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月3日. 고요와 소란 사이

고요의 불편함과 소리가 주는 안도

by 서월

휴일의 아침, 눈을 뜨면 은은한 빛이 감도는 아침의 집 안 풍경에 동생의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우습긴 하지만 고요를 깨뜨리는 그 소리가 반갑게 느껴진다. 나는 완벽한 고요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동생의 코 고는 소리는 그런 점에서 정적을 깨뜨리고 작아졌다 커졌다를 반복하는 하나의 노래처럼 반갑게 느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밤에 잠이 안 와 뒤척일 때는 이보다 거슬리는 소리가 없다. 너는 쿨쿨 잘도 자는구나 하는 알 수 없는 분노가 일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도시에서 고요한 순간을 찾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어떻게든 소리가 비집고 들어온다. 카페에만 들어가도 누군가의 대화소리,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음악들로 가득하다. 길을 걸어보면 소란은 곳곳에서 펼쳐진다. 빵빵대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 공기 속으로 퍼지는 웅성거림, 가게를 뚫고 나오는 시끄러운 음악, 판촉 하는 사람들의 외침 등등. 머리가 띵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소음과 완전한 고요 속에 택하라면 나는 소음을 택할 것 같다. 그만큼 고요한 순간이 익숙하지 않음을 넘어 왠지 모를 불편과 초조함으로 다가오는 건 왜일까.




어쩌면 살면서 몇 번이나 겪은 시험과 같은 평가의 장이 주는 고요한 무거움이 내 기억에 자리 잡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에도 시계침은 째깍거리고 연필 소리와 분주하게 스치는 옷의 슥삭임이 들려오긴 하지만 그것에 집중했다가는 끝장이다. 나는 고요 속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이 문제들을 시간 내에 풀어내야 하는 압박상황 속에 놓였으니까. 지나친 고요는 마음을 오히려 자극한다. 빨리 그곳을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밤에 특히 그 감각이 심해진다. 밤의 고요는 더 묵직하게 눌러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나는 라디오를 틀거나 잔잔한 음악, 해변소리, 비 내리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등등 소음을 부러 만든다. 그런다고 잠에 바로 잘 드는 건 아니지만 고요보다는 낫다. 고요가 왜 힘들게 느껴지는 건지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왜 피하고 싶어지는 건지. 어쩌면 혼자라는 느낌을 들게 하기 때문인지도. 누군가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만으로도, 자연에서 들리는 소리 속에 놓이는 것만으로도 온전히 홀로 놓인 존재가 아님을 느끼게 되고 안도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도심지를 떠나 한적한 바닷가에 가게 되면 일정한 듯 불규칙한 파도의 파찰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특히 가보고 싶은 곳은 해변에 돌들이 늘어져 있는 몽돌해변이다. 유튜브 asmr로만 접했는데 파도가 돌들을 씻어내듯 사이사이 스며들었다 멀어지는 도로록하는 소리가 참 좋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의 로망은 숲 속의 캠핑이다. 운전을 못하다 보니 캠핑의 길은 사실상 요원하지만 꼭 캠핑텐트가 아니더라도 숲이 가까운 곳에서 한번 잠들어보고 싶다. 밤에 들려올 풀벌레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깨어나보고 싶은 것. 몸도 마음도 개운한 아침이 될 것 같다. 자연이 건네주는 잔잔한 소리들에 누워 내 마음도 잔잔해질 것이다.


언젠가 고요가 불편이 아닌 어떤 편안함으로 느껴지는 날이 올까?사실 고요함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사유할 수 있다. 조용한 도서관 한 켠에서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그런 집중과 사유의 시간에서 멀어져버린 건지 모른다. 고요를 불편해하며 도망가지 않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고요와 소란 사이에 균형을 찾고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나갈 수 있기를.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