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한 분야에 발을 담가 봤다고 하기엔 충분한 시간 동안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응원과 존경이 위로와 걱정으로 바뀌었고, 여지없이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온전할 리 없는 정신을 애써 헤집으며 대답할 거리를 찾았습니다.
어느덧 날 쏘아붙이는 위로와 조언에 변명하며 나의 포기가 정당하다며 외치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멈추는 것을 선택하던 그 순간보다 더욱 조촐하고 처량하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은, 사람들은, 나를 위한다던 저들은 제가 달리기를 멈추고 고상하게 자리에 누워버리는 것을 놔두지 않았습니다. 괴롭히더랍니다, 포기에 대한 정당성을 가져오랍니다, 안아주지 않더랍니다. 제 갈라진 틈에 입바람 닿을 때면 다시금 깨닫습니다.
조용한 죽음 없겠구나. 인간의 호기심은 사람을 찌르고 오만함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멋대로 판단하게 만듭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학대이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