? 나도 그래. '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내 성격상  내 견해를 숨겼다.

어디를 가더라도 무슨 이야기를 해도 남의 눈치를 계속 살피게 된다. 


누구를 만나고 집에 오면 항상 너무 피곤하고, 마음이 더 공허했다. 술친구들이 있었지만 순간의 쾌락뿐이었다. 외로움은 그 몇 배로 돌아왔다.



지금은 낯선 사람을 만나서 대화도 스스럼없

수 있지만, 나란 사람의 본모습은 결코 달라지지는 않았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정말이더라,

최소한 나는 그렇다.







그와, 그의 가족들이 있는 지역을 떠나서,

이곳에 온 지도 벌써 3개월이 넘어간다. 

철저히 혼자가 될 수 있는 곳으로 왔다.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곳.


지금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건

꾸준히 쓰고 있는 내 일기장과 볼펜,

라디오, 그리고 하얀 알약들이다.


가끔 너무 말을 안 하고 지내서 입이 메마를 때도 있지만,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도 하고 싶지만 관계 맺는다는 것이 나는 영 소질이 없는 거 같다.


작가의 이전글 가스라이팅, 섣부른 선택의 결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