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장 처음 먹은 음식은 편의점에서 구입한 참치마요 삼각김밥과 코코브루니 진짜우유라떼이다. 삼각김밥은 예상되는 그 맛, 약간 버석한 밥알갱이에 캔참치와 마요네즈가 버무려져 있어 배고플 때 술술 들어가는 고소한 맛이다. 코코브루니 커피는 고소한 달달함이 느껴져서 내가 좋아하는 편의점 커피이다. 이렇게 구입해서 4,500원에 아침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니 가성비가 좋다. 아침을 자주 챙겨 먹지는 못하지만 가끔 이 조합으로 먹어줘도 괜찮은 것 같다. 그럼에도 하루 한 끼 이상은 더욱 충분히 맛있는 음식을 먹어줘야 한다는 것이 내 하나의 철칙이다. 맛있는 음식에 굉장히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거의 먹기 위해 사는 듯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먹은 음식 중 정말 맛있게 먹은 음식은 오리 로스구이였다. 저녁 먹을 곳을 찾다가 동네 상가에 위치한 오리요릿집을 찾아갔다. 메뉴를 보고 오리탕이 제일 저렴하니 저걸 시켜볼까 했는데, 주변 손님들이 다 오리구이와 술을 곁들여 먹고 있었다. 오리로스는 회식 때나 한두 번 얻어먹어본 터라 한번 먹어볼까 하고 반마리를 시켰다. 고기, 야채, 떡이 어우러져 나왔고 직원분이 직접 구워주셨다.
냄새도 고소하고 지글지글 배어 나오는 오리기름이 투명하고 맑아서 군침을 삼키며 기다렸다. 드디어 한입 입안으로 넣어보니 담백하고 고소한 촉촉한 육즙이 퍼진다. 고기가 질김 없이 부드러웠고 잡내도 느끼함도 없었다. 감탄을 하며 입으로 쏙 쏙, 평상시엔 잘 안 먹는 야채구이까지 술술 들어간다. 마지막엔 역시 볶음밥으로 마무리, 깨끗한 오리기름이 스며든 볶음밥도 담백하다. 이 오리로스 먹으면 다른 데 거 먹기 힘들 거라던 자부심 넘치는 사장님 말씀이 옳았다.
든든하고 맛있는 한 끼는 그날 하루를 버틸 힘이 되기도, 온종일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하나의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매번 나는 끼니를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고민한다. 매일 "뭐 먹지?"를 입에 달고 산다. 직장인으로서의 고민은 점심식사 고르기이고, 자취생으로서의 고민은 저녁 해결이다. 점심 먹고 다시 반나절을 버텨야 하고 저녁 먹고 피로가 풀려야 하기에. 대충 때워도 되지 않냐 할 수도 있지만 마냥 그렇지가 않다. 식사는 내 일상에 함께 하는 중요한 예식과 같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배가 든든히 부르면 굳어버린 머리의 태엽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고 울적해진 마음에 잔잔한 안도감이 퍼진다.
추억 속 식사의 한 장면은 동생의 생일을 기념하며 갔던 서촌에 위치한 프랑스음식점에서 먹었던 점심이다. 언니도 이제 직장인이다 하면서 나름 우쭐해서 당당하게 이끌었던 기억이 난다. 뭔가 프랑스 요리라고 하니까 있어 보였다고 해야 하나, 무작정 사전정보 없이 들어갔다. 음식을 두 개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양이 작네..! 하고 놀랐던 것과 근데 맛있긴 하네.. 하고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하나는 고급갈비찜 느낌의 소고기 스튜, 다른 하나는 사과와 와인을 넣고 졸였다는 닭다리 요리였다. 이제 맛은 섬세히 기억나지 않고 그냥 맛있었던 느낌만 있다. 그리고 그날의 식사의 풍경이 좋았던 기억. 작지만 아늑하던 식당과 은은히 스며들던 햇살, 맛의 코드가 비슷한 둘은 나란히 앉아서 신이 나있었다. 소소한 행복의 맛이 났다.
나름 나도 미식가다 자부하며 오늘도 일상 미식여행을 떠난다. 아름답고 재미난 맛들은 혀끝을 지나 가슴을 맴돌며 기쁨을 준다. 음식이 주는 기쁨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추억이 깃들며 더 특별해지는 것 같다. 식사하던 장소의 정감 있는 풍경, 편안한 분위기, 자리에서 오갔던 대화, 웃음소리와 결부될 때 더욱 좋은 맛의 기억으로 남는다. 소중한 사람들과 끼니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일상이 주는 소중한 행운이다. 오늘도 그 행운을 누릴 수 있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