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기분 좋게 길을 걷다가 맞은편에서 종종종 온몸을 흔들며 경쾌하게 걷고 있는 강아지를 스쳐 지나갈 때 어머, 귀여워라 하면서 슬며시 미소가 머금어진다. 밥을 먹으며 예능프로그램을 보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져서 입안에 가득 든 음식물이 삐져나온다. 일상에서 우리를 웃게 만드는 순간은 언제일까? 웃음도 종류가 다양하다. 가만한 미소, 만면이 환해지며 눈꼬리와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는 미소, 입꼬리가 절로 씰룩거리며 잇새로 스며 나오는 웃음, 습관적인 웃음, 예의를 갖춰 짓는 웃음, 마구 터져 나와서 주체를 못 하는 박장대소 등.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그 모양새와 웃음 짓고 있는 우리의 마음도 바뀐다. 내가 정말로 편안하게 웃음 짓는 때는 언제일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마음이 가까운 사람들과 편안하게 앉아 담소를 나눌 때 짓는 미소는 진짜 미소인 경우가 많다.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되고 상대방의 반응에 열심히 맞장구를 쳐야 하는 상황도 아닐 때, 서로의 일상과 관심사에 편안한 주의를 기울일 때는 만면에 환한 미소가 떠오르기 쉽다. 그런 점에서 나를 진정으로 웃게 만드는 데 중요한 것은 편안한 분위기인 것 같다. 유독 낯설거나 거리감이 느껴지는 타인과 있는 장소를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하는 내 성향 탓이 크다. 오히려 낯선 사람들과 있는 장소에서 서로를 알아가면서 기쁨을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친숙한 상황에 있을 때 더 안도감을 느끼고 자연스럽게 실컷 웃음이 나오는 편이다.
박장대소를 하는 경험은 흔치 않은 편인데, 나는 주로 동생과 있을 때 배를 잡고 구른 적이 많다. 아마 웃음코드도 비슷하고 제일 편하고 예의 차릴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꽂힌다'라고 표현하는 그런 상황, 별 것도 아닌데 너무 웃겨서 견딜 수 없는 포인트에 꽂힐 때가 있다. 주로 어떤 만화, 영화 같은 걸 같이 보면서 터질 때가 많다. 우리는 보통 집에서 그런 걸 시청하면서 입이 잘 쉬지 않는 편이다. 해설자라도 된 듯이 만담을 주고받으며, 이제 좀만 기다려봐 저렇게 될 걸 하며 예측한 순간이 맞아떨어질 때 박장대소하며 데굴데굴 구른다. 그러면 내가 지금 구르고 있다는 사실과 상대방의 저 하회탈 같은 얼굴이 너무 웃겨서 더 웃음이 터진다. 진정되려면 한참이 걸리고 배는 아프고 힘도 빠지지만 참 기분 좋은 녹초상태가 된다. 웃음이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어릴 때 특히 사춘기를 지나는 시기에 웃음이 급격하게 많아진 때가 있었다. 굴러가는 나뭇잎만 봐도 웃길 나이였던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까르르하며 웃음을 터뜨리는, 그때는 몰랐지만 참 싱그러운 나이이다. 지금도 어린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면 주변 사람들도 미소를 짓는 장면을 목격하곤 한다. 마음속 기쁨에서 우러나오는 웃음과 미소는 보는 사람들도 웃게 만든다. 어쩌면 추억의 문을 두드리는 그런 웃음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동생과 여수로 여행을 가서 검은 모래가 있는 해변을 찾아갔다. 택시에서 내려서 신나게 웃고 떠들며 해변가로 내려가던 중,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이 갑자기 우리를 보면서 똑같이 생겼네, 웃는 이빨이 똑같이 생겼어! 하면서 지나가셨다. 잠시 벙쪘다가 그 상황이 웃기고 웃는 이빨이 똑같다는 건 무슨 소리냐 하면서 또 웃음이 터졌다. 아끼고 사랑하는 대상의 웃는 얼굴을 마주 보며 야 너 웃는 얼굴이 너무 웃겨 하면서 웃는 순간이 참 기쁘다.
그렇게 크게 웃을 날이 참 적은, 오히려 웃음이 헤프지 않은가 조심하게 되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띠는 날이 참 적어지는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다. 진짜 웃음이든 가짜 웃음이든 웃는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조금 행복해진다던데, 어쩌면 웃음 계획표를 짜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일상에서 계속 웃음의 요소를 찾아보도록 계획을 하는 것이다. 분명 의외의 웃음 포인트들이 많이 숨어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웃음은 또한 의외성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니까. 가능하면 따뜻한 웃음을 많이 짓고 싶다. 내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조금 기쁘게 할 수 있는. 가끔은 같이 박장대소하며 배를 잡고 엎어져도 좋을 일이다. 웃음은 우리 삶에 아주 중요한, 삶의 맛을 내어주는 조미료 같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