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날은 언제나 마음을 가붓하게 띄워준다. 둥둥 떠다닐 수 있을 것처럼 가벼워진 마음. 설레는 발걸음. 다니는 정신과를 바꾼 지 3주 정도 되었다. 약을 먹고 먹지 않고의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생활이 몇 년간 이어지고 있었기에 내린 결단이었다. 새로 간 병원에서 선생님은 차분한 미소로 맞아주셨고 약의 변동이 있는 부분들을 세심하게 알려주셨다. 내가 먹는 약의 효능을 조금이라도 들으니 안심이 되었다. 매일 저녁 먹을 약, 그리고 마음이 불안정하고 그것이 신체반응으로 나타날 때 먹으면 되는 비상약을 받았다. 실제로 나는 생활 속에서 흔히 긴장과 불안이 격화돼서 식은땀을 흘리곤 하는데 최근 한 주간에도 그런 순간들이 찾아와서 비상약을 먹어보았다. 마음과 몸이 조금 진정됨을 느꼈다. 약을 먹어서일 테지만 그 사실에 그리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고 그게 감사했다.
똑같은 상황에 직면해도 나는 쉽게 겁을 먹고 동요하는 특성이 있다. 다른 이들도 겁을 먹었지만 나만큼 티가 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을 거다. 나는 한 가지 고난적인 사건을 만났을 때 자주 그 사건을 내 삶 전체로 비약해 버린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힘든 순간이 결국은 어떤 방향으로든 지나갈 것이라는 걸 여러 번 경험했지만 아직 마음과 몸이 그걸 몰라주는 것 같다. 불안감이 신체반응으로 극대화되면 목소리와 몸이 떨리고 손발은 차가워지며 식은땀에 흠뻑 젖는다. 축축한 땀은 마음까지 적시고 한동안 그 축축한 감정이 나를 지배한다. 내가 스스로 빠져나오기 힘들 땐 약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이제는 생각한다. 좀 더 맞는 약을 찾아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이런 결함이 평생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신체적으로든 심적으로든 결함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게 예전처럼 세상이 무너질 듯한 두려움으로까지 확장되진 않는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게 약이든 사람이든 어떤 지식이든 깨달음이든 찾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부족함이 없는 존재는 없다. 그렇기에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 수 있는 거겠지. 사랑하는 이의 움츠러든 어깨는 끌어안아주고 싶은 애틋한 것이다. 애틋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다.
휴일의 시간, 인근 카페에 와서 아르바이트를 간 동생을 기다리며 음악을 듣다가 영상을 보다가 책을 보다가 산만하게 시간을 보낸다.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표류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위태롭지는 않다. 어느 날엔가는 신나게 발장구를 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일상에서, 사건들에서, 감정의 물결들에서 신나게 미끄러지며 움직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